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에 맞춘 반쪽짜리 공연밖에 못 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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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에 맞춘 반쪽짜리 공연밖에 못 올려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8.08.09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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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공연장들, 대부분 목적 불분명하고 쓰임새 한정돼
“동부창고 2개동을 전시장‧공연장으로 조성하자”의견도

<문화예술의 도시, 갈길 멀다-공연장편>

 

공연장마다 색깔이 달라야 한다. 장르별로 세분화된 공연장이 있어야 하는데 충북은 그렇지 못하다. 또 공연장이 ‘다목적’으로 지어지다보니 실제 사용자인 예술가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쏟아진다.

청주아트홀은 중극장 규모로 1층은 520석이고 2층까지 합하면 700석이다. 청주아트홀의 경우 고정형 무대장치가 있다 보니 무대 변형이 많은 연극이나 소리가 울리는 타악 공연을 올리기가 어렵다. 성악이나 현악 위주로 공연을 올려야 한다.

그러다보니 연극이나 무용은 주로 청주예술의전당 소공연장(320석 규모)에서 공연한다. 대공연장의 경우 1‧2층 합해 1700석 규모이지만 지역의 예술단체들 입장에선 공연장을 채우는 부담감 때문에 소공연장을 택하게 된다.

연극은 극단들이 소유한 극장에서 주로 공연을 올린다. 극단 시민극장이 씨어터제이, 극단 새벽이 소극장 문화공간 새벽을 운영하고 있다.

공공영역의 공연장은 충북도의 문예진흥기금을 받아야 겨우 신청서를 낼 수 있다. 기금을 지원받은 이들에게 우선 대관되는 규정 때문이다. 전시장과 마찬가지로 공연장 역시 수요에 비해 시설 자체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공공 전시장과 공연장은 지자체 자체 행사가 진행될 경우 우선적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더더욱 자리를 얻기 어렵다.

청주아트홀은 청주시내에서 유일한 중극장이지만 이동형 무대장치가 없어 연극이나 무용공연은 올리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충북은 전체적인 공연장 숫자도 부족하지만 장르별로 세분화되지 못한 것도 문제다. 사진/육성준 기자

연극인 모 씨는 “개인단체가 연극 한편을 올리려고 하면 예술의전당 소공연장밖에 없는 실정이다. 대공연장에서 하면 관객 모집이 부담스럽다. 청주아트홀은 연극무대와는 성격이 맞지 않는다. 청주엔 제대로 된 공연장 하나가 없는 실정이다. 기금을 받아 소공연장에서 올리는 게 반복되다보니 작품 내용이나 성격도 큰 변화가 없다. 전체적으로 하향평준화되고 있다. 기존의 작품을 우려먹는 단체들도 문제지만 공연장이나 제반 시설을 갖추지 못하는 지자체도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청주청원 통합이후 늘어난 문화적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공연장 및 전시장 건립이 거론됐지만 단체장들은 지금까지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풀지 않았다. 이번 민선 7기 단체장들은 선거과정에서 ‘대규모 공연장 및 문화시설 건립’을 일제히 내걸었다.

 

충북예술의전당 건립될까

 

이시종 지사 또한 공약으로 충북예술의전당 건립을 약속했다. 오창, 오송, 청주의 삼각지에 500억 예산을 투입해 대전예술의전당 규모로 설립하겠다는 것이다. 임기 내에 공연, 전시, 문학, 연구, 교육 공간이 포함된 공간을 짓겠다고 구체화했다. 정부 지원을 받아 짓되, 이게 어렵다면 민간 자본을 끌어들이겠다는 안까지 나왔지만 정작 당선이후 이 얘기는 들리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예술계 인사 모 씨는 “충북예술의전당 건립은 지난 민선 6기에도 나왔다. 사실 지사의 관심사안에 문화예술은 전혀 없어 보인다. 이번에도 말로만 끝날 것으로 본다. 선거 전에는 무슨 얘기를 못하겠는가. 기대하지 않는다”라고 부정적으로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안이 있을까. 지역예술계 일부에서는 동부창고 일부 동을 공연장과 전시장 으로 조성하자고 의견이 나오고 있다. 동부창고는 현재 34.35,36동이 시민창작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동아리 활동이나 목공체험 공간, 연습실로 쓰인다. 동부창고엔 2개동이 아직 개발되지 않고 있다.

예술인 모씨는 “각각 한 동 씩 전시장과 공연장으로 사용하도록 시가 나서면 좋겠다. 전시장과 공연장 수요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그동안 청주시는 정부 지원을 받아야만 동부창고 공간 리모델링 사업을 해왔다. 굳이 외부 자원을 받지 않더라도 시가 자체적으로 전시장과 공연장을 만들 수도 있다. 그러한 마인드를 왜 갖지 못하는가. 민선 7기 부족한 문화공간 확충은 꼭 풀어야할 숙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청주예술의전당 대전시실의 경우 층고가 7m정도 된다. 2개 층으로 나눠 사용할 수 있을 정도다. 전시장이 부족하다면 기존 공간을 리모델링 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민선 7기에선 이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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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 수 ‘전국 꼴찌’수준

충북엔 18곳,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14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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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도내 공연장의 수는 다른 시‧도에 비해 현저히 부족하다. 문화체육관광부의 등록공연장 현황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 충북지역 등록공연장 수는 단 18곳에 불과하다. 이는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14위에 불과하다.

충북지역 등록공연장 18곳 중 14곳은 각 시·군에서 운영하는 곳이다. 4곳은 민간이 운영하고 있다.

청주시에 총 8개의 공연장이 있고, 충주시·제천시·보은군·영동군·증평군·진천군·음성군·단양군에 각 1개의 공연장이 있다. 옥천군에 2개의 공연장이 등록됐다. 괴산군에는 등록 공연장이 한 곳도 없었다.

전국적으로 모두 1024개의 공연장이 등록돼 있다. 이 중 서울이 388개로 가장 많았다. 경기도가 151개, 부산이 68개, 대구 57개, 경남 52개로 뒤를 이었다. 전국적으로는 수도권인 서울과 경기도에 전체 공연장 수의 50% 이상이 집중돼 있는 등 중앙과 지방의 격차도 큰 상황이다.

충청지역만 놓고 봐도 충남은 44개의 공연장을 보유하고 있고, 대전은 38개로 8위다. 충북과 차이가 크게 벌어진다. 충북은 16개의 공연장을 갖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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