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을 벗어나 새롭게 만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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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함을 벗어나 새롭게 만나는 법
  • 충청리뷰
  • 승인 2018.09.10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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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갈비가 김치를 만나면 환상적, 푹 익은 김치와 갈비의 조화

활동을 하면서 일상을 소중히 해야 한다거나 일상을 중심에 놓고 움직여야 한다고 이야기하곤 한다. 그럴 때 마다 ‘일상이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받는다.

각자가 일상을 정의하는 방식이 다를 수 있겠지만 나는 단순히 의식주로 대표되는 생활세계나 살기 위해 돈을 버는 행위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배경이나 장소 등을 포함시켜 말하곤 한다. 여기서 배경이나 장소를 이야기하는 것은 결국 삶을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다양한 관계들을 중심에 놓아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지는 관계뿐만 아니라 우연치 않게 의식하지 않고 맺게 되는 관계들 속에서 우리의 활동들이 드러나고 깊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흔하지만 깊은 맛이 나는 김치
지난 주말에 ‘인천의 포크-전국투어’ 공연이 공룡의 마을카페 ‘이따’에서 있었다. 인천에서 포크음악을 하는 젊은 음악가 세 명이 공룡까지 찾아와서 어쿠스틱 기타 공연을 하였다. 공연자 들이 각자의 자작곡을 중심으로 자신의 삶을 소소하게 이야기하며 자신들을 드러내는 이번 공연은 좋기도 하였지만 관계라는 게 의외성을 가지면서 깊어진다는 것을 느꼈다.

어떻게 보면 전혀 인연이 없을 것 같았던 사람들인데 서울에서 활동하는 친구의 친구라는 사실과 SNS 상에서 서로 알게 되었다는 정도의 인연만으로 공연이 성사되었다. 그렇게 또 새로운 관계들이 생겨나는 것일지도 모른다. 흔히 활동이란 것이 거대 이데올로기만을 이야기하거나 시급한 투쟁 사안에 쫓기기 쉽고, 그렇다보면 관계 또한 무거워지기 십상이다. 그래서 더더욱 이런 관계맺음이 가끔은 특별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등갈비 김치찜

다행히 공연을 하러 온 사람들이 음식을 아주 좋아해서 등갈비 김치찜과 가지페스토를 했다. 김치와 가지는 아주 흔한 식재료라서 그런지 자주 애용하는 것에 비해 변용을 하기 쉽지 않다. 가령 김치는 가장 일상적인 음식이자 식재료이지만 찌개를 끓이거나 볶아먹는 것 말고는 의외로 자주 이용하진 않는 것 같다. 한마디로 김치의 맛이 워낙 강하다보니 어떻게해도 김치다. 그래서 통김치를 이용한 요리를 할 때는 김치에 신경 쓰기보다 김치 맛에 젖어들어도 무난한 다른 식재료에 주목하는 게 좋다.

그런 이유에서 등갈비는 김치와 요리하기 좋다. 등갈비는 이제 웬만한 마트에만 가도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재료지만 선뜻 요리에 도전하기는 쉽지 않다. 캠핑 가서 구워먹거나 간장베이스에 조려먹는 정도다. 하지만 등갈비가 김치를 만나면 아주 맛있어진다. 포기김치에 고춧가루와 설탕, 생강정도만 넣고 요리해도 되는데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김칫국물을 넉넉히 넣는 것이다. 그렇게 오래 끓여주기만 해도 요리가 된다. 푹 익은 김치와 갈비의 조화랄까?

가지의 새로운 발견, 가지페스토
가지 또한 삶아서 무치거나 간장베이스에 볶아주는 정도로 요리하기 쉽지만 실제로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다. 가령 이번에 만든 가지페스토도 매우 쉬우면서도 맛있는 요리다. 가지가 치즈와 땅콩, 마늘, 올리브유를 만나는 것만으로도 아주 새로운 영역의 요리가 된다. 보통 페스토를 만들 때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올리브유와 치즈 그리고 아몬드에 가지를 넣고 믹서기에 갈아준다고 생각하면 된다.

여기서 중요한 건 가지를 깍두기 크기로 썰어서 수증기에 5분정도 익혀준 후에 식혀서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만든 가지페스토는 빵에 발라먹어도 되고, 파스타면을 삶아서 함께 볶아 가지파스타를 만들어도 좋다.

가지페스토

가지나 김치처럼 너무나 익숙하기에 놓치기 쉬운 식재료는 많다. 익숙한 것 속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찾지 않게 되면서, 오히려 그것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활동에서의 관계 또한 마찬가지다. 급박하거나 한국사회 전체를 아우르는 거대한 이슈에 대응하는 활동들을 오래 하다보면 그 고통스럽고 무거운 관계에 쫓기어 일상의 작은 관계들이 파괴되곤 한다. 아니 스스로 지금은 그런 관계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애써 무시하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럴수록 가벼워 보이지만 새로운 관계들을 만들어 나가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관계들이 쌓이고 깊어지면서 어쩌면 활동가로서의 삶의 기반과 배경도 깊어지고 안정되는 게 아닌가 싶다.

마을카페 ‘이따’에서 열린 ‘인천의 포크-전국투어’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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