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와 권위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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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와 권위의식
  • 윤호노 기자
  • 승인 2018.09.03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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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음성담당 부장

지난 21일 경북 봉화군에서 77세 노인이 엽총을 난사해 2명이 숨지고 1명이 중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물 문제로 이웃과 다투다 사찰과 면사무소에서 총기를 난사했다.

같은 날 강원 영월군 영월읍에 사는 노인 7명은 한동네 주민인 20대 지적장애 여성을 5년간 성폭행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2014년부터 지난 4월까지 5년간 노인들은 자신들의 집과 비닐하우스, 컨테이너 등지에서 손녀뻘인 여성을 성폭행한 것.

경북 경산시에 사는 70대 노인은 지난달 담당 의사가 처방한 약이 예전과 달라지자 불만을 품고 병원에 불을 질렀다. 최근 들어 왜 이런 일이 증가할까.

고령 인구 증가의 영향도 있겠지만 더 큰 원인을 전문가들은 권위주의적 사고방식에서 찾는다. 유교적 사고에 익숙한 노인들은 나이에 걸맞게 대접받기를 원하지만 젊은이들은 이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노인들은 불만과 소외감, 무시당하고 있다는 억울함을 느낀다는 것. 이런 감정들이 쌓이고 쌓여 극단적 범죄를 부추긴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널리 알려진 흥미 있는 실험이 있다. 사회심리학자 스탠리 밀그램은 ‘권위에 대한 복종실험’을 했다. 밀그램은 자신이 하는 실험의 의도를 들키지 않기 위해 ‘시간 당 4달러, 기억에 관한 연구에 참여할 사람 구함’이라는 광고를 냈다.

참여한 사람은 40명이었다. 참여자 둘 중 한명은 문제를 출제하는 선생 역할을, 또 다른 한명은 문제를 푸는 학생 역할을 했다. 제비뽑기로 결정되고 선생은 학생을 건너편 방으로 데리고 가서 의자에 묶는다.

그 의자는 전기가 통한다. 선생은 학생의 답이 틀릴 때마다 15V에서 450V까지로 서른 개의 버튼을 차례대로 올린다. 450V까지 되는 버튼을 몇 명이나 올릴까? 밀그램은 비롯한 실험진은 0.1% 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기의 강도가 높아지면 학생은 소리를 지르며 여기에서 꺼내달라고 소리친다. 300V가 넘어가자 학생은 대답조차 않고 선생 역할을 하는 사람은 더 이상 못하겠다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선다. 이때 의사 복장을 한 연구자가 ‘실험은 계속 돼야 한다. 절대 죽지 않는다. 만약 무슨 일이 생긴다면 모든 것은 제가 책임진다’라는 말을 하면 선생 역할을 맡은 피시험자는 450V까지 버튼을 모두 올린다. 그렇게 버튼을 올린 사람은 40명 중 무려 26명이나 됐다.

물론 학생은 안전하다. 학생은 연구진이 고용한 전문 연기자다. 제비뽑기도 연출이고 전기는 간지러운 수준이다. 그러나 선생 역할을 한 피시험자는 450V까지 전기가 진짜라고 알고 있었다. 이 정도 수준의 전기가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전기버튼을 올린 것.

권위는 인간에게 이런 절대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물론 이런 권위가 올바르다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 존경받는 권위 있는 어른이 필요하다는 사실에는 모두 공감한다. 올바른 권위는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고 젊은이들이 가야할 길을 바로 잡아준다. 노인들이 존경받으려면 스스로 권위의식을 버리고 올바른 권위를 지니도록 노력해야 한다.

사회가 다변화되면서 노인들은 사회와 가족에게 밀려나 쓸쓸하게 보내지만 권위가 우리 사회에 바로서면 노인들은 더 이상 외롭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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