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는 문화도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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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는 문화도시인가?
  • 권영석 기자
  • 승인 2018.08.08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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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석 경제부 차장

요즘은 모든 분야가 문화로 옷을 입어야 통한다. 얼마 전 경주로 견학을 다녀온 지역의 한 사업체 대표는 “황리단길 옆 봉황장터에는 나무를 하나 심어놓고 나무에 얽힌 스토리를 푯말로 만들어 놨다. 그런데 이게 사람들에게 큰 호응을 받고 있었다”며 스토리의 힘을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2015년 말 젊은이 네 명이 좌판을 깔고 시작한 봉황장터는 어느새 전국에서 알아주는 플리마켓이 됐다.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쇼핑몰을 운영하며 자신들의 상품을 판매한다. 경주시와 상인들의 지원으로 사무실을 열고, 체계적으로 사람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나아가 지자체와 상인회는 외부적 요인에 공동 대응하고 처음 거리를 기획하고 조성하자고 했던 젊은이들은 거리를 가꾸기 위해 노력한다. 몇 년 사이 봉황장터에는 스토리들이 가득 찼다. 전국의 수많은 시장과 지자체들이 이를 벤치마킹했다.

스토리 중심의 감성마케팅은 음식점,대형마트 심지어 보험상품에도 범위를 확장했다. 최근 대기업 H사의 광고에는 한 음식점 대표가 출연해 “맛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사람들이 어떤 것을 원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며 자사가 젊은 청년을 지원하고 감성마케팅을 하는 곳임을 알린다. S생명보험사는 자신들이 보험을 파는 게 아니라 건강과 추억을 주는 것이라며 나이든 고객층을 타깃으로 한다.

 

전국이 감성마케팅으로 들끓고 있는데, 우리지역에는 어떤 감성마케팅들이 있는지 미지수다. 매년 한국관광공사에서 선정하는 대표관광지의 충북유명관광지 가운데는 올해 이름을 올리지 못한 곳도 많다. 뿐만 아니라 청주도심관광지는 몇 년째 정체중이다.

그간 청주시는 ‘문화도시 청주’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했고 근래엔 거리를 중심으로 도시재생을 통해 역사와 의미등 문화적 요소를 가미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과정을 살펴보면 어떤 곳은 아름다운 거리를 만들어보자며 일찍부터 터를 잡고 그 곳을 꾸며 온 젊은 창업자들에게 오히려 젠트리피케이션을 강요한다.

또 안덕벌의 재생사업은 컨트롤타워의 부재로 좌충우돌하고 있다며 주민들의 원성이 높다. 문화요소에 대한 방향성은 잃어버린 지 오래다. 이곳에서 활동하다가 염증을 느끼고 서울로 떠난 한 기획자는 “지역의 문화재단은 젊은 기획자들의 아이디어를 자신의 실적으로만 삼으려 한다. 떠난 기획자들도 상당히 많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청주를 ‘젊은 기획의 무덤’이라고까지 비판한다. 이런 토양에서 문화의 싹이 틀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금은 감성마케팅 시대다. 단 4명의 젊은이가 나무한그루에 의미를 부여하고 시작한 봉황장터처럼, 곳곳에서 다양한 시도들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지역은 큰 그림을 그릴 컨트롤타워도, 이를 세부적으로 만들어갈 사람들도 부족하다. 서울에 있는 지역문화진흥원의 한 관계자는 “청주는 민간문화재단이 활성화 되지 않았고 새로운 기획도 적다”고 혹평한다.

10년이 넘게 문화도시를 꿈꾸는 청주시의 대표 스토리는 무엇인가? 예산을 많이 들여서 해결해야 하는 것은 차선이다. 다양한 스토리들이 탄생할 환경과 시민들이 무얼 원하는지를 통찰할 수 있는 안목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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