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불법촬영을 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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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불법촬영을 하지 않습니다
  • 충청리뷰
  • 승인 2018.09.10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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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수 서원대 융합보안학과 교수

우리는 수년이 지났지만, '아덴만의 여명' 작전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소말리아 해적에게 피랍된 우리나라의 화물선 '삼호주얼리호'의 탈환 작전이다. 당시 억류되었던 선원들은 모두 구조되었으며, 우리나라의 국민과 선박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나라 군을 파병해 성공적으로 목적을 완성한 이 작전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역사에 길이 남을 사건으로 꼽힌다.

이 작전에서 필자는 우리 해군 특수전여단 대원들에게 사용되었던 '카이샷'을 주목했다. 이는 작전에 투입된 우리 특수부대원들의 헬멧에 달린 특수 비디오 카메라로, 현장의 상황을 촬영하여 실시간으로 전송했다. 이 영상은 인근에 떠 있던 충무공 이순신급 구축함인 최영함으로 전송되고, 또한 경북 포항의 해군작전사령부 및 국방부에 전송되어 모든 지휘통제가 일사불란하게 이루어지게 하였다. 위성통신망을 이용해 실시간 영상을 끊임없이 전송하는 카메라 및 영상전송 시스템이 우리나라 자체 기술로 개발한 것이라는 사실은 우리를 더욱더 자랑스럽게 했다.

시간이 흘러 기술의 발달은 누구나 개인 영상을 제작하고 개인 방송까지도 손쉽게 소유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많은 이들은 텍스트 위주의 웹서핑 대신 영상을 검색하는 것으로 정보를 얻으며, 여가 시간을 보내고, 최신 뉴스를 접한다. 여행지에서, 또는 식당이나 카페에서 사진 또는 동영상을 자유롭게 촬영하여 소장하고 전송하며, 다른 이들의 촬영물을 감상하고 공유한다.

스마트폰을 꺼내어 일일이 스크린을 눌러 촬영하고 저장하는 번거로움 없이도, 초소형 광각 영상기록장치인 '액션캠'의 등장은 스포츠, 레저, 기타 손을 사용하기 힘든 상황에서 사용자의 경험을 그대로 영상에 담아내게 되었다. 기술은 날로 발전하여 물속에서도, 높은 하늘에서도, 고속으로 이동하는 중에도 고화질의 사진과 동영상을 우리에게 남길 수 있게 되었다. 개인 블랙박스라고 불리는 라이프로깅 카메라는 클립 형태로 제작되어, 가방 또는 옷 등에 손쉽게 부착되어 사용자의 일상을 영상으로 기록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주의하고 또 조심해야 할 것은 바로 '초상권'에 관한 것이다. 초상권이란 자신의 초상에 대한 배타적 권리이다. 사람이 자신의 초상에 갖는 인격적, 재산적 이익으로서 얼굴 또는 사회의 통념상 특정인임을 식별할 수 있는 특징이 함부로 촬영되거나 영리적으로 이용되지 않을 권리를 일컫는다.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는 헌법에도 규정되어 있는 것이다. 초상권 또한 개인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엄격히 지켜져야 하는 것이다.

뉴스의 시급함으로 인해 촌각을 다투는 TV 등의 언론매체에서 처음 문제가 제기된 초상권은 오늘날 스마트폰과 SNS가 열어젖힌 개인 미디어의 시대에 이르러 더욱 큰 문제가 되었다. 무심코, 실수로, 또는 고의로 촬영하여 인터넷에 올린 사진들은 순식간에 세상으로 퍼지고, 영원히 지울 수 없는 흔적으로 남기도 한다.

개인의 사진은 동의 없이 촬영되거나 게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 음식점에서, 커피숍에서, 길거리 또는 관광지에서 무심코 촬영한 남의 얼굴은 함부로 사용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무심코 자신의 SNS에 올린 사진 한 장이 타인의 법적 권리를 침해하고, 소송에까지 휘말릴 수 있으며 영원히 씻어내기 힘든 정신적, 금전적 고통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에서 보호하고 있는 개인 영상은 CCTV 등에 한정되어 있었다. 기술은 법보다 빨리 발전하여, 스마트폰과 블랙박스는 물론이고 웨어러블 카메라와 무인기(드론)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많은 영상을 촬영하고, 저장하며, 공유한다.

다행히 '개인영상정보보보호법'이 제정되면 이러한 모든 영상정보 처리기기로부터 개인의 소중한 초상권을 보호받는다. 공공과 민간을 막론하고 업무를 목적으로 개인영상정보를 처리하는 모든 공공기관, 법인, 단체들이 제정된 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 물론 개인에게도 해당되며, 취미 또는 동호회, 비영리단체 등 사적인 목적이라 할지라도 다른 사람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본인의 의사에 반해 개인의 영상정보가 인터넷 등에 공개되면 이를 삭제 요구할 수 있도록 권리 규제가 강화된다. 기존에는 명예훼손 또는 사생활 침해에 해당되는 경우에만 삭제를 요구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원치 않는 사람의 얼굴을 절대로 이용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빨간원 스티커'라는 운동은 카메라 또는 스마트폰의 렌즈에 빨간색 스티커를 부착하여 '나는 불법촬영을 하지 않습니다'라는 의사를 나타내는 캠페인의 일종이다. 이렇게 좋은 의미의 운동으로 서로를 조심하고 경각심을 갖게 하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그 전에 우리 자신들도 무분별하게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는 일을 자제하고, 스스로의 초상권에 대한 권리 또한 정당하게 주장할 수 있는 의식이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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