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로컬푸드가 갈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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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로컬푸드가 갈 길
  • 권영석 기자
  • 승인 2018.09.20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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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 “관행을 넘어 참여하는 건 힘든 현실”
중구난방인 지원정책을 하나로 모을 때

로컬푸드는 장거리운송을 거치지 않은 지역농산물로 반경 50km 이내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지칭한다. 현재 전국 대부분의 지자체는 관내에서 생산되는 로컬푸드를 의무적으로 소비하는 정책을 시행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로컬푸드를 지역경제 살리기, 사회적이고 건강한소비의 표어로 인식하고 있다.

청주시 서원구 분평동의 한 생협 매장 /육성준 충청리뷰 기자

시류에 따라 청주시에도 7곳의 로컬푸드 직매장과 8곳의 정기 직거래 장터가 있다. 지역 농민들이 물건을 공급하거나 장터에 참여해 직접 물건을 팔기도 한다. 매장마다 지역마다 수익의 편차는 크다. 인구가 많은 지역이라고 판매가 잘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청주시 산남동에서 로컬푸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김남운 두꺼비살림 이사장은 “로컬푸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에게 얼마나 가까이 다가가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일부 판매처에서는 로컬푸드가 아닌 물건도 거래된다고 한다. 눈에 잘 띄지는 않아서 소비자가 모를 수도 있다. 하지만 농민들은 사정을 뻔히 안다. 그러다보니 취지를 잃고 돈에 눈이 먼 곳들에는 농민들이 참여하기를 꺼린다.

그 사이 물건을 확보하기 위해 일부 상인들과 거래하는 곳도 있다고 농민들은 말한다. 크고 작은 갈등이 생기며 로컬푸드를 판매하는 원래 목적과 취지는 희미해져 간다. 이를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많은 소작농참여가 핵심

청주시내 로컬푸드 직매장을 분류해보면 농협에서 운영하는 로컬푸드 매장과 협동조합들에서 운영하는 매장으로 구분할 수 있다. 또한 청주시에서 구별로 로컬푸드 정기 직거래장터를 운영한다. 장터는 구별로 조직된 직거래협의회를 통해 1년에 한번 농민을 모집해서 운영한다. 보기에는 잘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취재를 하며 청주의 한 생협 관계자와 직거래장터 관계자를 만났다.

청원구에서 만난 한 농민은 지난해까지 로컬푸드 직거래장터에 참여했다. 개인적 이유로 올해는 참여하지 않는 상황. 그는 “청원구에서는 두 곳에서 장터가 열린다. 농민마다 다르지만 수익은 대략 하루에 40만원 남짓이다. 농민마다 이해관계가 다르다보니 품목이 겹치는 등 크고 작은 문제들이 있었다. 일주일에 3번을 참여해야 한다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이도 있었다. 또 일부는 좋은 자리를 달라며 싸우는 경우도 있었다”며 로컬푸드 장터의 실태를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전업농의 경우는 로컬푸드 직거래장터에 참여해 직접 파는 것 자체가 녹록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농업보다 상업에 전념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고 한다. 그는 “로컬푸드의 취지는 판로가 마땅치 않은 농민이나 소량으로 농사짓는 사람들에게 판로를 제공하는 일이다. 그런데 참여한 농민 가운데 직접 농사지은 것보다 누군가의 것을 가져다 파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게 로컬푸드 장터의 현실이다”고 지적했다.

이제 농사를 시작한 젊은이들은 장터에 아예 설 자리조차 없다고 한다. 품목이 겹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이를 넘기 위해서는 다른 농민들을 통해야만 한다.

그래서 고정적 장터에서 벗어나 농산물한마당 같은 한시적 행사에 참여하고 싶어도 선정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로컬푸드 장터 등에서 일정 경력을 쌓아야 한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만 이로 인해 진입장벽은 더 높아졌다는 게 농민들의 주장.

흥덕구 문암동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또 다른 농민은 “농가들을 보호하고 판로를 확보하기 위해 작목반들이 운영되지만, 몇몇 작물을 제외하고 제대로 운영되는 작목반은 거의 없다”며 “결국 하던 사람이 계속하는 구조다. 그들이 주변 지인들의 물건을 가져다 로컬푸드 판매처에 내놓는 일이 성행하기에 그들을 통하지 않으면 장터나 매장에 나가는 것조차 어렵다”고 지적했다.

 

로컬푸드통합지원센터 필요

이런 현실에 대해 청주시 농업정책자문을 하고 있는 지역 대학의 K 교수는 “로컬푸드는 소령·고령농을 위한 유통채널이다. 그래서 순회수거를 통해 운영해야 이상적”라고 말했다. 이어 “로컬푸드정책은 아직 갈피를 못잡고 있다”며 “정부정책이 농가에 퇴비를 지원하는 생산증대정책에서 판로를 위한 예산을 지원하는 판로지원정책으로 바뀐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정책적 준비가 덜된 탓도 있다”고 주장했다.

청주시의 경우 2015년 29억원이던 로컬푸드 지원예산이 대폭 확대돼 올해는 110억원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예산이 늘어난 만큼 실제 지역농민에게는 돌아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K 교수는 “로컬푸드는 영세농민들의 안정적 성장을 우선으로 시작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판로를 확보해야 하는데 충북도는 관리주체가 중구난방이다. 이를 하나로 묶어야 한다”며 로컬푸드 통합지원센터 설립논의가 시작된 배경을 설명했다.

현재 충북 로컬푸드 관련 정책은 지역농업기술센터, 지자체 농정과, 교육청의 학교급식, 그리고 6차 산업 지원 등 몇 갈래로 쪼개져 있다. 정책적 접근도 각각이다. 이에 대해 청주의 한 생협 관계자는 “로컬푸드 정책전환은 유통업자에서 생산자로 관점이 옮겨지는 패러다임이어야 한다. 그렇지만 기존 방식에서 로컬푸드를 접근하다보니 관련 예산이 일부 업체들에게 주먹구구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5년 전주시는 ‘전주푸드통합지원센터’를 설립했다. 완주군은 재단을 만들었다. 특히 완주의 사례는 해외에서도 이름났다. 아프리카 몇몇 국가들이 완주 사례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찾는다. 완주군은 200여개 작목반의 상황을 파악하고 중소농을 연결해 지자체를 중심으로 농업회사법인 ‘완주로컬푸드’를 설립했다. 농민들의 품질은 기술센터에서 지원하고 생산지원은 완주군에서 하는 등 지자체의 역할도 분담하고 있다.

K 교수는 “완주와 비교해서도 청주는 도시 규모에 비해 로컬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은 편이다. 다만 시스템적으로 부족한 점이 많을 뿐”라며 “청주는 넓은 소비지가 농지에서 멀지 않다. 그래서 로컬푸드등 농업기반 시스템이 성장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 현실을 조금만 보완하고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하면 자랑할 만한 시스템을 갖출 수 있을 것”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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