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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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유치원 유감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8.10.17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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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 기자의 ‘무엇’

 유치원을 보내기 전 학부모들은 얼마나 많은 고민에 휩싸이는지 모른다. 지역 맘카페에는 유치원 문의 글이 도배를 하고, 유치원 적령기에 놓인 엄마들은 삼삼오오 모여 ‘어느 유치원을 보내야 하나’로 토론까지 벌인다. 최근 사립유치원들의 비리 현황이 공개됐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국감에서 이른바 ‘비리 유치원’ 명단을 공개했다. 교육청과 지자체만 알고 있던 정보들이 세상에 나온 것이다.

그렇게 믿고 여러 사람들의 검증을 받았던 큰 아이가 다닌 유치원마저도 명단에 끼어 있었다. 방과 후 교사 채용 시 신원조회 등 절차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뿐만 아니라 웬만한 지역의 유명 유치원 이름이 눈에 띄었다. 둘째 아이가 보낼 어린이집도 명단에 있을지 없을지 조심스럽게 살펴봤더니 어린이집은 명단 자체에서 제외돼 있었다. 물론 공개된 자료는 일부다. 아직 비리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 곳들이나 소송 중인 곳은 명단에서 제외됐다. 더 심각한 곳들은 빠졌다는 것이다.

자료에는 전국 사립유치원 1878곳의 5951건 위반 내용이 담겨 있다. 이번에 박용진 의원은 교육부가 제출한 자료를 인용하면서 이미 교육부가 이들 명단을 공개할 계획을 하고 있었으나 실행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결국 학부모만 정보를 몰랐다는 얘기다. 끝까지 모를 수도 있었다. 겨우 구전에 의해 유치원 정보를 파악하는 엄마들에겐 내 아이가 다닐 곳의 실상을 파악할 길이 없다. 공공기관에서 지금까지 이러한 정보를 비공개 한 것이 이해가 안 된다. 그들도 아이들의 학부모였을텐데 기가 막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식약처가 조사해 발표하는 자료 또한 비공개일 경우가 많다.

박용진 의원은 회계 프로그램 늦장 도입과 부실한 감사 시스템도 짚어냈다. 사립학교법상 국공립 유치원은 에듀파인 회계 프로그램을 쓰도록 되어 있는데, 같은 사립학교법을 적용받는 사립유치원만 민간회계 프로그램을 쓴다는 것이다.

학부모로선 화가 나는 일이다. 이렇게 사회시스템이 허술했나 싶다. 국가 보조금을 받으면서도 회계는 자기 맘대로 했다니, 이를 방임한 이들은 대체 누구인가. 하다못해 몇백만원 보조금 사업을 진행해도 제출해야 할 서류가 산더미인데, 아이들을 볼모로 유치원 원장들은 무슨 일을 해왔던가. 자신들의 뱃속을 불리는 일만 했지, 진정 아이들을 위한 목소리를 냈을까 싶다.

보육을 민간에게 맡겨버린 정부, 뒤늦게 국공립 유치원을 늘리려 해도 기존의 기득권 세력과 부딪힐 수밖에 없다. 엇박자 행정의 표본이다. 아이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부모 입장에선 사립이든 공립이든 정말 제대로 교육할 수 있는 곳에 아이를 보내고 싶다. 음식으로 사기치고, 출석일 수를 거짓말로 게재해 돈 타는 그런 곳 말고 말이다. 원장이 공금을 쉽게 유용하는 곳이라면 이곳이 유치원인가, 사기업인가. 그래서 엄마들은 분노한다.

또 지금까지 이 모든 사실을 묵인한 교육부와 지자체, 그리고 일부 비양심적인 유치원 운영자들에게 목소리를 높인다. 자기 직업에 대한 소명의식까진 바라지 않는다. 적어도 아이들 보는 앞에서 사기는 치지 말자는 것이다. 부끄럽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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