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못 참아” 학생들의 반격 #스쿨미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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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못 참아” 학생들의 반격 #스쿨미투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8.09.18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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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학원 내 충북여중, 청주여상, 충북여고 논란
교사들 성희롱‧성추행 폭로…교사 6명 직위해제

#스쿨미투의 첫 시작은 충북여중이었다. 지난 7일 충북여중 학생들은 트위터 계정을 열었고 이는 전국으로 #스쿨미투 운동이 확산되는 계기가 됐다. 다음날 같은 사학 내 학교인 청주여상, 충북여고 학생들이 #스쿨미투 트위터 계정을 열었다. 트윗의 내용은 대개 학교에서 벌어진 특정교사들의 성희롱과 여성혐오 발언, 성추행을 고발하는 것이었다.

현재 이 사건에 연루된 충북여중(1명), 청주여상(3명), 충북여고(2명)의 교사들이 직위해제 처분을 받고 학생들과 격리됐다. 동시에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사학에서 일어난 사건이라 이후 교사들의 징계처리 및 인사권은 재단의 몫으로 남겨졌다.

 

익명성 보장된 트위터 계정

 

충북여중 학생들의 첫 트윗 내용은 “학교에선 단순히 이번 ‘불법촬영’으로 이 계정을 만든 줄 안다. 여중에 와서 가장 기대한 것은 남자애들의 지긋지긋함에서 벗어나는 것이었다. 불행히도 교사라는 작자가 온갖 성희롱, 성추행, 코르셋을 있는 힘껏 잡아당기고 있었고 기성세대의 잘못된 관습을 되풀이 하고 있었다”라는 것이다. 앞서 충북여중은 학교 축제에서 이벤트 회사 직원이 교복 아래로 학생들을 불법촬영했고, 학생들이 문제제기했지만 학교에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사건이 있었다.

지난 7일 열린 충북여중 공론화 계정의 첫 트윗 내용.

다음날 9일 청주여상의 고발이 이어졌다. 첫 트윗 내용은 교장에 관한 것이었다. “청주여상 교장이 교사들을 성추행했고 이 사실이 언론보도로 알려졌지만 교장은 몇 달 후에 같은 재단 내 운호중학교 교장으로 수평이동했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청주여상 특정 교사들의 성추행‧성희롱 발언이 잇따라 올라왔다.

다음은 청주여자상업고등학교 미투(@CJ_METOO_) 고발 내용 중 일부다.

-너희는 내 앞에서 자면 안 된다. 나는 남자고 여자가 남자 앞에서 자는 건 위험한 일이다.

-너희 반은 대답을 너무 안 한다. 원래 여자는 매일 웃고 싹싹해야 한다. 너희 같은 대답 안 하는 딸들이 있을 바엔 내가 아들 혼자 있는 게 훨씬 좋다.

-여자 몸무게가 60킬로가 넘는 게 말이 되냐. 나보다 살찐 친구들은 빼 와라.

-여자는 허벅지가 튼실해야 된다.

-이건(전자칠판) 왜 이렇게 터치가 예민하냐. 지나가다가 스치기만 했다고 미투 하는 여학생들 같다.

-(수학여행 가서 담임반 학생이 친구들과 장난치고 있던 상황) 나랑 맥주 마시고 싶냐.

등등 많은 성희롱적인 발언을 스스럼없이 내뱉었습니다.”

 

전국으로 미투운동 확산

 

뒤이어 충북여고에서도 #스쿨미투가 터졌다. 18일 현재 사건이 어느 정도 일단락된 청주여상 트위터는 계정을 내렸고, 나머지 두 학교의 트위터 계정은 아직도 활동 중이다.

충북여고, 청주여상, 충북여중의 #스쿨미투 사이트가 열렸다. 사진은 충북여고 학생들이 올린 고발내용.

뿐만 아니라 충북여중의 #스쿨미투가 도화선이 돼 전국으로 확산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청주여상_미투’, ‘#혜화여고_미투’, ‘#소선여중_미투’, ‘#경화여중_미투’ 등 관련 해시태그를 집중적으로 리트윗(RT)하는 방식으로 학내 성희롱·성추행을 공론화하는 움직임이 진행 중이다. 각 학교의 ‘미투’ 고발계정은 학교 재학생과 졸업생으로부터 제보를 받은 뒤, 제보 내용을 SNS에 공개하며 해당 교사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9월 들어서 전국 20개에 달하는 중·고교에서 ‘스쿨 미투’ 운동이 벌어졌다. 김기현 청주여상 교감은 “트위터가 만들어진 다음날에 학생들을 대상으로 재단에서 자체조사를 실시했고, 교육청도 나와 전수조사를 벌였다. 교사들이 월요일 아침 교문 앞에서 사과도 했고, 트위터 계정에 교사들이 사과문을 올리기도 했다. 강당에 모여 전체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학생들의 의견도 수용했다. 학부모에게도 사과했다. 모든 과정을 공개하면서 사건이 급속하게 마무리됐다”라고 설명했다. 이후 청주여상에선 학생 및 교사들을 대상으로 심리치료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어 그는 “트윗 내용 가운데 일부 잘못된 부분도 있었다. 또 직위해제된 문제의 교사들에 대해 이미 위클래스를 통해 의견이 들어와 주의조치를 취했지만 달라지지 않았다. 학생들과 교사들의 나이차가 40년이나 된다. 세대가 다르고 가치관도 많이 다르다. 교사들도 학생들을 대하는 문화가 바뀌어야 하는데 아직 고쳐지지 않는 점이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사학이 갖는 한계 보여줘

 

이전까지는 졸업생을 중심으로 폭로가 된 것과 달리 이번 사건은 익명성이 보장되는 트위터를 통해 재학생들이 직접 사실을 폭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또한 트위터의 메시지인(디엠)을 통해 의견을 모으고 다시 공론화하는 과정을 거쳤다. 김 교감은 “미투운동의 확산으로 사회적인 분위기도 형성된데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트위터 계정을 연 것으로 안다”라고 설명했다.

세 학교에서 일어난 학생들의 폭로는 동시에 사학이 갖는 폐쇄적인 구조와 한계를 드러냈다. 교사들이 순환되지 않는 구조인데다, 인사권 또한 학교재단이 갖고 있다.

미투 운동을 촉발시킨 청주여상 교장이 운호중학교 교장으로 수평이동한 사건을 다시 보면 이렇다. 문제의 A교장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2차례 열렸지만 6월 말 직위해제가 된 이후 9월 말 운호중 교장으로 이동했다. 결국 경징계 1개월 처분에 그쳤다. A교장은 회식자리에서 일부 여교사를 성추행한 혐의를 받았지만 피해자가 진술을 번복했다. 이 사건에 대해서는 다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학교재단 사무국장인 최모 전 서원대 교수가 진상조사위원장을 맡는 등 ‘자기식구 감싸기’행태를 보여줬다.

이번 일로 서원학원 내 6명의 교사가 직위해제 됐지만 향후 이들에 대한 징계권 및 인사권은 재단에게 있다. 충북도교육청 관계자는 “전수조사 결과를 재단 이사회에 통보했다. 직위해제를 요청했고 이사회에서 직위해제를 시킨 상황이다. 이후 징계위원회를 열어 징계여부를 결정하는 문제나 인사권은 재단에 있기 때문에 교육청에선 ‘의견’을 제시하는 것밖에 할 수 없다. 경찰 조사 결과 또한 재단이 참고하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공립학교의 경우 ‘무관용원칙’을 적용하기 때문에 이같은 사안이 불거질 경우 파면 및 해임 조치를 당하게 된다. 따라서 서원학원이 이번 사건을 어떻게 처리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 여성단체 관계자는 “징계위원회를 구성할 때 여성단체 인사 등 외부인사를 참여시켜야 한다. 지금까지는 재단 입맛에 맞는 사람들이 징계위원으로 소집됐다. 서원학원이 이 문제를 제대로 짚고 가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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