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을 위하여
상태바
청년들을 위하여
  • 충청리뷰
  • 승인 2018.07.27 11: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 동 균 신부 대한성공회 청주산남교회

청년들의 실업문제는 이제 우리 사회의 고질병으로 자리잡은 것 같다. 청년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일자리를 얻지 못해 다시 학원에 다니거나 대학을 다시 들어가는 모습을 많이 본다. 대학교를 졸업하는 것은 곧바로 취업을 통해 사회초년생으로 들어가는 단계가 아니다. 이때부터 ‘취준생’이 되는 것이다. 취업준비생! 취업준비생은 언제 졸업할지 모르는 새로운 단계이다.

지금의 50~60대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니었다. 취업이 문제가 아니라 어떤 직장이냐가 중요했다. 정확한 통계는 잘 모르지만 그 당시 나의 기억으로는 대졸자들의 90% 이상은 취업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니 그런 시절을 살아온 기성세대들이 자기 자식세대가 이런 취업지옥을 겪으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인간은 다른 어떤 동물보다 성인에 이르는 기간이 길고 또 성인이 되어 자기 부모세대가 이루어낸 성인노동을 숙련하는데 이르는 기간도 길다. 인간사회가 그만큼 고도화되어 익혀야하는 기술이 어렵고 많아서 그런 것일까?

요즈음 청소년들 처지를 보면 고등동물 인간이 갖추어야 하는 기술습득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사상 처음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으나 부모세대보다 가난하다는 요즘 청소년들은 너무나 비참한 운명에 놓여 있는 세대라고 생각된다. 그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자기 부모세대는 누려보지 못한 먹을거리, 입을거리와 주거생활 환경에서 자라났다.

그런데 그들은 좋은 공기도 모르고 자연의 맑고 아름다운 환경도 잘 모른다. 그리고 아주 어려서부터 혹독한 경쟁적 교육노동에 시달렸다. 그들의 부모들은 사정없이 돈과 시간을 퍼부어 교육경쟁의 싸움터로 아이들을 내몰았다. 그런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그들은 친구를 사귀기도 어렵고 자연스러운 존중을 받지도 못한 채 내몰려졌다.

대학교에 들어가서는 아르바이트와 시험, 그리고 취업준비의 삼중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스펙이라는 지독한 면류관을 만들어 쓰기 위해 고행을 각오하는 수도승처럼 살기를 강요받고 있다. 그랬는데 졸업을 하고 나서 갈 곳이 없다. 수백장씩 이력서를 써보지만 마땅하게 받아주는 곳도, 마음에 드는 곳도 없다.

이들에게 아르바이트는 청소년기부터 따라다니는 과업이다. 자신들이 갖고 싶은 것이나 가고싶은 공연에 가기 위해 그들은 ‘알바’를 한다. 그러나 이 ‘알바’는 이제 여유로운 즐김을 위해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해 허락된 노동이다. 취업하지 못한 자가 용돈을 벌기 위해 하는 노동, ‘알바’가 평생 노동이 될지도 모를 불안을 떨쳐버리기 위해 취업을 해야 한다. 그런데 간신히 서른 가까운 나이에, 혹은 이를 훌쩍 넘긴 나이에 취업이 되었더라도 ‘정규직’이 되는 또 하나의 벽을 마주한다. 그런데 이 벽은 아마도 평생에 걸쳐 넘지 못하는 벽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청년들에게 이 나라는 정말 ‘지옥’일 수 있겠다는 것은 또한 한가한 생각이다. 그들은 그 지옥 이외에 아무런 천국도 맛보지 못했으니 그것도 벗어날 길이 없다. 최근 한 청년 실업자에게서 들은 말인데 자기들의 꿈은 ‘카페’를 개업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바로 알아듣지 못했다. 나는 그때까지 그런 꿈은 40대 아주머니들이 꾸는 꿈인줄 알았다.

청년들이 왜 그런 꿈을 꾸는 것일까? 아마도 그들에게 자유로운 노동, 자기의 공간, 자율이 확보된 노동은 카페 같은 자영업밖에 허락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잘 망하는 카페가 꿈이라니! 이들에게 카페가 아니라도 자유롭고 자기 공간으로서의 일터가 보장되는 사회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청년들이 일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꼰대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며 그러한 노동현장을 제공하지 않는 이 사회가 얼마나 야만적인지를 생각할 수 있는 부끄러움의 기회를 주고 싶다. 나는 부끄러운 기성세대 이지만 그들이 알바를 하며 이리 저리 뛰어다니는 그 노력이 결실을 맺어 이 나라 젊은이들이 매너있고 멋있는 스타일의 삶을 꼭 실현해 내길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