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시의회 태풍에 물난리까지 났는데 일본 연수
상태바
충주시의회 태풍에 물난리까지 났는데 일본 연수
  • 윤호노 기자
  • 승인 2018.09.19 12: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전심의는 무용지물 “우리가 알아서 간다는데…”, 시의원 6 + 공무원 6명이면 1대1 수행

충주시의회가 최악의 ‘물난리’가 발생한 일본으로 해외연수를 강행해 논란이다. 충주시의회 등에 따르면 시의회 행정복지위원회(행복위)는 지난 17일부터 나흘 동안 일본 오사카와 고베, 교토지역 문화관광 우수 사례를 둘러보는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이번 일본 해외연수에는 행복위 소속 시의원 9명 중 6명과 시의회 사무국 공무원 3명, 시 집행부 공무원 3명 등 12명이 참여했다. 예산은 시의회 1220만 원과 본청 339만 원 등 1560만 원이다.

하지만 행복위가 연수 대상지로 선정한 오사카와 고베, 교토는 최근 태풍 ‘제비’의 직격탄을 맞은 일본 서남부 지역이다. 적지 않은 사상자와 막대한 재산 피해가 발생하면서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있다는 현지 보도도 잇따랐다.

때문에 태풍 피해로 도로 등 기반시설이 망가졌고 피해복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마당에 제대로 된 해외연수가 가능했겠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더욱이 이번 연수의 목적이 일본의 치매관리 우수시설과 문화관광 우수사례 견학으로 알려지면서 연기하든가 포기했어야 했다는 게 중론이다.

시민 황모(47·충주시 칠금동) 씨는 “태풍으로 도시 전체가 아수라장이 됐는데 꼭 거기로 해외 연수를 가야 되느냐. 도시 시설이 무너진 피해지역으로 가서 무엇을 배워 오겠다는 건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고 말했다.

시의회는 지난해도 사드 문제로 중국의 보복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혈세로 중국 연수를 강행해 시민들의 분노를 샀다. 학생들 수학여행도 중국 일정을 변경하는 사례가 쇄도하는 가운데 이뤄진 연수여서 시민 반감은 더 컸다.

시의회 “취소하면 위약금 부담”
일본 연수일정도 지적된다. 3박 4일 중 절반 이상이 관광지 일정으로 짜여 져 외유성 연수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실제 첫째 날과 마지막 날에는 공식기관 방문 일정이 없고 전통시장과 공원 견학 등으로 이뤄져 있다.

공직사회 일부에서는 시의원과 동수의 공무원이 동행한 것은 사실상 시의원들을 1대 1로 수행하는 셈이라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대해 시의회 관계자는 “태풍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예약했던 일정이어서 취소하기 어렵고, 현지로부터도 정상적인 일정 소화가 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면서 “일본 현지나 여행사 사정으로 취소되면 환불을 받을 수 있지만 시의회 사정으로 취소하면 개인적으로 위약금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진행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재해상황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방문지역을 확인해본 결과 당초 계획대로 벤치마킹 진행에는 큰 무리가 따르지 않아 숙고 끝에 진행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충주시의회에 앞서 충북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는 지난해 7월 청주지역 수해가 극심한 상황에서 유럽 해외연수를 강행해 국민적 공분을 샀다. 행문위는 수해 복구에 팔을 걷어붙인 도민을 뒤로한 채 같은 해 7월 18일 8박 10일 일정의 연수를 떠났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2~3일 만에 조기 귀국했다.

각 정당은 시기적으로 부적절한 유럽 해외연수에 참가했던 소속 도의원들을 모두 제명했으며 일부 의원은 의원직을 자진 사퇴하기도 했다.

충주시의회의 경우 3년 전 일본 방문 도중 성희롱 발언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당시 윤범로 의장은 일본에서 충주시청 여직원에 대한 성희롱 발언으로 망신을 당했다. 만찬자리에서 여직원에게 성희롱 발언을 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것.

여기에 2008년 태국 해외 연수에서 성매매 의혹이 전국적으로 보도되며 지역 이미지마저 추락시켰다.

이에 연수를 감시하기 위해 공무국외여행 심의위원회가 도입됐는데 시의회는 심의위를 스스로 무력화시켰다. 2016년 2월 개정된 충주시의원 공무국외여행 규칙에는 10인 이하 시의원들의 해외연수 시 대학교수와 여행전문가, 시민사회단체대표 등으로 구성된 심의위의 사전 심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존 ‘4인 미만의 해외연수 시’ 심의위 개최 규칙을 ‘10인 이하’로 대폭 늘린 것. 처음 개정은 2012년 이뤄졌다. 기존 3인 미만 의원들이 공무국외여행을 했을 경우 심사를 받지 않았던 것을 4인 이하로 변경하더니 2016년 슬그머니 해외연수 기준을 다시 변경한 것이다.

해외연수 사전심의 ‘유명무실’
충주시의원은 전체 19명으로 대부분 상임위별로 많아야 7~8명이 해외연수를 가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심사를 받지 않겠다는 의도다. 도내에서 연수 인원을 기준으로 심사 유무 규정을 규칙으로 정해 놓은 지방의회는 충주시의회 뿐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부분 세금으로 추진되는 시의원 해외연수가 합리적인 논의 없이 진행돼 시의원들의 사적인 여행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번 일본 연수를 간 시의회 행복위도 심의를 받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공무원들의 해외연수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시의원들이 정작 자신들의 해외연수에 대해서는 관대한 모습을 보인다며 꼬집고 있다. 이언구 전 충북도의장은 “심의위를 거치고 해외연수를 가도 문제점이 수두룩하게 나오는데 그것마저도 안 받겠다는 것은 시의원들을 뽑아준 시민들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지방의회가 시민들의 감시시스템을 강화하는 마당에 최소한의 안전장치마저 거부한다면 충주시의회는 무소불위 권력집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충주시의회는 특별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허영옥 시의장은 “충주시의회 공무국외여행 규칙에 대해 좋고 나쁘고를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며 “앞으로 시의원들과 함께 개정 여부 등에 대해 논의해보겠다”고 답변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