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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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 충청리뷰
  • 승인 2018.08.24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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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윤 정 충북청주경실련 사무처장

얼마 전 출근 길. 1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에어컨 설치기사를 만났다. ‘몇 층일까? 나도 못 참고 질렀으면 저랬을 뻔….’ 며칠 뒤. 말복 날에 딱 맞춰 불어온 반가운 바람 한 줄기에 그날 풍경이 스쳐 지나갔다.

에어컨이 없는 집에서 올여름을 나는 건 정말이지 힘든 일이었다. 특히나 하루 종일 가열된 콘크리트 아파트는 밤이 돼도 식을 줄 몰랐다. 바닥 난방을 한 듯 뜨끈한 열기에 기가 찼다. 아래윗집, 옆집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가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아니 왜 아직도 에어컨을 안 사?” “요즘에 에어컨 없는 집이 어딨어요?” 문제는 ‘타이밍’이었다. 비수기에 사야지 했다가 여름을 보내기 일쑤였다. 그러나 올해는 후회막심한 나날들이었다. 견딜 수 있는 더위가 아니었다.

전혀 다른 맥락이지만, 요즘 ‘타이밍’ 때문에 좌불안석인 사람들이 있다. 지난 10대 의회 때 외유성 해외연수에다 이른바 ‘김학철 망언’으로 전국적인 망신을 당한 충북도의회 의원들이다. 당장 9월에 해외연수를 떠날 계획인 해당 상임위원회는 자칫 욕먹을(!) 첫 타자가 되는 것 아닌지 불안해 한다는 소문이다.

충북도의원들의 해외연수는 「충청북도의회 공무국외여행 규칙」에 근거한다. 규칙명처럼 ‘공무’로 가는 여행이다. 문제는 아직 업무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의원들이 ‘어쩔 수 없이’ 위원회 순번에 따라 떠난다는 사실이다. 의원들은 올해 연수 예산이 책정돼 있고 다음 해로 넘길 수도 없으니 방법이 없지 않느냐고 항변한다.

정말 개선 방안이 없을까? 지난 7월 마지막 날, 충청북도의회는 ‘해외연수 개선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대대적인 보도자료와 달리 뾰족한 대책은 없었다. 발제자마저 “해외연수를 폐지하라는 얘기가 안 나와서 다행”이라는 반응이었다. 아주 솔직하게 여행사에 전체 일정을 맡겨야 하는 현재로서는 방법이 없다고 토로하는 의원도 있었다. 개선 방안이라 쓰고 답이 없다고 말한 격이다.

충북도의회는 “상임위원회별·의원별 협의 결정에 따라 격년제로 공무국외여행을 할 수 있다”는 규정에 근거해 격년으로 가는 대신, 의원 1인당 2년치에 해당하는 연수비를 몰아서 집행해 왔다. 당초 취지는 한 번을 가더라도 ‘제대로’ 연수를 진행하라는 것이었는데, 실상은 동남아 지역에서 벗어나 미국과 유럽 등지로 ‘멀리’ 떠나는 외유가 돼버렸다. 만일 이번 소나기만 피하고 보자는 식으로 대충 넘어간다면, 이번 11대 의회도 도민들의 지지를 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적어도 의원들이 공무국외여행 규칙이라도 제대로 읽고 출발하길 권한다.

충북도의회와 관련해 또 한 가지 사례가 있다. 최근 충청북도는 옛 중앙초등학교에 지을 충북도의회 청사 설계를 중단시켰다. 충북도의회의 요청에 따라 도의회 신청사 건립 계획을 수정, 보완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건축 전문가와 학계,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도의원 등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도 구성하기로 했다고 한다.

다시 한 번 복기해 보자. 충북도의회 청사는 당초 중앙초등학교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쓰겠다고 했다가, 도와 의회가 아무런 공론화 과정도 거치지 않고 신축하기로 결정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전체 도의원 31명 중 27명이 돈과 시간이 들더라도 공공 주차장 등 주민 친화공간을 확장해 “제대로 신축하자”는 의견에 동의했지만,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사실상 직무유기다.

사업 타당성 조사를 피하기 위해 부지매입비까지 축소해 500억 원 이하로 사업비를 끼워맞췄던 충북도의 행태는 깃털처럼 가볍기만 하다. 당시에도 주차장을 지하 2층까지 넓혀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으나 ‘연약지반’이라 불가피하다고 하지 않았나? 이렇게 간단한 일이었나? 지금이라도 제대로 만들면 좋은 건가? 적어도 도민들에게 상황 설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나? 영화 제목처럼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린 건가?

나는 지방의회, 그 중에서도 충북도의회의 행보가 궁금하다. 촛불민심이 만든 지형, 28대 4의 상황을 더불어민주당은 어떻게 가슴 깊이 새기고 있나? 부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길…. 자신들과 관련된 청사 신축만 다시 짚을 게 아니라, 도민들의 편에서 더 혹독하게 집행부를 견제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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