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5년, 다시 믿음으로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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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25년, 다시 믿음으로 가겠습니다
  • 충청리뷰
  • 승인 2018.09.13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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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현 발행인

지금의 남북관계는 과거의 잣대로는 쉽게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불과 몇 개월 사이에 정상회담이 세 번씩이나 열리고 지난 반세기 동안 지속돼온 세계 유일의 한 민족 분단국가라는, 그 관성속에서 죄의식 없이 자행되던 국가적 일탈과 만행도 어느덧 조금씩 힘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의 시발은 믿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믿음은 누구로부터 주어지고 강요되는 것이 아닌,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내고 공을 들이는 것이라 확신합니다.

자기가 뽑은 참모들한테도 초등학교 5학년 수준의 이해력이라고 폄훼되는 트럼프이지만 우리는 그를 상대로 늘 도박과도 같은 외교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 것을 극복해내는 궁극적인 힘은 치밀하게 계산된 전략도 아니고 그의 단순한 머리를 업신여기려는 오만함도 아닐 것입니다. 결국엔 믿음입니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현 정부가 흔들리지 않고 그 믿음을 만들어내기에 천방지축 트럼프도 아직은(?) 일관되게 한반도 문제에 천착하려 하고 세계는 이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 하락을 빌미삼아 언론과 여론이 끝없이 저주를 퍼붓는다 해도 끝내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오는 단초는 지금과 같은 상호 믿음일 것입니다.

사안을 왜곡하지 않고 또 그 것들에 일희일비하지도 않으면서, 자기변명과 합리화에는 조심스러워 하며 처음 고민했던 그 방향대로 뚜벅 뚜벅 걸어갈 때만이 우리가 찾고자 하는 한반도 평화의 길은 반드시 열릴 것입니다.

북한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동안의 과정을 볼 때 상호 믿음이 없으면 지금의 남북한 간 상황의 반전은 절대로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창간 25주년을 맞은 충청리뷰도 바로 이런 길을 가려합니다. 25년 전의 약속을 기억하면서 독자와 도민들로부터 부름을 받은 언론의 소명, 그 소중함을 다시 한번 믿음으로써 곧추세우겠습니다. 그리고 그 믿음의 원천은 창간 당시의 신념이 될 것입니다.

충청리뷰가 처음 독자 앞에 모습을 보일 시기의 사회적 분위기는 이러했습니다. 6월 혁명의 결실로 ’88년 언론자유화가 이뤄지면서 ‘언론의 행위’는 과거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자유로워졌지만 대신 ‘언론의 자격’엔 많은 문제점들이 불거져 나왔습니다. 충북지역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당시만 해도 신문이 주도하던 지역언론의 시장에 큰 변화가 일었지만 거기엔 또 다른 사회적 역기능이 도사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특정 인사와 특정 자본이 언론을 지배했고 그 결과는 편의적 언론문화를 극도로 확산시키기에 이르렀습니다. 사적인 이해관계에 휘둘리며 언론보도는 변질과 희석의 곡예를 관행처럼 반복했고 이로 인해 지역언론은 시나브로 신뢰를 잃어가고 있을 때입니다. 이를 타파하고자 몇 명의 젊은이들이 분기탱천 의기투합해 탄생한 것이 대안언론으로서의 충청리뷰입니다. 자본으로부터의 독립, 성역없는 보도를 실천하겠다고 결기를 세웠던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올곧은 말 결 고운글’을 사시로 하는 충청리뷰가 처음 독자들과 약속했던 그 길을 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엔 당장 많은 부끄러움이 밀려듭니다. 특히 성역없는 보도의 신념은 조직의 생존, 먹고 사는 현실적인 문제 앞에서는 흔들리기 일쑤였고 그러다보니 오랫동안 충청리뷰의 차별화를 담보하던 탐사보도 역시 많이 약화되고 있음을 솔직히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취재력 또한 매너리즘에 빠져 있지는 않은지 자책하게 됩니다. 원심(遠心)보다는 구심(求心)의 역학관계를 중시하는 지역사회의 한계를 극복하기보다는 이에 순치되는 건 아닌지도 자문하게 됩니다.

하여, 다시 독자와의 믿음으로 무장하려 합니다. 다른 건 다 차치하더라도 우리에게 제보를 해 주시는 분들이 건네는 “충청리뷰는 보도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라는 그 분에 넘치는 격려를 전 구성원들이 다시 한번 가슴으로 새길 것을 약속드립니다. 바로 이 것이 독자와의 믿음을 지키고 대안언론의 정체성을 이어가는 유일한 길이라고 감히 확신합니다.

결코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위기와 위험 앞에선 언론의 본질로써 더 강해지는 신문, 그리하여 끝까지 믿음을 잊지 않는, 그런 신념으로 다시 스스로를 되돌아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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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18-09-13 10: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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