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지사, 국정감사까지 유치 실리 챙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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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지사, 국정감사까지 유치 실리 챙겨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8.10.16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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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축 개발 위해 16일 국토교통위 국정감사 자청의원들과 지사 북치고 장구치고…‘맹물국감’ 지적
국회 국토교통위는 16일 충북도에 대한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사진/육성준 기자

국회 교육위 소속 박용진 의원(민·전북 장수)의 사립유치원 비리 폭로가 연일 화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국정감사가 계속되고 있다. 올해 국정감사 최고의 화제는 단연 사립유치원 비리 가 됐다. 국회의 1년 ‘농사’는 국정감사로 마무리된다.

충북도는 올해 16일 국회 국토교통위, 23일 행정안전위 등으로부터 두 번 국정감사를 받는다. 지난 16일 감사는 쟁점없이 싱겁게 끝났다. 강호축과 KTX 세종역 신설 문제를 빼면 별 다른 게 없었다. 국회의원과 피감기관간 언쟁조차 없어 ‘맹물국감’이라는 소리가 나왔다.

 

홍철호 의원 “충북도가 감사 유치”
 

특이한 점은 국토교통위 국정감사를 이시종 지사가 요청했다는 것이다. 이 지사는 강호축 필요성과 충북선철도고속화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공감대 형성, KTX 세종역 신설에 대한 문제점을 확산시키기 위해 감사를 자청했다. 홍철호 의원(한·경기 김포시을)은 감사장에서 “당초 경기도 감사를 하려고 했는데 충북도에서 국토교통위 간사를 움직여 감사를 유치했다”는 발언을 했다. 그리고 감사 전부터 도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같은 말이 돌았다. 강호축은 강원~충청~호남을 연결하는 벨트로 서울~대구~부산을 잇는 경부축에 대비되는 개념. 경부축에 비해 낙후된 강호축을 개발해야 한다는 게 이 지사의 주장이다.

이 지사는 이날 “충북선철도고속화 사업을 조속히 추진해 강호축이 완성되면 강원과 호남간 끊어진 인적, 물적, 문화적 교류가 활성화될 것”이라며 지지를 요청했다. 그러자 안호영 의(민·전북완주진안무주장수), 이후삼(민·충북 제천단양), 박덕흠(한·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 윤호중(민·경기 구리)의원 등이 강호축 개발 필요성과 예비타당성 조사 없이 충북선철도고속화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윤관석 감사반장(민·인천남동을)도 강호축의 개발 필요성을 주장하며 “강원~호남간 강호축을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는 혁신성장의 축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며 지지했다.

이어 이현재(한·경기 하남), 윤영일(평·전남 해남완도진도), 민경욱(한·인천 연수을) 의원은 KTX 세종역 신설에 대해 질의했다. 이 지사는 이에 대해 답변하며 역 신설의 문제점을 재차 강조했다. 이 날 국정감사는 이 지사의 의도대로 진행됐다. 공무원들은 감사 준비 하느라 힘들었으나 지사는 실리를 챙겼다. 이 지사는 예산 칼자루를 쥐고 있는 국토교통위 의원들에게 강호축 개발의 필요성을 주지시켰고 이들로부터 동의를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다만 이 지사는 감사 시작 전 업무보고 때 주요 현안사업 국비 증액을 요청해 민경욱 의원으로부터 “피감기관으로서 자세가 안돼 있다. 국감인지 당정협의회인지 분간이 안된다”는 쓴소리를 들었다.

 

만만치 않은 행정력 들어가
 

이번 감사는 ‘기획된’ 것이었지만 통상 국정감사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여론이 많다. 대개 이맘 때가 되면 충북도 해당부서 공무원들은 국회의원들의 자료요구에 응대하느라 며칠씩 밤샘작업을 한다. 지금은 자료를 메일로 주고 받지만 과거에는 트럭 몇 대 분량을 보냈느니 하는 말들도 떠다녔다. 그 만큼 의원들이 많은 자료를 요구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감사를 받는 시간은 3시간 남짓밖에 안된다. 지난 16일 국토교통위의 충북도 국정감사 시간은 오전 10시~오후1시 20분. 이 자리에는 15명의 의원이 참석했다. 감사 전에 내려보낸 질의 목록은 의원별 3~8개 였다. 물론 서면질의가 있지만 이 시간에 10여명의 의원들이 질의하고 도지사가 답변하다보면 목록에 있는 것을 모두 물어보지 못한다. 충북도 업무보고와 간부공무원 소개, 양측이 나누는 덕담을 빼면 실제 감사는 2시간 조금 넘는다.

국회의원들은 전날 청주에 와서 묵은 뒤 오전 9시30분경 충북도청에 도착했다. 이어 국정감사를 마치고 도청 구내식당에서 오찬을 한 뒤 현장시찰에 나섰다. 이들은 청주국제공항으로 가서 국내선 여객터미널과 주차타워 증축현장을 살펴본 뒤 오송역으로 가서 세종시 관문공항 진입도로, 중부고속도로 확장, 충청내륙고속화도로 조기 건설 등에 대한 현안사업 보고를 받았다. 이후 오후 4시경 청주를 출발했다.

외견상 국회의원들은 16일 하루를 충북도 감사에 할애했지만 실질적인 감사 시간은 짧다. 이 때문에 과정은 길고 결과는 빈약한 국정감사가 되풀이되고 있다. 한 공무원은 “피감기관이야 감사를 짧게 받을수록 좋지만, 국정감사가 끝나고 나면 허탈할 때가 있다. 자료는 산더미처럼 요구하는데 감사장에서 나오는 질의는 한 의원당 많아야 3~4개”라며 “그 외 자료는 다 사라지고 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감사 때가 되면 피감기관 공무원들은 조금이라도 일찍 질의서를 받으려고 의원 보좌관들에게 매달린다. 그렇게 받아서 답변서를 만든다. 묻고 답하는 과정이 각본을 짜놓고 하는 것이라 우습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에 동의했다. 실제 여러명의 공무원들이 자료 만드느라 며칠씩 밤을 새웠고, 특히 담당부서 직원들이 2~3일 앞두고 꼬박 이 업무에 매달린 것을 따져보면 감사에 들어가는 행정력은 만만치 않다. 감사에서 지적된 사항을 피감기관이 얼마나 개선하는지도 미지수다.

이 때문에 국회 피감기관 감사는 1년에 한 번 하는 의례적인 행사가 아니라 상시 이뤄져 실질적으로 문제점을 개선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게 도민들의 목소리다. 사립유치원 비리가 국정감사에서 밝혀졌지만 이를 알고도 묵인한 국회 교육위도 교육부 못지 않게 비판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국감의원 향한 낯뜨거운 상찬
충북도 몇 년전부터 중앙현관 로비에 입간판 설치

몇 년전부터 충북도는 국정감사를 하러 오는 국회의원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도청 중앙현관 로비에 입간판을 세운다. 지난 16일 국토교통위 의원들이 버스에서 내려 인사나온 피감기관 간부들과 중앙현관으로 들어가자 가장 먼저 반긴 것은 입간판 이었다. 여기에는 의원들의 사진과 이름 외에 ‘젊은데 실력까지’ ‘오직 팔달, 오직 민생’ ‘오직 민생 더 큰 중량’ 등 낯뜨거운 상찬을 늘어놓았다.

16일 국정감사 당일 충북도청 중앙현관 로비에 등장했던 입간판.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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