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노릇노릇 굽느냐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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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노릇노릇 굽느냐가 관건
  • 충청리뷰
  • 승인 2018.08.27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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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과 먹는 스페인식 생선요리와 뽈락살샐러드 별미

요즘들어 어쩌면 우리가 대전환의 시대를 지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좋든 싫든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들이 터져나오고 그동안 암묵적으로 회피해왔던 일들이 곪아서 터져나오는 것 같다.

이는 시민단체들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다. 그동안 민주주의의 진전과 억압적 정부에 맞선 시민들의 정치적 영향력의 확대를 위해 달려오면서 시민운동들이 가지고 있던 병폐들이 더 이상 활동의 중요성 같은 가치의 문제를 변명삼아 은폐되어질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이 아닌가 싶다.

‘공룡’들도 그동안 자체적인 고민과 지역이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의 연대활동에 정신없이 달려오면서 스스로의 체력과 고민들을 성숙시키기보다는 시간에 쫓겨 살아온 것들이 불러온 문제들에 더 얽혀 있었기에 이제 더 미루지 말고 새로운 가치들로 재구성해야 할 시기인 것 같다.

스페인식구이

그러기 위해서 지금은 활동보다는 학습과 실험적 시도 그리고 새로운 관계들을 만들어가야 한다. 결국 우리는 언제나 그렇듯 활동가로서 혹은 활동단체로서 가져야할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새삼 불러들여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폭염에 입맛도 잃고 몸도 무기력해진 날 생선구이를 했다.
생각해보면 생선구이는 요리의 이름이라기보다는 요리법에 가깝다. 그러니까 어떤 음식을 만들기 위한 요리과정을 지칭하는 것이지 그 자체를 요리명으로 보기엔 좀 어폐가 있는 것 같다.
보통 한국에서 생선구이는 소금이나 후추로 밑간을 한 후에 석쇠에 얹어서 불에 구워내거나 살짝 기름을 두른 프라이팬에 구워내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구운 생선은 밥을 먹기 위한 훌륭한 반찬정도로 생각한다. 대충 밥에 올려먹거나 아니면 간장에 찍어먹는 정도랄까?

뽈락살샐러드

하지만 오븐을 주요한 요리도구로 사용하는 유럽에서는 좀 더 복잡한 과정을 거쳐서 생선을 구워먹는다. 물론 한국처럼 구워서 바로 먹기도 하지만 생선구이 자체를 메인으로 해서 빵을 곁들여 먹다보니 더 다양하게 응용되는 것 같다.

가령 스페인식 생선요리 중 하나는 한국식 생선구이 위에다, 올리브유에 마늘을 넣어 끓인 후 레몬식초를 부어 식초 특유의 산성분 날린 것을 부어서 빵과 함께 먹을 수 있게 요리하는 것 같다.

날이 더워서인지 마트에 별다른 생선이 없어 평소에 먹던 생물고등어와 냉동식품 코너에 있던 외국산 뽈락살을 샀다. 우선 고등어는 밑간을 해서 석쇠를 이용해 가스불에 구웠고, 뽈락살은 해동을 한 후에 프라이팬에 기름을 살짝 두른 후 구워냈다.

고등어는 특유의 비린내가 강한 생선이라서 스페인식으로 식초를 넣은 마늘 올리브유 기름을 부어서 내놓아 보았다. 원래 스페인에서는 향이 강하지 않은 대구 같은 생선에 사용하는 조리법 같은데 뭐 특별히 상관은 없어 보인다. 마늘 특유의 고소함과 고등어 특유의 감칠맛이 살아 있어서 빵에 얹어 먹거나 빵을 기름에 찍어 먹어도 좋은 요리가 된다.

양상추 곁들인 뽈락살샐러드
뽈락살은 자체의 맛이 강하지 않아서 그냥 먹기에는 심심할 것 같아 양상추 등의 샐러드 채소를 곁들여 채소에는 타르타르소스를 얹고, 생선에는 간장에 올리브유와 레몬주스를 섞어 만든 오리엔탈드레싱 소스를 살짝 뿌려 주었다.

그러면 채소의 아삭함과 소스의 달콤함에 생선살 특유의 식감이 함께하면서 그 자체로 하나의 완성된 요리가 된다. 물론 이것도 잘 섞어서 식빵 같은 것에 올려먹으면 되는 요리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생선구이는 요리이름이라기 보다는 요리방법이다. 그런 만큼 밑간을 해서 얼마나 노릇노릇하게 잘 구워내는지, 혹은 기름을 쏙 빼서 담백하게 구워내는지, 아니면 생선육즙을 최대한 살려서 부드럽게 구워내는지 등등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그 이후에 샐러드를 올려 먹을지, 마늘기름을 뿌려 먹을지는 결국 어떤 빵이나 밥과 함께 할지에 따라서 이름이 정해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 활동도 마찬가지다. 활동이라는 것 혹은 활동을 하기 위한 단체라는 건 그 자체로 목적이나 지향점이 될 수는 없다. 각자의 삶과 자신이 속한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 등이 정해지면 그런 삶과 사회를 이루기 위한 과정이 곧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활동을 계속하기 위해서, 혹은 활동단체를 유지하기 위해서 희생하는 것이 삶이고 지향하는 가치이고 살아가야 할 사회라면 이미 그 자체로 병폐가 되는 게 아닐까 싶다.

후라이팬구이
석쇠구이

 

적어도 우리는 과정에 충실해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기본이 되겠지만 그 과정을 지켜내기 위해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들을 버리지 말았으면 한다. 그것이 아무리 중요한 활동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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