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팔봉산에서 숲 트레킹하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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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팔봉산에서 숲 트레킹하는 즐거움
  • 충청리뷰
  • 승인 2018.09.17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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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진 산, 풍광 즐기며 느긋하게 걷기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그리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했노라고, 그래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의 일부이다. 숲을 사랑하고, 여행 작가가 되고 싶은 꿈을 꾸는 친구 10여 명과 함께 홍천 팔봉산 트레킹(trekking)을 했다. 새로운 꿈을 꾸고 도전하는 일에는 약간의 두려움이 있지만, 가슴을 뛰게 한다.

강원도 홍천군 서면에는 327m의 팔봉산이 위치하고 있다. 팔봉산은 여름철 피서지로 인기있는 홍천강과 함께 알려진 산이다. 크고 작은 여덟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진 산이어서 팔봉산이라 불렸다고 한다. 팔봉산을 10번 이상 올랐고, 산림청 지정 100대 명산을 다섯 번째 도전 중인 친구는 홍천 팔봉산을 이렇게 소개했다.

“여덟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진 홍천 팔봉산은 새벽에 오르는 것이 좋아. 새벽에 산을 오르다 보면, 신선들을 만나게 될 거야. 홍천강의 강물이 물안개 되어 팔봉산 중턱에 걸쳐 않으면, 신선들은 아침 산책을 나오거든. 태양이 떠오르고, 신선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 팔봉산 3봉에서 너는 찬란한 아침햇살을 만나겠지. 그 순간 너는 알게 될 거야. 네 자신이 참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을. 그리고, 네가 가야 할 길을.”

서두르지 않는 트레킹
트레킹은 전문적인 등산보다는 좀 가벼운 산행이다. 자연과 문화 유산을 몸을 움직여 직접 답사하고 체험하는 여행을 의미한다. 산을 오른다는 의미의 등산은 자신의 체력과 고도와 싸워 더 이상 올라갈 수 없을 때까지 정상을 정복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트레킹은 산 정상에 오르는 것을 목적으로 두지 않는다. 서두르지 않고 느긋하게 자연의 풍광을 즐기며 천천히 걷는 행위를 말한다. 자연을 찾아서 천천히 걸으며 자연의 아름다움과 신선함을 몸과 마음으로 직접 느낄 수 있다.

오늘도 새벽이었으면 참 좋았겠다. 낮잠 자기 딱 좋은 시각, 오후 2시. 친구 10여명과 함께 팔봉산을 오른다. 327.4m의 작은 산이라고 너무 얕잡아 봤다. 산을 오르니 숨이 차오른다. 땀은 샘물처럼 내 몸을 타고 흘러내린다. 산이 가파르게 느껴진다. 나는 선두에서 두 번째로 올라가다가, 점점 뒤로 쳐진다. 숨 쉬기가 힘들다고 느껴지는 그 순간 나의 호흡을 바라본다. 빨리 산을 오르고 싶다는 생각에 빠져있고, 숨을 쉬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숨을 쉬고, 천천히 발바닥에 의식을 집중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가볍게 키스하듯이 내 발바닥이 땅을 만난다. 땅 바닥의 감각을 느끼며 한땀 한땀 바느질 하듯이 산을 천천히 오른다. 어느새 1봉의 정상이다. 친구들은 각자 자신의 공간에 서서 무엇인가를 보고 있다. 너는 무엇을 보았니? 같은 장소지만 우리는 다른 것을 본다. 같은 것을 보고 있었다면, 마음이 통하고 있는 것일 게다.

1봉을 지나 올라가는데 산초나무가 보인다. 산초 잎을 따서, 양쪽 얼굴에 붙인다. 옆에 있는 친구에게도 붙여준다. 얼굴에 붙은 산초 잎의 향기가 은은하게 퍼져 나간다. 누구는 작은 호랑이, 누구는 키 큰 인디언, 누구는 귀여운 원숭이가 된다.

다시 꿈꾸고 싶다면 숲 속 트레킹
2봉에 올랐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칠성각(七星閣)이다. 그 뒤의 큰 건물은 삼부인(三婦人)당 이다. 400여년 전부터 매년 3월과 9월 보름에 이곳에서 제를 올리고 굿놀이를 했던 곳이다. 건강과 소원성취를 비는 굿놀이가 벌어졌던 그 장소에서 친구의 사진기에 내가 찍혔다. “연지 곤지는 아니지만 저 오늘 시집가요. 소탈하지만 꾸밈없는 저 어때요?” 조금 오글거리고, 얼굴이 발그레 해진다. 이런 표현을 할 수 있는 친구의 솔직함이 조금은 부럽다.

3봉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니, 가슴이 탁 트인다. 산 아래 있는 사람, 집, 강이 마치 레고처럼 작게 보이고, 내가 거인이 된 것처럼 느껴진다. 거인이 되어 3봉 봉우리에 서있다. 그리고, 새가 되어 날아 본다. 자유롭다. 새가 되어 8봉까지 가고 싶다. 특히 4봉에 있는 해산굴을 꼭 통과하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이번 여행에서는 2봉이 끝나고 3봉이 시작되는 사이에 있는 길로 하산했다.

팔봉산에 있는 숫자 8은 무한한 가능성의 숫자이다. 8을 눕히면 무한대(∞)가 된다. “꿈과 희망은 끝이 없다”는 의미이다. 다시 새로운 선택을 해야 할 때, 홍천 팔봉산에 와야겠다. 꿈꾸고 싶은 새벽, 안개 속 숲길을 한발 한발 걸을 때, 우리는 신선이 되고, 아침의 태양을 맞이하며 다시 꿈을 꾸게 되겠지. 다시 새로운 꿈을 꾸고 싶으신 분, 가까운 숲을 찾아 트레킹을 해 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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