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음속의 사각 지대를 없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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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음속의 사각 지대를 없애야
  • 충청리뷰
  • 승인 2018.08.10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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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수 서원대 융합보안학과 교수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살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키워드 중의 하나이자 첨단 기술의 집약체라고 단언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스마트 카, 자율주행 자동차이다. 언론과 인터넷에 연일 소개되고 있는 자율주행 자동차의 모습들은 공상과학 영화에서만 볼 수 있었던 우리의 상상을 당장이라도 눈앞의 현실로 가져다 줄 것만 같다. 운전면허를 따기 위한 힘겨웠던 시간들, ‘초보운전’이라는 스티커가 가져왔던 많은 문제들, 좁은 곳에 주차하기 위해 전진과 후진을 반복해야 했던 야속한 시간들이 이제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라져 버릴 것같다.

미래의 자율주행 자동차는 졸음운전도 하지 않고, 신호 위반도, 과속도 하지 않을 것이다. 불필요한 경적을 울리지도 않고, 길을 몰라 헤매지도 않을 것이며, 특히 난폭운전이나 보복운전, 음주운전은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거의 모든 사고와 잘못의 근원은 운전자, 즉 사람에게 있는 것 같다. 머지않아, 위급한 상황이 아니면 사람이 직접 운전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규가 만들어 질 지도 모른다. 오히려, 위급한 상황일수록 사람보다는 정확한 데이터와 계산력으로 무장한 자동차가 판단하고 행동하도록 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스마트 카가 차량의 주변 상황을 인지하고 판단하는 여러 기술 중의 하나는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Around View Monitering, AVM)이다. 차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화면을 운전자에게 제공하는 것에서 출발한 기술로, 여러 개의 카메라와 센서를 이용하여 차량의 주변을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하고 관찰한다.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조합하여 자동 주차, 위급상황의 감지 및 전파, 운전자와 탑승객에게 필요한 정보제공 등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여기에는 고도의 실시간 영상처리 기술이 적용되는데, 영상 분석을 이용한 사물의 인식 기술, 렌즈 왜곡을 보정하는 기술, 분리된 영상을 하나로 연결하는 기술 등이 집약된다. 이렇게 얻은 정보들을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하고 적용하는 기술 또한 필요하다. 수집된 정보는 차량의 전자 제어기(Electronic Control Unit, ECU)로 전달되어, 다양한 가공을 거쳐 우리가 필요한 정보로 거듭나게 된다.

이러한 기술의 핵심 가치는 무엇일까? 스마트 카 기술이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사람이 가지고 있는 사각지대의 해소일 것이다. 사람의 감각기관, 즉 보고 듣고 느끼는 기능의 한계를 첨단 기술이 극복해 주는 것이다. 주변 밝기에 따라 자동으로 헤드라이트를 켜고 끄는 기능, 차선을 변경할 때 뒤따르는 차가 있는지 알려주는 기능은 이미 대부분의 차량에 적용된 지 오래되었다. 주행 중에 차선을 벗어나면 운전자에게 경고해 주는 기능 또한 고급 차량을 우선으로 점점 도입되고 있다. 인터넷에 연결되어 날씨 및 교통 정보를 알려주고, 운전자의 개인 정보와 연동하여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또한 지속적으로 적용될 것이다.

다만, 가장 시급하게 도입되어야 할 것은 바로 안전에 관한 것이다. 우리의 오감의 사각지대가 아닌, 정신과 마음의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 인터넷 검색엔진에 ‘어린이집 차량 사고’라고 입력하면, 해를 거듭할수록 전국 도처에서 발생하고 있는 어린이 차량 사고가 쉴 새 없이 검색되어 나온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차량 사고를 들여다보면 그 대부분이 사람들, 즉 어른들이 만들어 낸 인재(人災)이다.

피곤해서, 귀찮아서, 또는 깜빡해서, 무지해서 넘어가는 마음의 사각지대가 불행의 근원이 되는 것이다. 아이들을 태우는 노란색 버스는 4차 산업혁명의 그 어떤 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급기야 정부는 모든 어린이집 차량에 ‘잠자는 아이 확인 장치’를 의무화하였지만,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많은 의문을 남긴다. 신나게 뛰어놀며 꿈을 키우고, 기성세대로부터의 관심과 보호 속에 자라가야 할 어린아이들은 ‘산업’의 주체가 아니기 때문에 ‘혁명’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인가?

얼마 전 아이들에게, 위급한 상황이 되면 안전벨트를 풀고 운전석으로 건너오거나, 손을 뻗어 클랙슨(klaxon. 경적 또는 경음기)을 누르라고 가르쳤다. 그러고는 한적한 곳에 차를 세워 놓고, 아이들에게 클랙슨을 한번 눌러보라고 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열 살이 넘은 아이는 한 번도 클랙슨을 눌러 본 적이 없었고, 어떻게 누르는지 몰라 허둥지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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