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고온에 죽을 지경 속타는 농민·상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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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고온에 죽을 지경 속타는 농민·상인들
  • 윤상훈 기자
  • 승인 2018.08.23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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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예고에 추석, 김장철까지 앞둬 설상가상

두 달 가까이 지속되는 기록적 폭염과 가뭄으로 제철 채소와 과일 작황이 크게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농가 소득 감소와 지역 상권 위축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제천시에 따르면 올 폭염으로 인한 지역 농작물 피해 면적은 시들은 농작물포함 178㏊에 달한다. 특히 올 상반기 백운면 등지를 중심으로 ‘과일나무 구제역’ 또는 ‘과일나무 에이즈’로 불리는 과수화상병이 창궐한 데 이어 연일 30℃ 후반대의 폭염과 가뭄이 지속되면서 제천과 단양 등 도내 북부권 과일 농가들은 이렇다할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발만 구르고 있다.

두 달 가까이 이어진 기록적 폭염과 가뭄으로 농심마저 타들어가는 가운데 시장 상인들의 상심도 커지고 있다.

사정은 일반 농가도 마찬가지다. 한 달 넘게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가운데 가마솥 더위가 맹위를 떨치면서 채소류는 아예 파종시기조차 놓친 경우가 다반사다. 어렵게 싹을 틔운 채소들도 대부분 폭염에 타들어가 자가소비 물량조차 장담하기 어려울 정도다.

봄부터 애지중지 재배한 고추 작황도 최악이다. 대부분의 고추 농가들은 홍고추 수확으로 바빠야 할 7, 8월을 한숨으로 보냈을 정도다.

30년 넘게 밭작물을 재배하고 있는 김용태씨는 “과일은 물론 고추, 고구마, 노지오이 등 모든 작물들이 더위에 타들어가 팔 게 없다”며 “올 농사는 진즉에 포기한 상태”라고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사정은 축산농가도 마찬가지다. 돼지와 닭 등 가축들이 기록적인 가마솥더위를 견디지 못하고 줄지어 폐사하면서 농가마다 비상이 걸린 상태다. 스프링클러로 물을 뿌리거나 대형 선풍기 수십 대를 돌리는 등 기를 쓰고 더위와 맞섰지만, 속절없이 치솟는 기온을 이기기에는 역부족이다.

이 같은 흉작은 농민뿐 아니라 지역 전통상권까지 뒤흔들기 시작했다. 추석 명절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와 상점마다 활기가 넘쳐야 할 때지만, 농축산물 가격이 크게는 2~3배까지 오른 데다가 물량수급까지 용이치 않아 상인들은 벌써부터 대목에 대한 기대를 접은 상태다.

8월 2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 가격정보 ‘얼마요’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채소류와 과일 등 대부분의 제철 농작물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제천 내토시장 상인 A씨는 “올봄 냉해에 이어 이상고온과 한해 등 재해가 잇따르면서 채소와 과일 등 거의 모든 밭작물 값이 매일같이 치솟고 있다”며 “더위가 다소 누그러들었다고는 하지만, 태풍 등 또 다른 복병들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 가격 폭등과 물량 확보에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처럼 폭염에 가뭄이 겹치면서 작물 피해는 물론 물가까지 급등하자 정부와 지자체들은 연일 긴급회의와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뾰족한 해법을 마련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작물과 가축 피해 예방을 위해 관정과 스프링클러 등 시설비와 비료 및 수매비용을 지원하고 냉방시설에 대한 추가 예산을 수립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또 기후변화에 따른 근본적인 대책으로 농작물 피해보험 제도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당장 농작물이 타들어가고 이미 많은 가축들이 폐사한 이후 나온 대책이어서 농가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정부는 또 추석 등에 대비해 정부 비축분을 시장에 풀고 민간 보관 물량에 대한 방출도 유도하고 있지만, 워낙 흉작과 폐사가 광범위해 추석을 앞둔 시장 수요를 충족하는 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상인들의 설명이다.

이처럼 농가와 시장 상황이 갈수록 악화하자 제천시도 대책 마련에 나서는 등 다각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당장의 흉작과 물량 부족을 해결할 뾰족한 해법을 찾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제천시 관계자는 “배추, 무, 감자 등 노지채소들이 이상기온에 피해를 입어 농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가격은 평균 평년보다 2배 가량 오른 상태”라면서 “이 밖에 과수, 축산 등 대부분의 농축산물들도 사정이 비슷해 손을 쓰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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