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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로 마음을 주고 받은 두 주인공일본작가 미야모토 테루의 『금수』

김대선
청주독서모임 ‘질문하는 책들’ 운영자

수요일 저녁에 열리는 새 독서모임 일정을 시작했다. 새로운 모임이니만큼 흥미로우면서도 부담 없이 읽을 만한 책을 골라야 했다. 한참을 고민한 끝에 최근 인상 깊게 읽었던 일본 작가 미야모토 테루의 책 두 권을 골라들었다. 소설집 『환상의 빛』과 장편소설 『금수錦繡』였다. 첫 번째 만남이 끝날 무렵에 두 권의 책을 꺼내 비교하며 소개했다. 두 책 모두가 서정적으로 아름다우며, 서로 헤어진 부부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공통점이 있다.


  • 『금수』는 이야기와 형식 모두가 중요하여 순문학과 장르문학의 장점이 모두 돋보인다. 논의 끝에 『금수』가 첫 번째 책으로 뽑혔고, 나는 얼마 전에 본 책을 다시 읽게 되었다.
    『금수』는 이혼하여 헤어진 두 부부가 우연히 산 위의 케이블카에서 재회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은 반가움보다는 어색함과 민망함으로 별말 없이 헤어지고야 말았다. 그러나 아내였던 아키는 자신들을 헤어지게 했던 사건의 전말과, 꼭 헤어져야만 했던 이유, 전 남편인 아리마의 지금 심정을 더 알고자 하는 마음으로 수소문 끝에 주소를 알아내어 긴 편지를 보낸다. 아리마는 처음에는 답장할 생각이 별로 없었으나, 결국 그 또한 아키에게 답장을 쓰고야 말았다. 『금수』는 이렇게 서로가 주고받는 여러 통의 편지로만 이루어진 서간체 형식의 소설이다.

    금수미야모토 테루 지음 송태욱 옮김 바다출판사 펴냄


    21세기였다면 이메일이나 핸드폰 문자, 카카오톡처럼 신속하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통의 도구를 활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소설의 배경은 지금으로부터 수십 년 전의 일본이었고, 손편지의 기능과 영향력이 생생하게 살아 있던 시절이었다. 편지로 마음을 주고받는 데에는 필연적인 시간의 공백이 생긴다. 아키가 아리마에게 편지를 보내고 첫 답장을 받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렸다.


    그러나 이후로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상황에 따라 편지를 주고받는 간격이 짧아지는 느낌이 전해진다. 서로를 향한 궁금증과 애틋한 그리움, 관계를 이혼 이전으로 복구하려는 마음 등이 뒤섞이면서 작품은 점차 긴박해지면서 결말로 치닫는다.


    서로의 관계를 되돌리려는 노력과 반향
    이혼한 부부가 재회하는 소재의 이야기는 오로지 재결합이나 그 반대의 결말로만 이어질까? 『금수』의 줄거리는 그렇게 단순하게만 진행되지는 않는다. 두 사람에 관련된 또 다른 인물들을 둘러싼 여러 사건과 이야기가 이리저리 얽히면서 뜻밖의 방향으로 뻗어간다. 결말이 누군가에게는 해피 엔딩이겠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새드 엔딩이 될 수도 있다. 그들 중의 한 사람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서 나도 똑같이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던 지점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그의 밝은 앞날을 위해 적극적으로 응원하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 그의 미래를 더 지켜보고 싶고, 그의 미래 이야기로 이루어진 또 다른 소설을 읽고 싶다.


    역자는 사랑은 환상이고, 모르는 게 많아야 환상은 유지된다고 말한다. 현실이 개입하면 환상은 힘을 잃고 사랑은 희미해진다고도 전한다. 아키와 아리마가 주고받은 수많은 편지는 서로의 현실을 깨닫고 이해하려는 무수한 발버둥과 같다. 그들은 서로의 편지로 환상 속에서 불완전했던 과거의 기억을 채워나가며 오해를 바로잡아 나간다. 독자는 이 작품을 읽으면서 자신의 과거를 돌아본다. 미숙했거나, 운이 좋지 않았거나, 성급한 오해로 뭉뚱그려진 기억을 회상하며 후회한다. 그와 동시에 후회를 딛고, 오해를 이해로 바꾸며, 직면한 현실을 받아들여 감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된다.


    저자 미야모토 테루는 『설국』의 가와바타 야스나리와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른 느낌으로 일본 서정문학을 대표하는 거장이다. 『금수』와 『환상의 빛』을 비롯한 미야모토 테루의 몇몇 작품은 그 문체와 분위기와 환경 묘사가 무척이나 아름다워서 독자의 마음을 잔잔하게 안정시킨다.
    『환상의 빛』은 저명한 일본 영화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데뷔작으로도 존재한다. '일본 서정문학의 화룡점정'이라 불리는 미야모토 테루의 정서를 더 느끼고 싶은 분이라면 소설과 영화를 같이 접해도 좋을 듯하다.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책의 만듦새가 참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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