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미용실‧복사가게에서 직업체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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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미용실‧복사가게에서 직업체험해요”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8.08.16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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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교육발전소 거점으로 수암골행복교육공동체 결성
중‧고등학생 위한 체험프로그램…마을에서 배워

“아이들이 원하는 것과 어른들이 원하는 것은 확실히 다른 것같다. 고민하면서 프로그램을 짰는데 결과가 예상과 달랐다. 세대 차이를 잘 극복해야 할 것같다.”

충북교육발전소 김현이 팀장은 지난 5월부터 지역의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충북교육발전소는 학부모, 교사, 복지단체 관계자들로 구성된 교육관련 시민단체다.

충북교육발전소는 올해 초 수동 및 수암골을 기반으로 인적자원을 모아 수암골행복교육공동체를 만들었다. 청주시교육청 소속 청주행복교육지원센터가 주관한 청주행복교육지구의 마을교사 양성과정을 이수한 이들 뿐만 아니라 자체적인 교육활동을 해오던 이들도 합류했다. 이렇게 모인 이들이 총 14명이다.

김 팀장은 “회원들 모두 각자 재능을 갖고 있었다. 마침 이 재능을 사회와 어떻게 나눌까 고민하던 차였다. 같이 상의하면서 프로그램을 구상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수암골행복교육공동체는 지역 청소년들과 함께하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열었다. 우리의 이웃을 통해 청소년들은 직업체험도 하고, 교과서 밖 색다른 공부도 했다.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교사들과 학생들 모습.

5개의 체험 프로그램

 

수암골행복교육공동체는 현재 5개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체험, 마을일터 현장>은 동네 미용실, 복사가게, 디자인사무소 등을 학생들이 직접 방문해 체험했다. <꽃피는 얼굴>은 학생들이 직접 메이크업 교육을 받은 뒤 수암골 어르신들에게 메이크업 봉사를 했다. 어르신들은 6월 말 꽃단장을 하고 장수사진도 찍었다.

김 팀장은 “<꽃피는 얼굴>프로그램은 모집 공모를 띄우자마자 학생 신청이 너무 많아 오히려 제한을 두었다. 하반기에도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다. 메이크업 강사가 마침 아이들과 함께 봉사동아리를 만들고 싶다는 의지가 있었고, 행복교육지구 프로그램도 생겼기 때문에 성과가 좋았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마을에 있는 미용실, 복사가게, 디자인사무소를 찾아가 직업체험을 한 뒤 동네어른들에게 직접 감사장을 전달했다. 사진/육성준 기자
학생들이 직접 쓴 감사장. 사진/육성준 기자

<수암골 마을 이야기>는 청소년들이 직접 수암골 주민을 인터뷰한 내용을 책으로 만드는 것이다. 충북교육발전소는 이와 비슷한 ‘인생은 아름다워’프로그램을 4년간 진행했다. 학생들이 마을의 어르신들을 찾아뵙고 인터뷰한 뒤 자서전을 내는 사업이었다. 하지만 회원을 모집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중단됐다.

이후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회원들은 아쉬움을 표했다. 행복교육지구 사업이 생기면서 다시 이 사업이 부활하게 됐다. 조영숙 충북교육발전소 사무국장은 “학생들과 어르신들에게도 의미 있는 사업이었지만 교육청 지원이 없다보니 진행하기가 쉽지 않았다. 몇 년 후에 이러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지원까지 받다보니 분위기가 많이 바뀐 것을 실감했다”라고 말했다.

<얘들아! 창의놀이학습으로 놀면서 공부하자!>프로그램은 매일 하는 공부를 좀 더 재미있게 해보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다양한 놀이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학습 동기를 세우고 공부법을 익히는 것이다. 창의놀이 수업은 9월까지 전개된다.

<버킷 난타>는 청소년들과 지역주민들이 함께 난타를 통해 소통하는 것이다. 10월 중 마을 축제를 열어 직접 공연을 벌일 예정이다.

이같이 5가지 사업은 각각의 특색을 갖고 움직이고 있다.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아쉬운 점은무엇일까. 조 사무국장은 “청주시와 청주시교육청이 함께 예산지원을 하고 있는 데 청주시 관계기관에서는 아직도 이 프로그램을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 좀 더 홍보가 돼야 한다. 또 비슷한 프로그램이 지역아동센터나 복지기관에서도 열리는 데 좀 더 차별화된 내용을 갖고 접근해야 지속가능한 사업이 될 것이다. 수암골행복교육공동체 또한 대표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을 고민 중이다. 나중에 공동체 별로 대표 프로그램을 모아 박람회 같은 걸 열어 홍보하는 것도 좋을 듯싶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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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거점으로 학생들과 어른이 만나”

동네의 다양한 자원 활용해 진로교육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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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에 어떠한 이웃들이 살고 있는 지 잘 모르는 시대다. 우리들의 이웃은 생활인이자 직업인들이다. 지난 9일 여중생 몇몇이 모였다. 이들은 수암골행복교육공동체에서 벌인 <체험, 마을일터 현장>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학생들은 그간 동네 일터인 미용실, 복사가게, 디자인사무소를 찾아가 직접 직업에 관한 질문도 하고 간단한 체험도 했다. 이날 시간을 내주고 도움을 준 동네어른들에게 학생들이 감사장을 만들고 전달하는 행사를 가졌다.

하지은‧정은 자매(중앙중3, 대성여중2)는 “동생이 먼저 프로그램을 알고 신청해 같이 참여하게 됐다. 미용실을 방문해서 직접 염색도 해보고 평소 궁금했던 질문도 했다. 신기하고 재미있었다”라고 말했다.

엄준희 학생(원봉중1)은 “편집디자이너 직업을 잘 알게 됐다. 컴퓨터를 사용해 직접 작품도 만들어 볼 수 있어서 좋았다”라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의 지도교사로 나섰던 이경희 씨는 “내 아이를 키우면서 좌충우돌했다. 아이도 반항을 많이 했다. 아이의 방황으로 청소년 지도사 자격증까지 땄다. 요즘 아이들은 사회적으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느는 것 같다. 아이들이 더 많이 웃고 즐겁게 이러한 프로그램에 참여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청소년 지도사인 이경래 씨는 “서울 공릉동 마을공동체를 보러갔다가 우연히 충북교육발전소 활동가들을 만났다. 지역에도 이러한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알고 너무 반가웠다. 우리 청소년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 주변에서는 왜 이러한 일을 하느냐고 핀잔도 주는 데 봉사 자체가 내 삶의 활력소가 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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