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변화 따라가지 못해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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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변화 따라가지 못해 '외면'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8.09.19 11: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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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더위‧바람 피하지 못하는 야외장터
젊은층 외면…마케팅 없는 시장의 ‘한계’

로컬푸드가 도시를 살린다
농민 장터 현장 취재기

 

청주시 초정 호명리에 사는 조서윤(54)씨는 오미자 농사를 짓는다. 그는 목요일에는 주중동 마로니에 공원, 주말에는 초정문화공원에서 열리는 ‘로컬푸드 장터’에 참여한다. 지난주 목요일 주중동 마로니에 장터에서 만난 조 씨는 “단일품목으로 오미자엑기스를 파는 데 젊은 사람들이 많이 사는 주중동에선 비싸다고 잘 안 팔린다. 어느 날은 단 한 병도 팔지 못했다. 그래도 이곳에 나오는 것은 홍보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초정 장터가 아무래도 손님이 더 많다. 목욕손님, 휴양 손님이 있으니까 지나가는 길에 산다”라고 말했다.

지난 16일 주중동 마로니에 장터에서 열린 로컬푸드 직거래 장터 모습. 추석을 앞두고 열린 장터였지만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사진=육성준 기자

4년 전부터 열린 장터

 

아파트 밀집지역인 주중동에 장터가 들어선 것은 4년 전부터다. 표고농사를 하는 이명애 씨는 처음 장터가 열릴 때부터 참여했다. 이 씨는 “남편이 퇴직하고 농사를 같이 시작하게 됐다. 토지가 있어 농사를 짓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쉽게 농사짓는다고 해서 표고버섯을 선택했는데 어려운 점이 많다. 일단 팔 데가 없다. 읍사무소에 얘기했더니 직거래 장터가 열린다고 해서 로컬푸드 장터를 신청하게 됐다. 서울 가락동 시장에 물건을 내다팔아도 되지만 제 가격을 받지 못한다”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그는 “로컬푸드 장터가 유일한 판매처다. 잘 팔리지 않아도 꼭 나온다. 소비자와의 신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단골이 있으니까 겨우 유지하는 정도다”라고 덧붙였다.

로컬푸드 직거래 장터에 참여하려면 일단 농지원부를 제출해야 한다. 지금은 청주시의 4개구에서 직거래 장터가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다. 농민들은 직접 농사 짓는 물품을 가져와야 한다는 조건 외에도 1년 회비로 28만원을 낸다.

로컬푸드 직거래협회에 청주시가 보조금을 일부 지원하고 있다. 가령 천막을 구입할 때 시에서 일부 보조금을 지원한다. 이 씨는 “천막이 현재 개인소유다. 아침에 천막을 혼자 치지 못해 주로 남편들이 와서 쳐 주고 떠난다. 전에 태풍으로 천막이 날아간 적이 있는데 그 때 시가 일부 보상해준 것으로 안다.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다. 팔지 못해 비참한 적도 많다. 이곳에서도 팔리는 것은 팔리고 안 팔리는 것은 안 팔린다. 육거리에서 30년 동안 장사했던 분도 장터에 나온다”라고 말했다.

농민들은 “장터에선 채소류가 그나마 팔리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공원 바로 뒤에 있는 대형마트보다 ‘싼’물건들은 팔리지만 그렇지 않은 엑기스, 꿀류 등은 팔리지 않는다고. 조 씨는 “꿀이나 오미자 등 건강식품은 비싸다고 생각한다. 더 싼 물건들이 마트에 있으니까 물건이 좋아도 잘 팔리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청원구 로컬푸드 장터의 회원은 35명이다. 하지만 이날 장터에 나온 이들은 10명뿐이었다. 장사가 잘 되지 않아서이거나, 농사철에 일이 몰리면 빠지는 식이다. 빠지면 벌금 1만원을 낸다. 이 씨는 “벌금 1만원만 내면 되니까 자꾸 빠지는 이들이 늘어난다. 청원구가 제일 잘 되는 편이라고 하는데 다른 지역 사정은 어떤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장터에 오는 농민 점차 줄어

 

로컬푸드 장터의 매력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연결되는 것이다. 장창원 청원구 로컬푸드 협회 사무국장은 “아침에 직접 따온 채소들을 판매한다. 소비자를 매주 만나니까 농사짓는 것에 더 신경 쓰게 된다. 현재는 농사지은 것만을 팔라는 조건을 달고 있다. 농산물이 겹치는 것은 제철에 나는 것을 가져오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추석을 앞두고도 로컬푸드 장터의 열기는 뜨겁지 않았다. 장터를 찾는 이들 대부분은 나이가 많았다. 단골손님이라는 김영자 씨(68)는 “물건이 싱싱해서 좋다. 내 또래가 와서 물건을 파니까 자연스럽게 친해지기도 한다. 장 서는 날을 기다리게 된다. 도심에서 이러한 장터가 열리니까 좋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젊은 소비자들은 장터를 외면하고 있다. 인근에서 미용실을 하는 윤지영 씨(40)는 “아주 가까운 곳에서 시장이 열려도 가지 않게 된다. 몇 번 가서 물건을 샀는데 품목이 모두 비슷하다 보니 장을 또다시 봐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같은 품목을 동일하게 여러 군데에서 팔다보니 실제 소비자 입장에선 살 게 없다고 느껴진다. 취지는 좋지만 젊은 엄마들의 소비성향과는 맞지 않는다. 카트도 없고 카드 결제도 잘 안되니까 점차 안 가게 된다”라고 말했다.

인근 주민 박희정 씨 또한 “장터에 가도 일단 살게 없다. 친환경 농산물도 아니라 큰 메리트가 안 보인다. 또 오후 6시면 문을 닫으니까 직장생활하는 사람들은 사기도 어렵다. 장터에 대한 마케팅이 있으면 활성화될텐데 농민들에게만 맡겨두니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농민들 또한 이같은 지적에 대해 동의했다. 장 사무국장은 “너무나도 공감하지만 지금으로선 다들 열악해 장터가 열리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 농민들의 물건을 안배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시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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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를 제대로 열도록 시가 나서야 한다”

장창원 청원구 로컬푸드 직거래 장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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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푸드 장터의 매력은 아침에 따온 농산물을 소비자들이 생산자와 얼굴을 맞대고 산다는 점이다.” 장창원 청원구 로컬푸드 장터 사무국장은 “농사도 일부러 다품목 소량생산으로 짓는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판로가 없다. 10년 전 사업을 크게 했지만 망했고 지금은 농사를 지으면서 여생을 보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의 명함엔 링크원(Link-won)이라는 상호명이 나온다. “농산물을 하나씩 연결시키고 싶은 마음에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 아침마다 회의를 통해 가격을 결정한다. 무조건 마트나 일반 농산물 판매장보다 싸게 판다. 한번 온 소비자들이 다시 이곳에 오려면 만족감이 120%, 150%가 돼야 한다. 농산물을 샀는데 마음에 안 들면 반품을 해준다. 얼굴이 있는 농산물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한 때 직원 100여명을 둔 빵 공장 사장님이었던 그는 지금의 로컬푸드 장터를 보면서 아쉬운 점도 많다. “공원에서 주로 열리는 데 환경 자체가 열악하다. 천막도 좋지 않다. 적어도 몽골텐트라도 치면 미관상 보기에도 좋을 것이다. 상시적으로 운영해 관광명소로 키울 수도 있다. 지금은 청주시가 최소한의 지원만 하는 상황이고, 농민들 역시 겨우 판을 깔고 있는 실정이다. 가공품은 현재 가져오지 못한다. 가공품을 거래하려면 등록을 따로 해야 하는 데 절차가 복잡하다. 그러다보니 품목이 더 한정될 수밖에 없다. 이래저래 아쉬운 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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