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의 존재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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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의 존재 가치
  • 충청리뷰
  • 승인 2018.10.26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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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동 균 신부 대한성공회 청주산남교회

<방탄소년단(BTS)>이 빌보드 차트 1위에 올랐다고 뉴스에 나왔다. 우리세대에게 요즘 아이돌 그룹은 ‘그게 그거’ 같고 헷갈리는 것을 넘어서 아예 그룹이름과 노래이름, 그리고 소속원의 이름을 구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방탄소년단>이라는 아이돌 그룹에 대해 처음 들었을 때 “이름이 참 토속적이구나” 생각하고는 그냥 지나쳤던 기억이 난다. 그 때는 <동방신기> 같은 그룹과 거의 구별할 수 없었다. 다른 아이돌 그룹의 노래를 포함해서 그들의 노래는 더욱 알 수 없었다.

<싸이>라는 가수가 ‘강남 스타일’이라는 노래로 유튜브에서 인기를 끌어 세계적으로 ‘강남스타일 신드롬’을 유발했을 때도 K-pop이라는 ‘한류’에 대한 자부심으로 끝나는 현상이었다. 이제 한국의 웬만한 아이돌 그룹, 혹은 드라마 스타, 연예인들은 한류라는 문화현상 안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래도 우리 50대 후반의 남성들에게 방탄소년단이든 어떤 아이돌이든 금방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방탄소년단>의 존재도 아마 나와 같은 아재들에게는 최근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한 축구와 야구 선수들 병역특례에 대한 말들이 오르내리면서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차트에서 1위를 했는데..’라는 말이 들려올 때 그 존재를 처음으로 인식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스포츠-병역특례로 이어지는 상상의 연관구조는 50대 아재들에게 뉴스를 지배하는 세계의 모든 것으로 보이지만 10대, 20대들에게는 세상의 한 부분에 불과한 것이었다. 그들이 누리고 소비하는 문화세계, 힙합과 게임은 매체에도 거의 나오지 않는 다른 세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현상이었다. 그런데 그러한 문화가 세계 제패를 하다니! 뒷통수를 맞은 느낌으로 그들의 행적을 조사해 보았다.

간단한 인터넷 조사이지만 나에게는 새로운 탐험의 바다와 같았다. 전혀 생소한 가사나 이름들을 읽고 또 읽어야 앞에서 나온 그 단어를 뒤의 문장에서 이해할 수 있었다. 아직 그들의 노래 가사가 머릿속에 남아있는 것은 없다. 이렇게 철저하게 다른 세계에서 살았다니!

그런데 그들은 세계를 제패한 문화적 황제인데 그들의 신민들은 세계인인데, 나는 누구인가? 같은 나라에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나는 누구인가? 미국은 물론 유럽 각국에서 그리고 중국과 일본에서 그들의 공연을 보려고 며칠씩 텐트 속에서 잠을 자며 줄을 서야 티켓을 구한다는 소식을 들을 때 나는 문화적으로 뒤처진 야만인 같이 생각되었다.

<비틀즈>가 영국에서 미국연주여행을 떠날 때 영국에서는 아직 신인으로 밖에 인식되지 못하였지만 그들의 존재에 환호했던 것은 미국인들이었다. 그 뒤 세계적으로 비틀즈는 스타가 되었다. 지금 <BTS>도 그런 존재가 되어 간다. 그들의 업적은 아마 단지 한류만의 영향은 아닐 것이다.

그들은 자기 세대의 이야기를 세계에 알리는 아이콘이 되었다. 한국의 젊은이들이 겪고 있는 고통과 좌절,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노래하고 있다. 보컬과 춤과 그리고 그들의 표정을 통해 이러한 이야기가 전세계의 젊은이들에게 울려 나가게 된 것이다.

<비틀즈>가 그들의 이야기를 세계 젊은이들의 상상력으로 승화시킨 것처럼 그들은 한국의 젊은이가 겪고 있는 이야기를 그들의 존재가치로 삼았다. <화양연화 1,2부>, <Wings>, <Love Yourself> 같은 앨범의 타이틀이 보여주는 메시지도 사실은 우리 시대의 이야기 형식과 많이 겹친다. 그런데 왜 우리들은 이렇게 문화적 고립 속에서 야만인처럼 되어야 하는지 반성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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