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의 눈' 된 청주시금고 선정
상태바
'태풍의 눈' 된 청주시금고 선정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8.11.06 19: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감사원 감사 받게 되자 궁금증 증폭, 향후 결과에 관심 집중
5대 대형은행 금고유치 과열도 문제…큰 폭으로 뛴 협력사업비
국민은행은 지난 8월 청주시에 1000만원 상당의 폭염대비 선풍기 215대를 기탁했다.

청주시가 금고선정 후폭풍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청주시는 그동안 한 개의 은행에 금고 전체를 맡기는 단수금고 운영방식을 택해 왔고, 줄곧 농협은행을 선정했다. 그런데 지난 8월 2019~2022년 4년간 금고를 운용할 은행을 선정하면서 복수금고 방식으로 바꿨다. 금융기관의 참여기회 확대와 선의의 경쟁을 통한 금융서비스 질 향상, 시민편의 제공 등을 이유로 들었다.

그래서 농협이 1금고, 국민은행이 2금고로 결정됐다. 하지만 1금고 유치를 강력히 희망한 국민은행이 협력사업비를 130억원이나 써내고 선정되면서 일이 발생했다. 오히려 1금고를 그대로 유지하게 된 농협은행은 50억원을 약속했다. 농협은 금고운영 수익을 2금고와 나눠갖게 되자 당초 예상보다 적게 써낸 것으로 전해졌다.

 

130억원 실현불가능으로 보였다 
 

실제 1금고는 2조8947(94.9%)억원에 달하는 일반회계·특별회계, 2금고는 1543억원(5.1%)의 기금을 담당하게 돼 2금고는 큰 실익이 없다고 한다. 그러자 한 때는 2금고를 따낸 국민은행이 과연 청주시와 계약을 할 것인가가 관심의 대상이 됐다. 그 만큼 국민은행의 130억원 약속은 처음부터 실현불가능한 것으로 보였다. 협력사업비는 지자체에 내는 돈. 지자체는 이를 세외수입으로 잡아 예산을 편성한다.

청주시는 “국민은행이 협력사업비 조정 요청을 했다. 시는 평가순위에 변동이 없는 범위내에서 변경이 가능하다는 법률자문을 받아 국민은행의 협력사업비를 36억원으로 조정했다”고 밝혔다. 또 전국 국민은행의 사무실 차량을 청주시에 등록, 4년간 120억원의 지방세수 증대에 협력하기로 해 총 156억원의 재정수입에 기여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1금고 농협의 50억원까지 합치면 206억원의 재정을 확보하게 됐다는 것.

이는 청주시 말대로 4년전 단수금고였던 농협이 낸 36억원보다 매우 많은 돈임에 틀림없다. 18억을 써내고 3위를 한 신한은행과 손잡는 것보다도 이익이다. 만일 국민은행이 2금고를 포기했으면 신한은행에게 돌아간다. 시는 복수금고제를 도입함으로써 많은 이익을 취했고, 그 이익은 시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하지만 국민은행의 협력사업비 130억원을 36억원으로 대폭 깎아준 것은 행정처리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선례 또한 없다. 그렇기 때문에 청주시가 특혜의혹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신한은행은 3위로 최종 탈락하자 협력사업비 조정 근거, 조정 때 금고지정평가심의위원회 재심 여부, 협력사업비 추후조정 허위기재 여부, 국민은행 차고지이전 최초 제안내용 포함여부 등을 7일까지 답변해달라고 요청했다.

시민들은 청주시가 실제 국민은행을 선정하기 위해 특혜를 베푼 것인지, 그렇게 했다면 이유가 무엇인지, 아니라면 당초 약속했던 협력사업비를 조정하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등에 대해 궁금해하고 있다. 충북참여연대도 선정 과정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와 향후 신한은행의 대응에 관심이 쏠려 있다.

그런가하면 대형은행들의 지지체 금고 유치 과열도 문제라는 여론이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농협·신한·국민·우리·하나은행 등 5대 은행이 금고 유치전에 뛰어들었고, 이들간 뺏고 뺏기는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신한은행과 국민은행간의 ‘양보없는 전쟁’은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라는 것. 청주시 2금고를 놓고 벌어진 최근 사태도 신한은행과 국민은행간의 경쟁에서 비롯됐다.

신한은행은 지난 8월 청주시에 청원생명축제 사랑의 입장권 2000만원어치를 기탁했다.

농협은 광주에서 소송 중
 

한 금융권 인사는 “최근 신한은행이 가장 약진했고, 국민은행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두 은행은 금고뿐 아니라 전체 1등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무서운 혈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올해 34조원 규모의 서울시금고를 유치한 후 여세를 몰아 서울시내 구청금고도 기존 1곳에서 5곳으로 늘린 것으로 보도됐다. 신한은행은 서초·성동·강북·강남·용산구금고를 유치했다.

국민은행은 최근 서울 노원구, 광주 광산구, 광주 남구 금고를 따냈다고 한다. 반면 우리은행은 100년 동안 차지했던 서울시금고를 놓치는 등 금고가 24곳에서 18곳으로 줄었다고 한 언론은 보도했다. 또 농협은행은 도농복합시나 군단위에서 여전히 독주하고 있다. 이 쪽에는 농협 점포가 많고 시중은행이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농협은행은 최근 전북 고창군, 경기 의왕시, 경남 합천군, 전남 여수시, 경북 김천시, 충북 청주시 등의 1금고를 새로 유치했거나 그대로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충북지역에서는 충북도와 11개 지자체 전체 1금고를 맡고 있다.

이렇게 대형은행들이 금고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에 협력사업비도 갈수록 올라가는 것으로 드러났다. 신한은행은 서울시 1금고 협력사업비로 3050억원, 2금고에 선정된 우리은행은 1000억원을 쓴 것으로 보도됐다. 또 인천시 1금고에 선정된 신한은행은 1206억원, 2금고에 선정된 농협은행은 136억원을 제안했다고 알려졌다.

그래서 정부는 금고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협력사업비를 써낼 경우 기관 경고를 한다는 게 금융기관 관계자의 말이다. 지자체에 출연하는 많은 협력사업비는 결국 대출금리와 수수료 등의 인상으로 이어지고, 이는 소비자들의 부담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지자체 금고를 유치하려고 하는 이유는 신용도가 높은 공무원들을 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해당 지자체의 주거래은행이 되면서 직원과 가족들의 예·적금, 법인·복지카드, 신용대출 영업을 맡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한다. 모 은행의 한 관계자는 “이번 청주시금고 선정에 대형은행들이 매달린 이유도 3500여명에 달하는 청주시 직원들을 고객으로 유치하기 위해서이다. 이것이 금고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이라고 귀띔했다.

그렇기 때문에 금고 선정이 끝나면 소송전으로 비화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국민은행은 최근 광주 광산구에 총 64억4000만원의 협력사업비를 제안하고 1금고를 따냈다. 그러자 30년만에 1금고를 뺏긴 농협과 농민들은 항의 집회를 연데 이어 지난 10월 29일 광주지방법원에 계약체결 절차 이행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냈다고 한다. 또 광산구에는 심의자료 공개를 요구했다는 것. 광주지역도 청주시와 마찬가지로 금고로 인한 후폭풍이 불고 있어 시끄럽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