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서 만나는 낯선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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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서 만나는 낯선 오후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8.07.25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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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극 휴가-미술관 편

자극적인 콘텐츠가 넘쳐나는 세상이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스마트폰에 빠져있다. 매일 새로운 콘텐츠가 업데이트된다. 올 여름 휴가철엔 화려하고 즉각적인 콘텐츠 대신에 소소한 이야기를 찾아 여행을 떠나보자. 멀리 가는 여행이 아닌, 지역의 문화공간들을 다시 되돌아보자. 미술관은 생각보다 시원하고, 한적하다. 게다가 작품까지 감상할 수 있다. 올 여름 무자극 여행기를 써내려가보자.

스페이스몸 <여름, 밤>전시는 마치 다락방에 온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시민들이 직접 작품을 만드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사진=육성준 기자

한여름밤 꿈처럼 몽환적인 체험을 해보자

스페이스몸 <여름, 밤>전시…낡은 책상위에 앉아 글쓰기

 

여름 밤엔 누군가에게 한 없이 말을 걸고 싶어진다. 청주시 가경동에 위치한 스페이스몸 미술관 제1전시장은 ‘여름 밤’을 연출한다. 밖은 밝은데, 미술관 계단을 내려가면 어두운 공간에 낡은 조명들이 반짝인다. 거기에 누군가 썼을법한 책상들이 놓여있다. 족히 수 십 년이 된 펜촉도 있다. 작품도 책상 위에 놓여있다.

관람객들은 이 낯선 풍경에 어리둥절해진다. 하지만 금세 책상에 앉아 그동안 하지 못한 말을, 이야기를 써내려가고 있을지 모른다.

스페이스몸 미술관의 기획 전 <여름, 밤>전시는 관람객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한다. 황신실 스페이스몸 미술관 큐레이터는 “여름에는 매번 좀 쉽고 가벼운 전시기획을 해왔다. 시민 참여형 전시를 계속해서 해왔다. 지난해에는 소지품을 그 자리에 꺼내서 촬영하고 이후 현수막으로 제작해서 보여줬다. 3년 전에는 액자 프레임에 자신의 작품을 그리고 직접 전시장에 거는 프로젝트를 했다. 시민 참여형 전시가 확실히 많은 관심을 받는다”라고 설명했다.

빈티지 가구를 좋아하는 이들이나 낯선 공간을 찾고 싶은 이들에게 이번 전시를 추천한다. 전시장 곳곳엔 메모지가 있다. 전시장은 미스테리한 장치들을 늘어뜨려 마치 비밀이 켜켜이 쌓인 다락방에 몰래 온 기분이 들게 만든다.

황 큐레이터는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보단 미술관에 오는 게 훨씬 더 낫지 않을까 싶다. 한번 와보면 좋은데 그 첫걸음이 어려운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방학숙제가 막막한 초등학생들에게도 이곳을 추천한다. 어쩌다 자신만의 인생작을 만들 수도 있다. 이번 전시는 8월말까지 계속된다.

스페이스몸 미술관 1전시장/충북 청주시 흥덕구 풍년로 162/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가능 일·월요일 휴무 / 043-236-6622

 

작가와 한 테이블에 앉아 볼까

우민아트센터 조습, 진민욱 작가 전시…전시장과 카페 한 공간에

 

도심 내 미술관인 우민아트센터는 미술관과 부대공간으로 카페가 같이 있다. 전시를 보고 난 뒤 카페에서 본정 브랜드 커피와 쿠키 등을 즐길 수 있다. 전시도 2개를 한꺼번에 볼 수 있다. 먼저 제16회 '우민미술상'을 수상한 조습 작가의 전시가 8월 18일까지 우민아트센터 전관에서 열린다.

조습 작가의 작품 주제는 ‘광光'이다. 작업은 멀리서 보면 회화 작업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가서 보면 회화 작업이 아닌 사진이다. 왕과 왕비, 백성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화면 속에 등장한다. 자세히 보면 사진 속 인물들은 찢어진 옷에 괴기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풀어헤친 머리, 꼬질꼬질해 보이는 모습을 통해 현실 세계를 풍자한다.

동양화를 전공한 조 작가는 대학원 시절부터 사진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야간촬영을 했다. 한국 근현대사에서 일어난 주요하거나 사소한 사건들을 사진과 영상 등의 매체로 비판적 작업을 해오고 있다. '헬조선'의 단상을 보여주는 작업들이다.

우민아트센터의 부대공간인 우민아트에서는 진민욱 작가의 '소소경逍小景'이 9월 1일까지 열린다.

진민욱 작가는 익숙한 장소 혹은 같은 장소를 주기적으로 방문하여 느낀 감흥을 화폭에 담아낸다. 하나의 대상을 반복해서 또 시공간을 초월한 변이의 이미지로 구현해 내어 평범한 일상에서 쉽게 지나치기 쉬운 작은 풍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번 전시의 부대행사로 작가와 직접 한 테이블에 앉아 대화를 나누는 ‘Artist Keyword Talk’프로그램도 열린다. 이번 행사에서는 진민욱 작가의 작품을 감상해보고 비단을 활용한 페인팅 체험도 할 수 있다. 예술에 관심 있는 모든 사람이 대상이며 오는 28일 오후 2시 우민아트센터 내 카페우민에서 진행된다.

참가비는 따로 없다. ‘Artist Keyword Talk’프로그램은 당일 신청이 가능하며, 선착순 10명을 대상으로 한다.

우민아트센터 /충북 청주시 상당구 사북로 164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관람가능 일요일 휴무 / 043-222-0357

 

지역의 예술가들이 바라보는 지역미술

충북문화관 숲속갤러리…충북민미협 2개의 기획전

 

충북문화관은 향교 가는 길에 위치한 옛 도지사관사를 문화공간으로 꾸몄다. 근대문화재 건물인 이곳에는 충북의 역사적인 인물들을 조명한 충북문학관과 함께 본래 도지사의 거주공간이었던 장소를 전시관으로 꾸민 숲속갤러리가 있다. 오래된 정원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미술관은 주말마다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열리기도 한다.

미리 체험 프로그램을 사전 예약하지 않았더라도 전시를 보고, 주변을 산책하는 재미가 있다. 부지런하다면 가벼운 피크닉 가방을 챙겨도 좋고, 그렇지 못하면 향교 주변에 생긴 젊은 창업자들의 개성있는 가게를 기웃거려도 좋다.

충북문화관에서는 지역의 미술을 조망하는 2개의 전시가 열린다. 청주민미협과 충북민미협 소속 작가들이 전시관 1‧2층을 나눠 전시회를 연다. 먼저 <창작 10년의 기억, 24인의 인문학 보고전>이 7월 29일까지 열린다. 창작자 12인의 10년 전 작업과 현재의 작업에 대해 지역의 작가 12명이 참여해 글로 남겼다. 김만수, 김성심, 김이동, 민병길, 손순옥, 손영익, 송일상, 유재홍, 이유중, 이종국, 이홍원, 정구인 씨의 작품에 대한 생생한 기록을 만날 수 있다.

또 충북민미협 작가들은 ‘무엇이라는 이름하에’라는 주제로 제주도 4.3 지역을 순례하고 작품으로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8월 5일까지 열린다. 올해는 제주4.3항쟁이 70주년을 맞이한 해이다. 기록, 스케치, 사진, 영상, 설치물로 4.3의 아픔을 입체적으로 만날 수 있다.

충북문화관 숲속갤러리/청주시 상당구 대성로122번길 67 /평일 오전 10시에서 오후 7시까지 주말은 오후 6시까지. 월요일 휴무/043-223-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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