한범덕 리더십은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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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범덕 리더십은 성공할 수 있을까?
  • 충청리뷰
  • 승인 2018.07.12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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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현 발행인

한범덕 청주시장의 취임 후 첫 직원정례조회 발언이 예사롭지 않다.
그는 “사업부서에서 고생한 직원들이 근무성적평정을 높게 받아 승진하는 시스템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인사권자가 되니 상상이상의 청탁을 받는다”며 “고생을 많이 했으니 편한 곳으로 가고 싶다는 사람이 있는데 시민 세금을 받으면서 편한 곳을 찾으면 세금도둑”이라고 강한 톤으로 말했다.

어느 조직이든 임기를 시작하는 책임자는 으레 원칙과 기본을 강조한다. 한 시장의 일침도 이런 맥락에선 일견 크게 주목될 게 없다. 하지만 청주시라는 특수한(?) 집단을 감안한다면 생각은 달라진다. 더군다나 앞으로 자신과 함께 시정을 펼쳐갈 직원들을 향해 ‘세금도둑’이라는 단어를 동원했다는 것은 당시의 발언이 다분히 전략적이라는 분석도 가능케 한다. 지역사회의 오랜 화두인 청주시라는 공조직의 정상화를 염두에 둔 작심발언쯤으로 들린다.

앞에서 청주시를 ‘특수한 집단’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분명하다. 청주시는 어느덧 비리복마전이라는 수식어를 달게 됐고 그동안 숱한 논란에도 불구 그 이미지가 좀체로 불식되지 않고 있다. 더군다나 전임시장이 재직 내내 검찰과 법원을 들락거리다 끝내 낙마한 상황이라서 신임 시장에 대한 시민들의 보편적 정서 또한 기대감 못지 않게 많은 우려감으로 표출된다. 무슨 자정대회니 결의대회니 하는 것들이 정례행사처럼 이어졌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 청주시라는 조직의 질긴 내성을 떠올리기에도 그렇다. 때문에 민선 7기에서는 청주시도 새로운 관점의 이념으로 무장할 필요가 있다.

학문분야의 모든 조직관리론에서 빠지지 않고 강조되는 게 있다. 책임자의 리더십이다. 리더가 시원찮으면 구성원이 제 아무리 뛰어나고 빼어나더라도 그 조직의 경쟁력과 건전성은 사상 누각이 된다. 누가 책임자가 되느냐에 따라 그 조직의 명운은 이미 결정된다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 감옥에서 온갖 사무치는 회한을 곱씹고 있을 이명박근혜가 국민들에게 남긴 교훈도 바로 이것이다.

청주시의 비위와 일탈에 대한 그동안의 잣대는 이러했다. 잘못은 직원들만 저지르고 시장은 이를 질책하는 식이었다. 조직의 변화를 위해 그동안 쏟은 모든 노력들이 결국 허위로 끝난 데는 바로 이런 이유가 크다. 궁극적인 책임의 소재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알량한 실무자들한테만 윽박지르며 올가미를 씌우려 했다. 면피성 보여주기식 처방만 반복한 것이다.

모든 조직의 구성원들은 그 책임자, 리더를 닮아간다. 일반 가정의 아이들이 부모를 따라하고 남자들의 군대생활에서 사병들이 상관이나 상급자의 언행에 익숙해지며 어느덧 이를 자기것으로 체화시키는 이치와 똑같다. 청주시도 마찬가지다. 조직의 기강을 흐트리고 망친 원흉은 직원들이 아니고 시장이다. 그 직원들을 제대로 관리하고 이끌지 못한 역대 시장에게 궁극적인 책임이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청주시 개혁의 시작은 직원이 아니라 시장부터다. 시장이 떳떳하고 흠결이 없으면 리더십은 저절로 강해진다. 역대 시장을 보더라도 모든 행정업무에 밝으면서도 조직을 확실히 장악했던 시기엔 청주시가 대체로 원만했고 조용했다. 만기친람을 하라는 게 아니라 사람을 제대로 골라쓰고 그들에게 시스템의 권한과 책임을 당당하게 부여하라는 것이다.

지난 선거과정에서 관료출신에다 여러번의 선거출마 전력으로 여론에 시달렸던 한범덕 시장이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바로 이것이 향후 민선 7기를 이끌어가는데 결정적 메리트가 될 수 있다. 우선, 말 그대로 관료출신이자 이미 한번 시장을 해 봤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행정업무에 밝다.

또한 오랜 야인생활을 거치며 삶에 대한 수많은 고민을 수반한 격통의 시기를 보냈기에 다시 찾아온 기회를 절대로 허투루 보내지는 않을 것이다. 2006년 도지사에 도전했다가 정우택에게 패한 이후 낙선-당선-낙선-낙선-당선 등 희노애락으로 점철된 이력은 꼭 그가 아니더라도 어느 한 사람을 사유와 삶의 정점에 올려놓고도 남을 만하다. 힘들었던 과정만큼 선출직으로서의 그 내공은 분명 더 성숙했을 것이다.

역시 그의 최대 장점은 오랫동안 밖에서 청주시를 바라보고 관찰하며 느꼈다는 것, 그리하여 과거와 지금, 앞으로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조망하고 예측하며 어느 곳과 어느 것이 문제인가를 적시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팩트를 정확히 알고 덤비는 것과 그저 명분만 가지고 대처하는 것은 다를 수 밖에 없다. 시민들의 바람은 한 시장이 전자의 마인드로 무장한 전사가 되어 반드시 조직을 변화시키라는 것이다.

하지만 취임하자마자 한 시장을 기다리는 현안들은 하나같이 녹록지가 않다. 이미 시중에선 이들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4년 임기의 보장여부가 가려진다고들 얘기한다. 우선 최근 논란이 된 산하기관 특히 청주문화산업진흥재단과 청주목련공원이 그렇다. 직원 채용비위로 사무총장이 수사를 받게 된 문화산업진흥재단의 파문은, 그러잖아도 이 기관이 그동안 끊임없는 내부분란과 구설에 휘말렸다는 점에서 한 시장의 강단있는 처방을 기다리고 있고 지난 선거에서 시신훼손공방으로 줄곧 한 시장을 괴롭힌 청주목련공원의 각종 특혜의혹과 비정상적인 운영 역시 신임 시장의 화급한 손질을 기다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징검다리 재선에 성공한 한 시장의 최대 난제로 꼽히는 청주고속터미널 현대화사업의 49층 초대형 복합건물 인허가 문제는 벌써 뜨거운 감자가 되어 시중여론을 자극하고 있다. 이 사업의 인허가 여부를 놓고 과거 옛 연초제조창이나 롯데아울렛 사업과 비교하며 한 시장의 민선 7기 전체를 가늠하려는 사람들도 많다. 그만큼 민감하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이 문제가 이미 불거질 대로 불거진 이상 차라리 앞으로는 철저한 공론화를 거쳐야만 탈이 없을 것이라고 예단하며 그 첫 단계로 이 사업의 심사권을 쥔 청주시도시계획위원회의 명단 공개를 촉구하고 있다. 현재 이와 관련해 지역의 여러 유지들 이름이 거론되는 가운데 차제에 이들이 그동안 지역사회에서 보여온 행보를 한번 냉정하게 되짚어보자는 담론도 적극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어쨌든 청주시는 새로운 수장을 만나 새롭게 변해야 할 절체절명의 임계점(Critical Point)에 서 있다. 이것은 신임 한범덕 시장의 의지이기 이전에 시민들이 내리는 지상 명령이다. 한번 실수는 과오이지만 두 번 실수는 범죄라고 했다. 지난한 과정을 극복하고 어렵게 재선된 한범덕 시장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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