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국악 소재 좋으나 행사 끝나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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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국악 소재 좋으나 행사 끝나면 ‘끝’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8.10.25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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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와인축제 9회, 난계국악축제 51회이나 축적된 자료 없어
와인 2억여원 매출 올려, 영동축제관광재단 전문가로 채워야
영동군은 특산물인 포도를 활용해 매년 와인축제를 연다. 관람객들은 3000원에 와인잔을 사서 와인을 마음껏 시음할 수 있다. 사진=영동군

충북의 축제 뒤집어보기
영동의 와인&난계국악축제 

영동군은 특산물인 포도를 가공한 와인과 난계 박연선생에서 착안한 국악을 동시에 축제로 만들었다. 영동은 박연 선생의 고향이다. 선생은 고구려의 왕산악, 신라의 우륵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악성(樂聖)으로 추앙받고 있다. 대한민국와인축제와 난계국악축제는 지난 11~14일 영동 하상주차장에서 함께 열렸다. 올해 와인축제는 제9회, 난계국악축제는 제51회 째를 맞이했다. 박연선생을 기리는 국악축제는 50회를 넘었다.

영동군은 “양 축제에 모인 인파가 28만 5000명이고 와인 시음·판매장에서 1만6000여병, 총 2억1000만원 어치 와인이 판매됐다”고 발표했다. 1000만원 이상 매출을 올린 와이너리가 8개 나왔다고 한다. 와인축제 주요 프로그램은 와인 시음·판매, 와인족욕, 한국와인대상 시상, 통기타경연대회, 영동와인 찾기 등이다. 그리고 국악축제는 타북식, 숭모제, 어가행렬 및 종묘제례, 국악공연, 국악기 연주 및 제작체험 등으로 꾸며졌다.

 

와인 시음·판매장 인산인해
 

와인축제는 김천·무주 등 전국에서 몇 군데 열리고 있으나 영동 축제가 가장 많이 알려졌다. 올해 축제에는 영동군의 총 42개 농가형 와이너리 중 32개가 참여했다. 영동뿐 아니라 다른 지역 와인농가도 참여토록 해서 소비자들의 선택 폭을 넓혀주었다.

축제는 역시 먹고 마시는 와인 시음·판매장이 가장 인기를 끌었다. 시음·판매장은 전국에서 온 관람객들로 인산인해였다. 참가자들은 3000원에 와인 잔을 사서 부스마다 다니며 와인을 마음껏 시음할 수 있다. 또는 따로 병 와인을 사서 마실 수도 있고, 피자·스테이크·치즈 등과 각종 한식·김밥·떡 등도 사 먹을 수 있다. 김밥이나 떡 등은 포도색깔을 입혀 눈길을 끌었다. 축제에 온 손님들은 와인을 마시며 초대가수 공연과 마술 등을 감상했다.

영동군은 이 행사장과 약간 떨어진 곳에 와인터널을 조성하고 축제에 맞춰 문을 열었다. 이 곳은 와인문화관, 영동와인관, 세계와인관, 레스토랑, 체험관, 판매장, 이벤트홀을 갖춘 공간이다. 관람객들은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서 긴 터널을 따라 구경한다. 군은 와인에 대한 전시·시음·교육·체험·판매가 한 군데서 가능한 곳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와인축제와 와인터널, 국악축제에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견들도 많다. 영동군은 지난해 7월 영동축제관광재단을 출범시켰다. 영동군은 “우리지역은 포도, 국악, 와인, 곶감축제와 관광산업을 발전시켜 왔다. 앞으로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채용해 축제·관광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해 재단을 설립했다”고 밝혔다. 이사장은 박세복 군수이고, 그 밑에 상임이사와 사무국장이 있다.

공무원들이 주도적으로 일을 하는 다른 지자체와 달리 따로 재단을 만들었다는 것은 앞서가는 점이다. 하지만 상임이사는 전 영동군의장, 사무국장은 영동군에서 파견한 6급 공무원이 맡고 있다. 아래 직원들은 축제와 관련된 사람들이나 간부들이 선출직공무원 출신과 현직 공무원이다보니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여론이다. 의도는 좋았으나 그에 걸맞는 인선이 이뤄지지 않아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 실질적으로 축제를 만드는 축제관광팀에는 직원 3명이 근무하고 있다.

그리고 와인터널은 넓은 이벤트홀을 마련해 세미나나 행사를 할 수 있게 한 점은 돋보이나 외관이 시대에 뒤떨어진 점이 있다. 이 곳에서 만난 한 관광객은 “한 군데서 와인 문화를 보고 느끼고 와인까지 살 수 있어 좋다. 아쉬운 점은 외관이 좀 촌스럽고 내부가 지나치게 복잡하며 레스토랑의 품격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와인레스토랑은 와인과 어울리는 음식을 팔아야지 분식이 뭐냐”고 한마디 했다.
 

영동군은 올해 제51회 난계국악축제를 와인축제와 동시에 열었다. 박연 선생의 고향인 영동에는 국악인프라가 많으나 이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사진=영동군

대중성만 중시한 난계국악축제
 

특히 난계국악축제는 50년이나 된 축제이나 아직도 자리를 잡지 못했다. 영동군 심천면 국악로에는 지난 2000년 완공된 난계국악박물관이 있다. 이와 더불어 난계 선생의 사당을 모신 난계사, 난계생가, 난계국악기제작촌, 영동국악체험촌이 있다. 난계와 관련된 인프라가 이렇게 많음에도 이를 살리지 못했다. 대중들의 눈높이에만 맞추다보니 어가행렬, 국악공연, 전통혼례 재현, 뮤지컬 등이 주를 이뤘다. 전문 국악인들이 보고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은 없었다.

다행히 올해는 임재원 국립국악원장을 숭모제 때 초청해 종헌관 역을 하도록 했다고 한다. 그래서 내년부터는 국립국악원이 축제 때 와서 국악을 연주하기로 약속했다는 것. 정일택 영동군 부군수는 “국립국악원이 국악을 연주하면 품격이 훨씬 높아질 것이다. 그리고 전국의 국악인들이 국악체험촌에 머물며 학술회의, 세미나, 위크숍 등을 한다면 난계국악축제는 국악인들의 잔치가 될 것이다. 영동은 국악에 관한한 종가집 역할을 해야 하는데 아직 못하고 있다. 그렇게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80%가 산인 영동군에 미래를 내다보고 국악기를 만들 수 있는 나무를 심고, 오는 2022년 폐과가 되는 영동산업과학고의 골프과 대신 악기제작과를 신설해 악기제작자를 길러내겠다고 밝혔다. 이어 와인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치즈생산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영동군에서 치즈를 소량 생산하고 있으나 질 좋은 치즈를 대량생산 해 와인과 함께 판매하는 체계를 구축하려 한다”고 말했다.

영동군에 따르면 올해 와인축제는 3억5500만원, 난계국악축제는 11억9000만원의 예산이 들어갔다. 두 축제의 가장 큰 문제는 끝나면 남는 게 없다는 것이다. 둘 다 학술회의 한 개 없이 놀고 마시는 행사로 끝나 이런 지적을 받고 있다. 또 난계국악축제는 10억원이 넘는 돈을 들이고도 난계가 빠진 알맹이 없는 이벤트에 그쳤다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영동의 포도와 와인, 난계 및 국악에 대한 연구가 학술회의를 통해 활발히 발표돼야 해를 거듭할수록 소프트웨어가 쌓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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