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권태응, 문학상으로 부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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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권태응, 문학상으로 부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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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0.24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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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 100주년 맞아 문학상 시상, 11월 17~18일 ‘감자꽃 큰잔치’ 열어

“자주 꽃 핀 건 자주 감자/ 파 보나 마나 자주 감자// 하얀 꽃 핀 건 하얀 감자/ 파 보나 마나 하얀 감자.” (‘감자꽃’ 전문)

이 안 시인〈동시마중〉편집위원

독립운동가이자 탁월한 동시인(童詩人)인 동천(洞泉) 권태응(1918-1951) 선생의 삶과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한 문학상이 제정되었다. 선생의 고향인 충북 충주시(시장 조길형)에서는 선생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동시 분야 국내 최고 상금 2000만원의 문학상인 권태응 문학상을 제정하여 매년 시행하기로 했다. 제1회 수상작은 2017년 1년 동안 국내에서 출간된 모든 동시집을 대상으로 하여, 예심과 본심, 최종심 등 3단계 심사를 거쳐 결정된다.

문학상의 권위는 엄격하고 공정한 심사에 의해 세워지고 유지된다. 충주시는 이를 위해 ‘권태응 문학상 운영 규칙’을 정하고, 심사위원의 자격을 엄격히 제한하였다. 국가문화예술지원 시스템상 동시 분야 지원금 심의 이력을 지닌 이나 중앙 일간지 신춘문예 동시 분야 심사 경력을 지닌 이로 한정한 것이다. 객관적 자격을 갖춘 심사위원들이 자신의 문학적 입장과 명예를 걸고 1년 동안 출간된 최고의 동시집에 수상의 영예를 안기게 하자는 것. 이에 따라 권영상, 김륭, 이정록 시인이 제1회 권태응 문학상 심사위원에 위촉되었다.

권태응은 폐결핵 3기 중환자의 몸임에도 자신의 모든 것을 동시 창작에 쏟아 부었다. 시조와 단시 창작을 거쳐 필생의 업으로 매진한 것은 오로지 동시 그 하나였다. 다음달 출판사 창비에서 출간되는 <권태응 전집>은 습작기의 방대한 원고를 빼고도 600쪽에 이르는 대작이다.

권태응이 시조와 단시 창작을 거쳐 동시 ‘땅감나무’에 도착한 것은 1945년 5월 25일이었다. 이때를 기점으로 치면 1년에 100쪽 분량의 원고를 남긴 것이니, 건강한 사람의 몸으로도 이루기 어려운 문학적 성과가 분명하다. 전집 출간을 계기로 문학적 연구와 평전 작업이 뒤따르고, 유적지 보존, 생가터 매입 및 복원, 권태응 문학관 건립 등 기념사업이 차근차근 이루어질 전망이다. 선생의 탄생일인 지난 4월 20일, 충주시는 이러한 내용을 담아 기념사업의 방향과 과제를 제시한 바 있다.

권태응은 흠결 없는 삶의 자취와 뛰어난 문학적 성취를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사후 70년 가깝도록 미발굴 상태의 보물 같은 존재로 남아 있었다. 탄생 100주년인 올해는 늦었으나마, 늦었기에 더욱 조심스럽게 선생의 삶과 문학을 현재로 모셔오는 원년이 되어야 한다.

수상자에게 영광이 될 권태응 문학상
충주시와 권태응 선생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는 오는 11월 17일(토), 18일(일) 이틀에 걸쳐 ‘권태응 선생 탄생 100주년 기념 감자꽃 큰잔치’를 연다. 권태응 학술대회(17일 오후 2시, 충주시청 대회의실), 권태응 음악 공연(17일 오후 4시 30분, 충주시 문화회관), 제1회 권태응 문학상 시상식 및 축하 공연(18일 오후 3시, 충주시 문화회관)도 이어진다.

권태응 선생 관련 자료 전시(11월 5일~18일, 충주시 문화회관 전시실)는 2주간 열린다. 이에 연동하여 진행되는 제2회 전국 동시인 대회에는 ‘6인 6색 동시 콜라보’, 동시 낭독, 어린이 독자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낭독, 지역 동시 모임 낭독 공연, 권태응+류선열 문학기행, 동심 나누기 운동회, 시인과 독자가 함께하는 백일장 등 1박2일 동안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이에 맞추어 출간되는 기념 도서도 적지 않다. 앞서 말한 <권태응 전집>(창비)을 비롯하여 108인의 시인이 참여하는 제2회 전국 동시인 대회 기념 동시집 <이따 만나> <길에서 기린을 만난다면>(사계절출판사), 권태응 어린이 시인학교 어린이 시 선집 <나비가 없어도 꽃은 예쁘다>(브로콜리 숲), 2018 권태응 어린이 시인학교 어린이 시집 <내가 담긴 글자>(충주작가회의)가 나란히 출간되어 권태응 선생 탄생 100주년을 기린다.

권태응 시인

매년 동시 쪽에 주어지는 상금이 너무 과하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인구 20만이 넘는 충주시가 전체 시예산 중 3500만 원을 들여 문학사에 길이 남을 시인을 기리고 충주시의 문학적, 문화적 유산을 전국에 알리는 데 이보다 더 효과적인 기획을 찾긴 어렵다.

권태응 문학상을 동시에 국한하지 말고 아동문학 전체로 확대하자는 주장은 여러 문학상의 전례에 맞지 않는다. 축구선수를 기리기 위해 제정한 상에 야구선수와 농구선수까지 포함하자는 주장과 다르지 않다. 권태응은 ‘동시를 쓰기 위해 이 세상에 잠깐 다녀간 사람’(이오덕)이고, ‘헐벗은 아이들의 가슴에 별을 심은 시인’(신경림)이다. 권태응 문학상이 동시를 쓰는 시인에게 주어지는 건 김수영 문학상이 시인에게 주어지고, 황순원 문학상이 소설가에 주어지는 것만큼 상식적이다.

엄격하고 공정하게 운영하여 권태응 문학상이 권태응 선생께는 보람이 되고, 수상자에게는 영광이 되고, 동시 문단에는 잔치가 되며, 충주시민에게는 문화적 자랑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취지를 담은 충주시의회의 조례 제정도 필요하다. 제1회 권태응 문학상 심사 결과는 10월 말쯤 충주시 중원문화재단의 보도 자료로 공개된다. 심사경위와 심사평, 수상소감 전문은 충주에서 발행되는 동시 전문지 <동시마중> 제52호(2018년 11·12월호)에 수록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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