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여행 후 태국요리에 도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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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여행 후 태국요리에 도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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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0.26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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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팟퐁커리는 다양한 해산물 맛 살려주는 태국식 게살카레요리

오랜 기간 활동가로 살아오면서 적절한 때에 여행을 가거나 모든 활동을 잠시 중단하고 휴식을 가져야 한다고 함께 일하는 공룡식구들에게도 많이 권하는 편이다. 올해 유독 폭염과 일 때문에 몸과 마음이 지쳤다. 그래서 무리해서 2주간 태국여행을 다녀왔다. 오랜 기간 미디어활동가로 일하다가 새로운 삶을 살겠다고 한국생활을 정리하고 태국 치앙마이에서 한인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친구가 초대해서 모든 것들을 내려놓고 2주간의 휴가를 다녀온 것이다.

이번 여행에서는 좋아하는 불교문화유적지 답사를 가급적 자제하고 온전히 수영하고 맛있는 음식 찾아먹고 태국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로컬식당들을 찾아다녔다. 태국식 메기구이, 태국식 가지구이, 푸팟퐁커리, 카오팟, 팟타이 등등 셀수 없이 많은 음식들을 찾아먹으며 줄곧 생각한 것은 “이것들을 한국에 가서 공룡들에게 어떻게 해줄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저번에는 태국식 소스들을 잔뜩 사가지고 가서 요리를 했는데 이번에는 소스를 사지 않고 한국에 있는 것들로만 요리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좀 더 집중해서 맛을 음미했달까?

푸팟퐁커리

태국 소스 대신 우리 것으로
여행을 마치고 다시 바쁜 일상으로 돌아와서는 언제쯤 요리를 할 수 있을까 눈치를 보다가 마침 궁중족발 투쟁을 함께 했던 음악하는 친구들이 공룡에 공연 연습하러 온 김에 함께 식사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궁중족발 투쟁으로 소위 ‘궁중족발법’인 상가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되어 보호기간이 5년에서 10년으로 늘었지만, 여전히 이 법이 임차인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게 아니라 건물주의 재산을 지키는 역할을 하는 이율배반적인 상황은 지속되는 것 같다.

또한 궁중족발 김우식 사장님도 여전히 감옥에 있고, 온갖 악행을 저지르던 건물주는 어떠한 처벌을 받거나 재산상 불이익을 당하지 않은 채 더 많은 수익을 얻고 있다. 그래서 이 투쟁이 성과를 남기긴 했지만 못내 아쉽고 미안하고 절망스러운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현실이 암담하다곤 해도 다행히 이번 연대투쟁을 계기로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연대의 관계들이 지속되고 그들의 교류가 늘어나고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여하튼 간만에 모여 공연연습을 하는 친구들과 공룡 활동가들에게 태국 요리를 해 주었다. 공룡에 있는 소스만으로 말이다. 가령 코코넛 밀크 대신 일반우유와 설탕으로, 남쁠라라는 태국식 액젓간장 대신 한국 멸치액젓으로, 고수 대신 샐러리로, 태국식 매운 식초 대신 청양고추와 빨간 파프리카를 으깨어 만든 식초로.

푸팟퐁커리는 태국식 게살카레요리이다. 인도식 카레요리와 다르게 카레향이 강하지 않다. 다양한 해산물 고유의 맛을 더 살려주는 카레향이 들어간 해산물 요리 같은 느낌이다. 우선 양파와 파프리카 등의 채소들을 달군 팬에 볶아주다가 게나 새우등을 넣어 다시 볶아준다. 웬만큼 해산물들이 익으면 소스를 부어준다. 원래 소스는 코코넛밀크에 남쁠라라는 태국식 젓갈간장 등을 넣어야 하는데, 공룡에 그것들이 없었기 때문에 일반 우유에 멸치액젓을 넣어서 요리했다.

푸팟퐁커리는 걸쭉하게 만들어
재료가 익으면 풀어놓은 계란물을 부어주는데, 이때 계란이 완전히 익기 전에 전분물을 부어주고 끝내야 한다. 푸팟퐁커리는 게살스프 같은 느낌을 주어야 하기 때문에 약간 걸쭉하게 만드는 게 포인트다. 원래 이 요리는 고수나 태국 특유의 소스들이 사용되어야 그 감칠맛이 나는데 나는 이 감칠맛을 위해서 게맛살과 샐러리를 넣었다. 샐러리는 흔히 태국요리에 자주 사용되는 고수만큼 강한 맛이 아니면서도, 특유의 맛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어쑤언은 태국이나 홍콩 등에서 많이 먹는 굴부침이다. 동남아의 굴은 그 맛이 강하지 않아서 여러 가지 요리에 사용되는데, 한국의 굴은 굴 특유의 맛이 강해 적당한 양을 사용해야 한다. 어쑤언은 우선 달군 팬에 으깬 마늘과 굴을 넣어서 볶다가 액젓과 간장을 첨가해 간을 한 후에 계란물을 넣어서 전처럼 부친다. 큰 접시에 잘 씻은 생 숙주나물을 깐 후에 뜨겁게 부친 굴전을 올려서 내면 된다.

어쑤언은 굴부침의 맛도 좋지만, 날 것의 숙주가 전의 열기에 살짝 숨만 죽은 상태일 때 느낄 수 있는 아삭한 식감과 특유의 맛이 굴부침과 조화롭게 어울리는, 굉장히 손쉬우면서도 맛있는 요리이다.

푸팟퐁커리나 어쑤언처럼 낯선 나라의 새로운 음식을 요리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맛을 기억해서 그대로 재현하는 것도 있지만, 함께 식사를 할 사람을 안다는 게 더 핵심 포인트인지도 모르겠다. 낯선 요리라도 결국 함께하는 이들이 맛있게 먹는 게 핵심이니 오히려 제대로 된 맛을 재현하기보다 각자의 입맛에 잘 맞추는 게 우선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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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리랜서 2018-11-02 19:58:03
치앙마이 우유게스트하우스라고 말씀해 주시지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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