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주차하라고 만든 게 아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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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주차하라고 만든 게 아녀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8.09.19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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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 금속활자주조전수교육관·근현대인쇄전시관 주차장 ‘무용지물’
거의 닫혀있고 경사 심해 진출입 어려워…관계자들 주차장으로 전락
곡선으로 휘어져 있어 진출입이 어려운 청주시 금속활자주조전수교육관 지하주차장. 사진/육성준 기자

청주시 흥덕구 운천동 고인쇄박물관 앞에는 금속활자주조전수교육관(이하 교육관)과 근현대인쇄전시관(이하 전시관)이 있다. 모두 직지를 비롯한 우리나라 옛 인쇄문화를 보고 배우며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교육관은 지난 2013년 청주 흥덕사의 1377년 직지 간행을 기념해 건립했다. 임인호 국가무형문화재 101호 금속활자장으로부터 직지와 한국의 옛 금속활자 인쇄술에 대해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지하 1층, 지상3층 건물로 1층은 체험공간, 2층은 금속활자장의 작업실과 전시공간, 3층은 사무실로 돼있다.

또 전시관에서는 우리나라 근대 인쇄술의 발전사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인쇄기술 발전방향에 대한 전시를 볼 수 있다. 지하 1층, 지상2층으로 지난 2014년 3월 개관했다. 1층은 상설전시실·홍보영상실, 2층은 기획전시실·체험실·작은도서관으로 꾸며졌다.

 

준공허가 받기 위한 주차장
 

이 교육관과 전시관은 시민 다수가 이용하는 공간이다. 전국의 유치원 어린이들과 초중고 학생들이 와서 체험활동을 한다. 하지만 건물 뒷편에 있는 지하주차장은 진입하기 매우 어려운 구조로 설계돼 무용지물이다. 다중 이용시설인데도 10대 안팎의 차를 주차할 정도로 좁다. 이 때문에 건물 준공허가를 받기 위한 용도로 주차장을 만든 게 아닌가 의구심이 일고 있다.

교육관과 전시관의 지하주차장은 운천동 주택가에 면해 있어 일단 찾기가 어렵다. 골목에는 날마다 거의 자리가 없을 정도로 많은 차들이 주차돼 있다. 이 골목으로 들어가면 양 기관의 지하주차장이 있으나 대부분 닫혀있다. 평소 닫아놓는다는 것은 주차장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지난 7일 오후 교육관 지하주차장. 이 곳 진입로는 오른쪽으로 급하게 휘어 들어가기가 무척 조심스러웠다. 주택가에 차들이 주차돼 있어 한 번에 진입할 수가 없다. 들어가더라도 주차장이 좁아 차를 돌려 나가기가 쉽지 않았다. 오고 가는 차의 교행은 꿈도 못 꾸고 일단 나가도 골목에 있는 차들 때문에 몇 번씩 왔다갔다한 끝에 겨우 우회전이나 좌회전을 할 수 있다.

교육관 관계자는 “아침에 주차장을 열어 놓는다. 주차장 진입이 어려운 건 맞다. 들어와도 양쪽 방지턱이 높은데다 넓어 차를 긁히는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난다. 주차된 차를 빼서 나가는 것도 힘들어 시민들이 불만을 많이 토로한다”며 “진입로 턱을 약간 낮추면 그나마 들어가는데 더 용이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교육관 지하주차장도 항상 열려있는 건 아니다. 여러 차례 가보았으나 닫혀있는 경우가 더 많았다. 또한 진입로 턱을 낮추는 건 미봉책에 불과하고 근본적인 해결은 아니다.

전시관은 여러 차례 가본 끝에 지난 14일 오후 지하주차장이 열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진입로는 일직선이나 역시 경사로가 급했다. 이 날 8대의 차가 주차돼 있었다. 그러나 주차장이 좁아 차를 돌리기가 매우 어려웠다. 여러 번 왔다갔다 한 끝에 나왔으나 골목에 있는 차들로 인해 마음대로 달릴 수가 없다. 이 곳 역시 교행은 어렵다.
 

청주시 근현대인쇄전시관의 지하주차장은 거의 닫혀있다. 관계자들의 전용 주차장으로 전락한 지하주차장의 입구. 사진/육성준 기자

관계자들만 이용 ‘얌체행정’
 

이런 사정 때문에 시민들은 양 기관의 지하주차장을 별로 이용하지 않는다는 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한 번 들어가 본 사람은 다시는 가지 않는다고 한다. 현재 이 곳의 주 이용객은 양 기관의 관계자들 주차장이 돼버렸다. 특히 전시관은 지하주차장 출입문을 거의 닫아놓고 관계자들만 이용하는 ‘얌체행정’을 하고 있다. 교육관은 전시관보다 열어놓는 날이 많지만 이 곳 역시 관계자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다.

한편 고인쇄박물관 측은 교육관과 전시관의 지하주차장이 불편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한 관계자는 “이 곳의 주 이용객은 학생들이다. 학생들은 단체로 버스를 타고 오기 때문에 주차장 때문에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시민들은 인근에 있는 고인쇄박물관 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며 “전시관과 교육관에서는 도난 위험과 관리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평소에 닫아놓는다고 한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박물관 주차장은 전체 주차면수가 56면 밖에 되지 않는다. 평소에도 차가 많이 왔다갔다 하고 축제나 행사 때는 아예 접근 불가다. 이런 사정 때문에 주차하기가 어렵다. 설사 박물관 주차장이 여유가 있더라도 전시관과 교육관 지하주차장은 주차장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또 박물관 측은 양쪽의 지하주차장 주차면수가 각각 12면이라고 했으나 기둥 때문에 12대를 놓을 수 없다. 잘해야 10대 주차할 수 있는 정도다. 이는 서류상으로만 12대라고 적어놓은 것에 불과하다. 이들은 이어 올해 1월부터 오는 2020년 12월까지 박물관 주차장 입구~흥덕초 앞을 차없는 거리로 만들고 현재 지구단위 변경까지 마쳤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곳을 차없는 거리로 조성해도 주차장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직지와 우리나라 옛 금속활자 인쇄술에 대해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청주시 금속활자주조전수교육관. 사진/육성준 기자

그래서 교육관과 전시관의 지하주차장은 사용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준공허가를 받기 위한 용도로 만든 것이라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면적 대비 주차면수를 채우는데 급급했던 것. 이에 대해 한 청주시민은 “이 곳의 지하주차장은 차를 주차하라고 만들어놓은 게 아니다. 주택가에 바짝 붙여 진입하기가 어렵고 나오기도 힘들다. 한 번 들어갔다가 나오느라 여간 고생한 게 아니다”며 “그저 형식적인 주차장일 뿐이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한 시민은 “공공기관에서도 이런 식으로 건물을 짓는다는 것에 놀랐다. 지하주차장 한 번 만들어놓으면 바꾸기가 어려운데 이렇게 한다는 건 시민 편의를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것”이라며 “지하주차장 지으려면 얼마나 많은 예산이 들어갈텐데 이런 식의 행정을 하느냐”고 분개했다.

우리나라 인쇄술의 발전사를 볼 수 있는 청주시 근현대인쇄전시관, 사진/육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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