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허가 축사 폐쇄 위기 농민들만 어려움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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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허가 축사 폐쇄 위기 농민들만 어려움 호소
  • 윤호노 기자
  • 승인 2018.08.31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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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 음성 이행계획서 시한 한 달도 안 남아

충주·음성지역 무허가 축산농가 상당수가 적법화를 위한 행정절차 이행을 외면하고 있어 대책마련이 요구된다. 충주시에 따르면 이달 현재 적법화 전환 대상 무허가 축산농가 641곳 중 이행계획서를 제출한 농가는 201곳에 불과하다.

적법화 이행계획서 제출 기한은 다음달 27일까지다. 440농가는 이 기한 내에 이행계획서를 제출해야 사용중지, 폐쇄명령, 과태료 등의 행정처분을 면할 수 있다. 하지만 지적측량과 설계 등을 위한 비용부담 등으로 농가들은 어려움을 하소연하고 있다.

충주 앙성에서 한우를 키우는 농민 김모씨는 “수십 년간 한우를 키우고 있는데 규제가 강화되면서 일부 축사는 불법화됐다. 이행계획서를 제출하려면 농장이 반토막 나 축산을 접어야 할 상황”이라며 “이행계획서 제출을 위한 지적측량과 설계 등을 하려면 수백만 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가는데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당초 무허가 축사 적법화는 지난 2013년 3월 가축분뇨법 개정에 따라 시작된 이후 올해 3월 24일까지 3년간 행정처분 유예기간이었다. 기존 유예기간은 이미 지났지만 그동안 축산단체의 지속적인 ‘행정처분 유예기간 연장 요구’에 따라 정부는 개선안을 통해 허가신청서를 제출한 농가에 한해 6개월간 적법화 이행계획서 제출 기간을 연장했다.

또 이행계획서를 제출한 농가는 적법화 이행까지 1년간 또 한 번 유예기간을 받는다. 이처럼 이어진 재연장에도 막상 적법화까지는 건축법과 하천법, 도로법 등 허가 관련 법령이 복잡하고, 농가의 부담도 크게 줄어들지 않아 난항이 계속되고 있다.

대상농가는 시설규모에 따라 2024년까지 3단계로 연차적으로 시행된다. 1단계는 2018년 3월 24일까지 축사면적이 한우 500㎡ 이상, 돼지 600㎡ 이상, 닭 1000㎡이며, 2단계는 2019년 3월 24일까지 축사면적이 한우 400~500㎡, 3단계는 2024년 3월 24일까지 축사면적이 한우·돼지 400㎡ 미만, 닭 600㎡ 미만인 농가가 대상이다.

사용중지·폐쇄 등 걱정 한숨만
문제는 한우 축사 상당수가 현행 허용면적인 500㎡를 넘어서는 축사를 운영한다는 점이다. 이들 축산농가가 적법화 되기 위해 500㎡ 규정을 맞추려면 사육두수를 대폭 줄여야 한다.

충주 소태면에서 우사를 운영 중인 이모씨는 “당장 농장을 접을 수 없어 적법화 신청은 진행했지만 수백만~수천만 원의 비용은 부담이라 이행계획서 제출이 문제”라며 “축사 면적이 500㎡ 이하로 줄면 고정비용마저 감당할 수 없을 텐데 막막하다”고 푸념했다.

무허가 축사는 가축분뇨법과 건축법 등 관할 기관의 허가·신고 없이 지어진 축사로 등록해야 한다.

정부는 농가의 부담을 고려해 10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드는 측량도 제출을 약속하는 이행계획서를 내면 이를 1년 유예해 주기로 했는데 어느 만큼의 실효성을 거둘지는 미지수다.

상당수의 축산농가가 이행계획서조차 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상 농가는 대부분 한우 사육 농가로 평균 30~40마리를 기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충주지역 축산업 종사자 대부분이 고령인데다 영세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 축사 지적 측량을 한 뒤 결과에 맞게 축사를 고쳐 건축허가를 받고 가축분뇨 배출시설을 설치해야 적법화를 완료할 수 있다.

정치권 “자금 지원 확대해야”
축협은 별다른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각 지역마다 ‘무허가 축사 적법화 상담소’를 운영 중이지만 뚜렷한 변화가 없다. 충주축협 관계자는 “상담소를 오가는 농장주들에게 이렇다할 계획이 보이지 않아 안타깝다”며 “시간이 더 지나면 많은 농장들이 사용중지, 폐쇄 등의 조치를 받아 도태될 것이다. 이는 한우와 한돈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는 이행계획서 제출을 서둘러 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축산농가의 부족한 현실인식 때문에 적법화 절차 이행률이 낮은 것”이라며 “기한 내 반드시 이행계획서를 제출해야 최대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는 만큼 해당 농가에서는 이행계획서 제출을 서둘러 달라”고 말했다.
음성군도 상황은 비슷하다. 군에는 모두 645개소의 축사가 있지만 이중 등록된 축사는 219개소, 허가대상인 축사는 426개소다. 이들 무허가 축사는 건폐율 규정을 초과했거나 배출시설을 신고하지 않는 등 유형도 다양하다.

또 축사를 증·개축하고도 신고하지 않은 곳이 상당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군은 건폐율을 초과하거나 가설건축물을 미신고한 축산농가를 대상으로 적법화 진행, 건축설계비와 측량비 등을 지원하고 있는데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양성화 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다.
여기에 복잡한 행정절차와 비용 부담 등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적법화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으로 저금리 자금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 농림축산식품부의 사업홍보 부족과 적극성 부족이 문제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완주(충남 천안을) 의원은 이달 중순 이개호 농식품부 장관 후보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농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축사시설 현대화사업을 통해 저금리 자금을 지원받은 무허가 축사는 64곳, 지원 규모는 186억 원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농식품부가 매년 지자체에 무허가 축사를 우선순위, 즉 1순위로 지원할 것을 요청했지만 무허가 축사에는 단 64곳(13.5%), 186억 원(15%)만 지원됐다는 의미다. 박완주 의원은 “농식품부는 축사시설현대화사업 예산 확대와 홍보 강화, 지원 조건과 대상에 대한 면밀한 검토로 무허가 축사가 저금리로 자금을 지원받아 쉽게 적법화에 나설 수 있도록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 의원은 일부 축협에서는 무허가 축사 자금 지원이 있는지 조차 모른다며 해당 책임부서의 홍보 부족으로 차질이 빚어졌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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