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중원문화재단 주먹구구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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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중원문화재단 주먹구구식
  • 윤호노 기자
  • 승인 2018.11.08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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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전결사항 제멋대로 집행, 이사회 결정 무시

지역의 문화예술 진흥을 위해 지난해 출범한 (재)충주중원문화재단이 주먹구구식 운영과 공정성 시비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충주시와 중원문화재단에 따르면 재단의 ‘사무위임전결규칙 4조(전결사항)’에는 팀장이 100만 원 미만의 지출에 대해 사무처장이나 대표이사의 승인 없이 전결토록 돼 있고, 사무처장은 100만 원 이상 1000만 원 미만, 대표이사는 1000만 원 이상 3000만 원 미만에 대해 전결하도록 규정돼 있다.

재단은 지난 6월 열린 임시이사회에서 사무처장의 전결권한을 100만 원 이상 2000만 원 미만으로 하고, 대표이사의 전결권한을 2000만 원 이상 1억 원 미만으로 강화하는 개정안을 상정했다.

이에 대해 이사들은 전체 직원이 8명에 불과하고 대표이사가 상근하고 있는데다 실제 집행하는 예산 대부분이 1000만 원 미만이라며 팀장과 사무처장의 전결규정을 삭제하고 대표이사가 결제하도록 변경·의결했다.

하지만 재단은 이사회의 이 같은 결정을 무시하고 현재까지 팀장과 사무처장의 전결조항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지난 9월 열린 이사회에서 이사들은 이 문제를 지적했지만 재단은 “충주시와 협의 중”이라는 애매모호한 답변만 내놓고 있다.

특히 재단의 직원인 사무처장은 올 초까지 직원인사위원회와 징계위원회, 재단 산하 단체장 선정 시 위원으로 참여해 부적절 논란이 일었다.

재단이 추진하는 문화예술사업도 잦은 공정성 시비를 일으키고 있다. 시와 재단은 충북도의 시·군특화 공연작품 개발계획 공모에 참여하면서 저작권자에게 사전 양해도 구하지 않은 채 개인의 창작물을 그대로 베껴 응모해 물의를 빚었다.

시와 재단은 지난 2월 충북도가 공모한 시·군특화 공연작품 개발계획에 뮤지컬 감독 A씨가 제작한 ‘주먹대장 임경업’이라는 제목의 어린이 창작극으로 응모해 선정됐다. 재단은 도비와 시비 각 2500만 원씩 총 5000만 원을 지원받아 가정의 달과 방학기간을 중심으로 올해 안에 4회 이상의 공연을 진행하겠다고 했다.

개인 창작물 도용해 공모 참여 ‘물의’
그러나 재단은 공모에 참여하면서 정작 해당 작품의 저작권자인 A씨에게는 알리지 않았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재단이 명백하게 내 작품을 도용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와 관련 시와 재단 관계자는 “‘주먹대장 임경업’은 참고용 자료로 제출한 것이고, 이를 총체적 형식의 뮤지컬로 새로 각색해 공연하겠다는 계획서를 제출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도에 제출한 서류의 사업명에는 ‘주먹대장 임경업’으로 돼 있고 대본도 같은데다 기획의도마저 이전에 A씨가 제출한 것을 그대로 베낀 것으로 드러났다. 또 참고용으로 제출했다고 주장하는 자료에는 정작 저작권자의 이름조차 기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도 관계자는 “당초 충주시 관계자가 해당 작품의 내용은 그대로 하고 제목만 바꾸겠다고 설명해 큰 문제가 없겠다고 판단했다”며 “하지만 특정 작품으로 공모에 선정된 뒤에 내용을 완전히 바꿔 공연한다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더욱이 시와 재단은 올해 안에 4회 이상 공연하겠다고 해 놓고 현재까지 단 한 차례도 공연하지 않았다. 올 연말까지 두 달도 남지 않았는데 이제 와서 부랴부랴 대본을 공모한다며 공고를 낸 상태다.

대본 선정이 되더라도 배우 캐스팅과 의상 준비는 물론 노래와 안무연습 등을 위해서는 시간이 부족해 공연이 졸속으로 진행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 200만 원으로 책정돼 있는 연출자 예산을 아끼기 위해 연극인 출신인 재단 사무처장에게 무료로 연출을 맡기겠다고 밝혀 더 큰 비난을 받고 있다. 한 연극인은 “겨우 200만 원을 아낀다는 이유로 사무처장에게 연출을 맡긴다는 것은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면서 “창작인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보호해야 하는 재단이 오히려 창작활동을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단은 올 8월 열렸던 호수축제 때 ‘전국 아마추어밴드 경연대회’를 열었는데 이때도 심사의 공정성과 투명성 부족 등으로 비난을 받았다. 당시 이 대회는 우승팀 700만 원 등 모두 1400만 원의 상금이 지급됐다.

타 대회에 비해 많은 상금으로 관심을 끌면서 전국에서 185개 팀이 몰려 예선을 치렀다. 주최 측은 공지를 통해 만 19세 이상 순수 아마추어밴드로 참가 자격을 제한했다. 그러나 본선에 진출한 팀 대부분은 음반까지 내고 음악을 전업으로 하는 인디밴드팀이거나 유료공연까지 하는 프로팀들이었다.

예선에서 탈락한 나머지 팀들이 참자가격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한 이유다. 탈락한 팀들은 인터넷으로 간단한 확인 작업만 거쳤어도 프로인지 아마추어인지 쉽게 알 수 있었는데 이 같은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각종 대회 열면서 공정성 시비
심사위원이 2명인 것도 문제였다. 다양한 음악장르에 대한 심사가 힘들고 심사위원의 입맛에 맞는 팀들이 선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때문에 참가자격에 대한 기준이나 심사기준 등 모든 과정이 엉망인 주먹구구식 대회였다는 말이 나왔다.

지난해 전국체전을 앞두고도 재단은 공정성 논란에 휘말렸다. 전국체전 문화대공연 심사위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아서다. 이에 문화예술계는 재단을 상대로 행정정보공개를 신청하는 등 불신을 나타냈다.

지역 문화예술인 B씨는 “재단의 심사에 참여해 봤지만 제대로 된 잣대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는데다 사무처가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이에 대해 재단 관계자는 “종전 비상임 대표이사가 재직하던 시절의 각종 정관이나 규정이 아직까지 정비되지 않아 자리를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며 “지역의 우려에 대해 앞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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