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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명언이 가득한 소설언어학자 막스 뮐러의 유일한 작품 『독일인의 사랑』
오정란해피마인드 심리상담소장

유난히 무더운 팔월, 밤사이 달라진 바람을 출근길에 만난다. 나는 달라진 바람결에 몸을 내밀며 뜨거운 여름 끝을, 가을을 예견한다. 강렬한 것 뒤에는 늘 공간이 남기 마련이다. 그 공간 안에는 오래오래 더 강력한 무엇을 그리는 회상이 자리한다. 우리 모두 한 번쯤은 경험했을 사랑의 감정. 첫사랑, 혹은 짝사랑, 차마 마음껏 사랑할 수 없었던 애달프고 아쉬웠던 시간을 만난다.


솔직하게 자기 마음을 내놓고 사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그럴 수 없다는 것이 늘 우리를 괴롭히는 지점이기도 하다. 사회는 끊임없이 우리에게 속마음을 숨기는 일을 강요하며, 그렇게 하는 것이 예의 바르며 합리적이며 현명한 것이라 한다. 그래서일까 삶은 온통, 그런 척 저런 척의 연속이며, 몇 겹의 가면을 쓴 채 알맹이 없는 일상을 살아가게 한다.


  • 『독일인의 사랑』은 막스 뮐러의 소설이다. 막스 뮐러는 독일 낭만주의 대표적인 서정시인 빌헬름 뮐러의 아들이다. 아버지의 영향인지 독일식 낭만주의가 제대로 전해지는 작품이다. 뮐러는 언어학자이자 범어학의 대가이다. 이 소설은 그의 유일무이한 문학작품이다. 이 단 한 권의 소설이 그의 학문적 명성보다도 그의 어떠한 학문적 업적보다도 그를 기억하게 한다. 현재까지도 세계적으로 수많은 독자에게 사랑받고 있다.


    이 소설은 유년 시절 숲속에서 두려움도 잊은 채 뛰어놀았던 ‘우리 자신’을 떠올리게 한다. 그 숲속에는 꺼내놓을 수 없는 우리들의 비밀들이 있었다. 그 비밀은 때로는 미화되어 영웅담처럼 가까운 사람들에게 말해지기도 하고, 빛바랜 일기장에서 삐뚤삐뚤한 글씨로 남아 우리의 마음의 다락에서 먼지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기도 한다.

    독일인의 사랑 막스 뮐러 지음 차경아 옮김 문예출판사 펴냄


    어린아이는 타인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이미 어린아이가 아니다. ‘우리의 눈은 빛을 잃고 시끄러운 이 세상을 어둡고 지친 얼굴로 서로가 지나쳐 가버리고 마는 것이다. 우리는 거의 서로 인사조차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답례를 받지 못하는 인사가 얼마나 우리의 마음을 쓰리게 하는지를 알고 있기 때문이며, 또는 한번 인사를 나누고 손을 맞잡은 사람과 이별한다는 것이 얼마나 슬픈 일인가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상처받을 것을 두려워해 스스로 무감각을 선택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는 우리 자신이 어디 있는지, 또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기를 단념한다. 어린 시절 우리는 온 세상은 우리 것이었으며, 우리는 곧 세상의 것이었으며. 살아있는 하나 존재였음에도 말이다.


    『독일인의 사랑』은 여덟 장의 회상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목에서 연애 소설을 연상하지만, 책을 읽어나갈수록 그 연상은 멈추게 된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한 줄 한 줄 밑줄을 긋고 싶어진다. 소설을 읽는 것이 아니라 잠언집을 읽고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 여기에는 인간 정신이 지니고 있는 보편적 순수성을 확장하여 영혼의 활동성을 연결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책을 다 읽으면 장편의 시집 한 권을 읽은 느낌이다.


    잠언집을 읽고 있는 듯한 착각
    각 장은 첫 번째 회상을 제외하고 사랑에 대한 한 줄 명언으로 시작된다. 탄식이 절로 나오는 사랑의 명언을 만날 수 있다. 그중 마지막 회상에 인용된 명언이 내 마음에 와 닿았다.


    ‘한 사람의 사랑이 모든 사람을 사랑하는 조건이 되는 사랑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다-제럴드’
    아마도 작가는 사랑의 보편성을 다시 생각하게 하여 우리의 삶 안에서 확대되어 나가기를 바랐는지 모른다. 그리하여 우리가 보다 풍요로운 감정으로 사랑하며 살기를 바랐는지 모른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사랑했던 사람과 헤어지고, ‘우리’의 전부였으며, ‘우리’의 일부였을 그 아팠던 사랑을 잃고서도 우리는 살아간다. 고향이 타향이 되고 타향이 고향으로 변하는 시간을 살아가지만, 여전히 우리 안에 사랑은 남아있다. 우리 안에는 끝없이 정체 모를 비극이 숨어있어 절망감에 혹은 불안감에 자신을 헐값에 내던져 버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러나 우리는 안다. 우리는 다른 형태로 서로의 비밀을 풀지 못한 채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다만 사랑이라 이름하지 못할 뿐.


    그래서 소설의 주인공 마리아의 편지처럼, -당신의 것은 나의 것입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누군가의 것이 되고자 하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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