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에 분노한 학부모 ‘국공립 단설’ 요구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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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유치원에 분노한 학부모 ‘국공립 단설’ 요구 봇물
  • 윤호노 기자
  • 승인 2018.10.24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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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이번 기회에 국공립유치원 확대해야”

사립유치원 회계 비리에 분노한 학부모들의 목소리가 ‘국공립유치원 확대’로 모아지고 있다. 특히 학부모에게 인기가 좋은 단설유치원이 대안으로 나오고 있지만 모집인원이 한정돼 있고, 시설이 많지 않아 증설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비리유치원 명단이 공개되면서 전국적으로 파장이 이는 가운데 충주·음성지역에 유아 및 원아를 둔 부모들이 국공립 단설유치원을 늘려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6세 아이를 원생으로 둔 한 학부모는 “비리가 심한 사립유치원은 정말 문을 닫아야 한다. 대신 국공립유치원이 많이 확대돼서 아이들이 편안하고 행복하게 자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공립유치원을 늘리자는 주장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국가가 유아교육을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나왔다.

정부는 이런 의견을 반영해 2022년까지 국공립유치원에 다니는 원아 비율(국공립유치원 취원율)을 40%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 중이다.

지난해 기준 국공립유치원 취원율은 24.8%다. 하지만 정부 및 교육당국에서 추진하는 유치원은 대부분 병설유치원이다. 기존 학교시설을 활용해 단설유치원보다 설립이 쉽기 때문이다.

병설유치원은 부지를 별도로 확보할 필요가 없고 학생 감소에 따라 학교에 남는 공간을 활용하기 쉽다. 그러다보니 국공립유치원 대부분은 병설유치원이다. 유아정책연구소가 지난해 펴낸 ‘공립유치원 확충 정책평가와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4678개 국공립유치원 중 병설이 94.1%(4403개)에 달한다.

충주와 음성도 비슷하다. 충주지역 국공립유치원 중 단설유치원은 3개, 병설유치원은 30개이며, 음성은 단설 3개, 병설 18개다.

학부모들은 시설과 설비가 유아에 맞게 구성된 단설유치원을 원한다. 때문에 유아 및 원아를 둔 부모들은 단설유치원 확충을 바라고 있지만 현실적 어려움이 많다.

먼저 예산확보문제다. 단설유치원을 설립하려면 서울의 경우 1곳당 100억 원 이상의 예산이 들어가며, 지방도 50억 원이 넘는 재원이 필요하다. 2013년 충주예성유치원 설립 문제가 나왔을 때 54억 원의 설립비가 거론됐다.

사립유치원들이 공립유치원 확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문제다. 지난해 전국적으로 진행된 제2차 유아교육발전 5개년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현장세미나들이 사립유치원 모임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의 집단행동으로 무산된 바 있다.

단설유치원 설립…사립 반발로 좌절
당시 한유총은 기본계획 중 국공립유치원 취원율을 40%까지 높인다는 내용에 크게 반발했다. 충북도 단설유치원 설립 시 사립유치원들의 반발로 단설유치원 건립은 난항을 겪었다. 2012년 도의회는 예성단설유치원 건립 예정지가 도심에서 멀리 떨어졌다며 건립 예산 52억 원을 전액 삭감했다. 유치원 버스가 운행되는 점을 감안하면 궁색한 변명거리였다.

오히려 도내 사립유치원·어린이집 발전협의회가 “공립유치원은 설립 취지에 맞게 저소득층 자녀와 벽지 유아들이 있는 곳에서만 설립해야 한다”고 도의원들을 압박한 것이 건립을 막은 실질적 이유였다. 선출직인 도의원들이 사립유치원 등의 눈치를 본 것.

여기에 당시 도의원들 중 일부가 사립유치원 및 어린이집을 운영한 것도 단설유치원 설립을 방해하는 요인이 됐다. 2013년에도 도의회는 “도교육청이 낸 단설유치원 설립 계획안은 당장 필요한 사업인지 더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며 상정을 보류했다.

저출산 등의 여파로 사립유치원 신설은 더 이상 없을 것으로 보인다. 충북도교육청은 최근 낸 ‘사립유치원 설립 가능 권역 및 취원 가능 정원’ 공고를 통해 내년부터 2021년까지 10개 취학 권역에서 사립유치원 신·증설이 불가하다고 못 박았다.

유치원 취학 희망 유아의 적정한 수용을 위해 3년 마다 수립하는 유아 수용 계획에 따른 것이다. 충주지역의 경우 대단위 개발지역인 주덕읍, 대소원면, 중앙탑면 2권역에 한해 같은 기간 1학급(45명)만 증설한다고 공고했다.

각 권역의 사립유치원들이 자발적으로 정원을 대폭 축소하는 등 상황 변화가 없는 한 사립유치원 설립 인가는 도내에서 사실상 막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매입형 공립유치원 설립으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내년 3월 ‘매입형 공립유치원’을 처음 선보일 예정이다.

경영이 어려운 사립유치원들을 사들여 공립유치원으로 전환하는 방식의 매입형 공립유치원은 기존 유치원 시설을 재활용할 수 있어 쉽고 효율적으로 공립유치원을 확보할 방안으로 꼽힌다. 충북지역도 깊이 있게 생각해볼 대목이다.

단설유치원은 유아교육을 전공한 원장과 원감이 운영하는 공립유치원으로 학비가 사립유치원의 6분의 1 수준이어서 학부모들로부터 인기가 높다. 또 원아교육프로그램도 체계적이어서 학부모들은 어느 유치원보다 단설유치원을 선호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지역 내 설치된 단설유치원은 한정된 모집인원 탓인지 사회적 배려 대상자 자녀의 입학 기회가 축소돼 있어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다.

단설유치원 입학 우선순위 ‘논란’
충주 A단설유치원은 다문화·다자녀와 한부모 자녀들은 모집인원의 20% 내에서 우선 선발하지만 장애부모 자녀는 순위에서 빠졌다. 대신 재원 유아의 동생들에게 입학기회를 주고 있다.

교육부는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3조(의무교육)에 의거 특수교육대상자를 100% 반영할 것으로 권고하고 있다. 또 법정저소득층, 국가보훈대상자, 다문화가정 및 다자녀 가정, 한부모 가정 및 장애 부모 자녀를 우선 입학 권고사항에 넣었다.

하지만 일선 현장에선 이것이 정확히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 쌍생아 입학 역시 일반 원아와 동일한 방법으로 각각의 추첨 기회를 줘 입원을 사실상 차단하고 있다.

말이 많자 교육부는 내년 입학생부터 재학생·특수교육대상자(최우선 순위), 법정저소득층 자녀(1순위), 보훈대상자 자녀 (2-1순위), 북한이탈주민 자녀(2-2순위), 다자녀·다문화·장애부모 자녀(유치원 재량) 등으로 순위를 구분했는데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지는 미지수다.

충주 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비리 사립유치원에 대한 강한 징계 및 처벌과 더불어 단설유치원 확충과 입학에 대한 제도적 보완마련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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