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인 로봇은 가능할까
상태바
인간적인 로봇은 가능할까
  • 충청리뷰
  • 승인 2018.08.31 09: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 성 수 충북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기술의 발달은 자연스럽게 인간 자체의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기계의 지능화는 자동화와 효율의 극대화를 위해 매순간 변화해오고 있다. 이러한 요구된 형태로의 변화는 정보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에게는 경이와 공포의 존재로 다가왔다. 특히, 지능형 로봇의 경우 인간성 말살자로서의 가능성이 다양한 형태로 언급되어 왔다. 언제인가는 인류가 지능형 로봇에 의해 지배당하게 될 것이라는 염려 가득한 추측도 하면서 말이다. 이쯤이면, 인류는 인간적인 로봇을 생각해 보았어야 하지 않을까? 인간적인 측면을 갖춘 인공지능형 로봇 말이다. 인간적인 로봇이라, 재미있을 것 같다.

우선 우리가 요구하는 인간적인 로봇으로 지능을 갖추기 위해서는 인간적인 것에 대한 정의가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하다. 기계에 대한 비교의 개념으로서 인간적이라는 것은 어떤 측면으로는 인간 중심적 생각이라 정의할 수도 있다.

기계화에 따라 사람들은 기계적인 특성을 인간적이지 못하다고 표현하여 왔다. 우선 인간적이라는 말이 무엇일까? 일방적인 한글사전의 정의로서는 “사람의 성격, 인격, 감정 따위에 관한 것,” 또는 “사람다운 성질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에 반하여 한자사전에서는 “인간에 관계되는 것, 인간다운 것, 인격에 관계되는 것”으로 인간적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 실생활에서는 자기의 이익만을 챙기는 사람을 지칭하여 인간미가 사라졌다고도 한다. 그렇다면 그러하지 않은 경우를 자기만의 이익을 챙기지 않는 행위를 지칭하여 인간적이라고 유추해석해 볼 수도 있다.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여서 본인의 편안함 추구가 타인에 대한 배려보다 우선시 된다고 봐도 그리 과한 평가는 아닐 것이다. 역설적으로 이런 경우에는 기계가 더 인간적이다. 기계는 인간이 서로의 안전을 위하여 설치한 신호등을 인간의 명령에 배반하여 자신의 의지대로 자신의 편함을 위하여 수정할 수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는 기계가 인간에 대한 배려를 상대적으로 더 효율적으로 하고 있다고 본다. 기계는 인간이 설정한 프로그램대로 인간을 위하여 마지막 에너지가 다할 때까지 그 역할을 수정하지 않는다. 지극히 살신성인의 덕목을 수행하는 존재로서 인간적이다.

물론 로봇은 사람을 대신하여 전쟁도 할 수 있다. 인간이 설정한 프로그램에 따라 적군과 아군을 구별하여 인간의 명령에 따라 살생을 할 것이다. 전쟁에서 인간을 살생하는 존재! 각종 범죄에서 인간보다 더 강한 역할을 하는 로봇을 비인간적이라 정의할 것인가? 우리가 잡고 있는 총이 나를 지킬 때는 인간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이고, 상대방이 잡고 있는 총이 나를 겨냥하고 있을 때는 비인간적인 것인가? 여기서 분명한 것은 로봇이나 인공지능은 인간의 한 단편적인 특성을 대리하여 행하도록 했다는 점이다. 불이 있다고 해서 불이 화재의 범인은 아니다. 화재의 범인은 불이 다른 존재에게 화가 되는 일을 하도록 한 생각의 주체인 인간이다.

인간적인 로봇! 비인간적인 로봇! 그런 지능을 갖춘 로봇은 존재하지 않는다. 로봇의 칩에 인간의 필요에 따라 프로그램을 넣어 사용하고 있을 뿐이다. 결국, 로봇에 심어진 야성과 지성은 우리 인간의 것이다. 로봇! 그 자체가 우리 인간의 모습이다. 왜냐하면, 우리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인간이 설정한 신호등 앞에서 괴로워하고 있다. 분명히 붉은색은 인간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도 인간 생각의 산물이다.

창조와 파괴의 본능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인간은 참으로 연구의 대상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에 대한 연구, 즉 인문과학과 사회과학의 역할이 지대하다고 볼 수 있다. 인간이 만든 핵은 인간에게 에너지 공급원으로서 유용하게 사용되기도 하고, 인류를 파괴하는 주범이 되기도 한다. 핵! 그 자체가 무서운 것은 아니다. 그 것으로 무엇을 하고자 하는 인류의 마음이 핵폭탄보다 더 무서운 것이다.

기술과 산업이 발달함으로써 인간성의 상실과 사회의 불안요소 등에 대한 책임을 첨단으로 발달해가는 기술과 그 기술이 적용된 세상에 전가하려는 인간의 속성, 결코 인간적이지 않다. 어쩌면 세상의 문제아이고, 천방지축 말썽쟁이인 인간 그 자체가 비인간적인 것은 아닐까? 그래서, 인간이 아닌 인간의 피조물에게까지 인간은 자신의 가장 아름다운 부분을 잃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우리는 아직도 우리의 진정한 모습을 조금씩 인지하고 있는 중은 아닐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