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개인전은 왜 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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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개인전은 왜 사라졌을까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8.08.09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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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만 전시하는 숲속갤러리의 인기 이면엔
저렴한 대관료 부작용…사설갤러리 설 자리 없어져

<문화예술의 도시, 갈길 멀다-전시장편>

전국이 문화도시를 표방하고 있는 이 때 충북이 처한 현실을 점검해본다. 청주시는 한 때 문화예술의 도시로 이름을 전국에 알렸지만 실제 지표를 보면 전국 최하위 수준의 문화기반시설을 갖고 있다. 전시장도 공연장도 적어 예술가들과 지역민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게다가 관광지 또한 부족해 청주는 ‘볼 게 없는’도시로 전락했다. 민선 7기 단체장들은 부족한 문화시설을 확충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충북도로부터 청년예술가창작지원기금을 받은 6명의 작가 중 4명은 충북문화관 내 숲속갤러리에서 전시회를 열기로 했다. 대관료는 일주일에 18만원. 숲속갤러리는 도지사관사로 쓰였던 공간을 갤러리로 개조한 것이다. 충북문화재단에서 관리하는 시설인데 대관료가 저렴하다보니 기금을 받은 사람들의 전시회나 동호회전시가 끊이지 않는다. 1년 내내 전시중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전시 대관 열기가 높다보니 심사위원회를 거치는 경쟁률이 3대 1정도다. 숲속갤러리는 많은 이들에게 혜택을 주려다보니 전시기간이 일주일을 넘기지 못한다. 전시공간 또한 살림집을 리모델링해서 사용하다보니 부족한 점이 많다. 층고가 낮고 기둥이 많다보니 큰 작품보다는 소품 위주의 전시를 해야만 한다. 충북문화재단 관계자는 “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은 사람들에게 우선권을 주고 있다. 지원기관으로서 당연한 안배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청주예술의전당 대전시실과 소전시실은 공간에 대한 기획을 따로 하지 않는다. 대관위주로 하다보니 전시공간의 매력 자체가 사라진지 오래다. 지자체 자체 행사가 있을 경우 종종 사용된다. 사진은 2년 전 청주예술의전당 대전시실에서 직지코리아페스티벌 전시회가 열린 모습.. 사진/육성준 기자

경영난에 문 닫은 갤러리들

 

청주시에 무심갤러리를 비롯한 크고 작은 갤러리가 몇 해 전 문을 닫았다. 무심미술관 엄은숙 관장은 지역미술계에 입지전적인 인물이었지만 서울에 UM갤러리를 낸 뒤 지역에선 대관 위주로 운영했다. 근근이 명맥을 유지하다가 아예 갤러리를 접은 것이다.

황신실 스페이스몸 미술관 큐레이터는 “지역 내 갤러리가 부재하다보니 작가들이 자력으로 작품도 팔고 모든 걸 해야 한다. 과거엔 갤러리가 작가를 데리고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하는 일이 많았는데 지금은 그런 소식이 잘 들리지 않는다. 그나마 있던 작은 시장마저 갤러리가 문을 닫다보니 아예 사장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결국 작가들이 모든 걸 해야 하는 데 녹록지가 않다. 갤러리의 역사성이 중요한데

당장 젊은 작가들은 전시할 공간이 없다고 아우성이다”고 지역의 현실을 우려했다. 모 작가는 “개인전을 따로 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창작기금을 받으면 가장 저렴한 대관료를 받는 숲속갤러리를 택하게 된다. 경제적인 사정 때문이다. 그렇다고 미술관에서 젊은 작가의 작업을 걸어주지도 않는다. 어느 정도 반열에 오르기까진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장이 있어야 하는 데 그런 게 청주는 없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젊은작가 작품 걸 곳 없다

 

기금 지원을 받는 작가들이 늘어나면서 공공의 저렴한 전시공간을 선호하게 돼버렸고, 결국 숲속갤러리의 대관열기가 뜨겁게 된 배경이다. 사립미술관에 일반 신진작가가 진입하기도 어렵다.

사립미술관인 우민미술관, 스페이스몸미술관, 신미술관, 쉐마미술관, 라뽐므현대미술관 등은 대개 개인의 사재를 털어 건립됐고 이후 각종 미술관협회 등 공적기금을 일부 지원받아 살림을 꾸린다. 전시기획에 대한 지원을 주로 받기 때문에 1년 전 미술관 전시 계획이 다 나와 있다. 젊은 작가들이 기금을 받아 미술관에서 전시를 하고 싶어도 구조적으로 어렵다. 왜냐하면 미술관이나 작가 모두 공모 발표 일정이 보통 2~3월로 겹치기 때문이다.

민병동 충북민족미술인연합회장은 “오히려 작업을 시작하려는 젊은 작가들이 소외되는 구조다. 지원이 늘어나다보니 기금을 받은 사람들의 전시가 주를 이룬다. 개인전이 사라지는 것도 그 현상 중에 하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공적기금과 지원이 늘어난다고 해서 지역미술이 발전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갤러리가 대관사업을 하려고 해도, 공공기관의 대관료가 저렴하다보니 자연히 설 자리를 잃게 된다. 갤러리의 가치를 간과한 것은 지역의 작가들에게도 문제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전시공간 확대해야

 

현재 시립미술관과 개인 사립미술관을 제외한 전시공간으로는 숲속갤러리와 오창호수도서관 내 전시장이 있다. 오창호수도서관 내 전시장은 기획전과 대관 비율이 각각 절반 비중이다. 대관료는 일주일에 100만원 정도다. 사립미술관 또한 대관을 할 수도 있는 데 기금을 받은 자체 기획전을 소화하기도 버거운 상황이다.

일단 전시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것은 맞다. 그렇다면 전시공간을 늘리는 것만이 답일까. 황신실 큐레이터는 “미술시장이 축소되는 것을 단지 공간 부족 때문이라고 치부하긴 어렵다. 사람들이 작품을 진지하게 보지 않는 시대다. 즉각적인 것을 더 선호하지 않는가. 대학을 졸업한 이들이 작가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인고의 시간도 필요하다. 섬세하게 문화정책을 펴는 게 중요한 시기인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6년 미술계의 숙원사업이었던 청주시립미술관이 개관했다. 시립미술관이 지역미술 연구 및 본연의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면 지역의 문화공간에 대한 지원책은 지자체가 풀어야 할 숙제다. 충북문화재단의 한 관계자는 “전시장뿐만 아니라 공연장 역시 턱없이 부족하다. 청주는 평생학습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각종 동호인 지원사업도 많고 대학 및 문화단체의 평생학습프로그램도 넘쳐난다. 이들의 문화적 욕구 또한 강렬하다. 시민들을 위한 전시공간도 필요로 한다”라고 지적했다.

반면 민병동 회장은 “전문예술인들의 공간 또한 부족하다. 보통 전시를 하면 하루 전에 설치를 해야 한다. 어떤 작업은 설치 과정이 작업 과정보다 길게 걸릴 수도 있다. 전문예술인들을 위한 전시공간이 생긴다면 다양한 실험을 펼칠 수 있다. 지금은 공공의 성격을 띤 갤러리에서 전문예술인들과 아마추어 예술인들의 전시가 짬뽕으로 이뤄진다. 청주예술의전당 전시실도 구분없이 애매하게 사용되다보니 예술가들이 선호하지 않는 공간이 돼버렸다. 그 또한 전시장 구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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