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시에게 배워라, 공공건물도 이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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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시에게 배워라, 공공건물도 이들처럼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8.11.14 11:20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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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시, 쇠퇴해가는 도시 살리기 위해 공공건축 혁신
노인복지관·장애인복지관·도서관·보건소 등 파격적으로 건축
지난해 문을 연 영주시 노인복지관. 발상의 전환을 꾀한 건축방식 덕분에 상을 휩쓸었다. 내부는 밝고 경쾌해 노인들이 생활하기 좋다. / 사진 에프라인 멘데스 제공

영주시와 청주시의 건축
경북 영주시에 가보니

얼마전 경북 영주시의 노인복지관 건물 사진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공공기관의 경관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파격적이었다. 공공건물은 디자인의 묘미는 살리지 않고 학교처럼 반듯반듯한데다 무표정한 회색 건물이 많다. 그런데 이 노인복지관은 가로로 긴 형태의 2층 건물로 간결하면서도 현대적이었다. 세련된 형태의 컨벤션이 연상됐다. 인구 10만여명의 작은 도시인 영주시는 이미 오래전부터 공공건축물 외관을 파격적으로 하고 내부도 사용자 입장을 고려해 짓고 있었다. 당장 영주시로 달려갔다.

공공건축물은 대개 지자체가 발주해 짓는 공공청사, 도서관, 보건소, 행정복지센터 등을 말한다. 청주시는 앞으로 시청사, 구청, 주민센터 등 여러 개의 공공건축물을 신축할 계획으로 있다. 때문에 청주시 공무원들과 시민들은 영주시의 변화에 귀기울여 볼 필요가 있다.

경북 영주시는 건축에 관한한 구태의연한 관념을 깨고 발상의 전환을 이뤄 전국에서 벤치마킹하러 가는 도시가 됐다. 공공건축 혁신을 위해 정부가 만든 국가건축정책위원회(위원장 승효상 건축가)에서도 영주시를 모델로 삼고 있다고 한다. 이제 영주시는 부석사와 소수서원만 유명한 게 아니다.

영주시는 지난 2007년 국책연구기관인 건축도시공간연구소 아우리(AURI)로부터 도심재생 통합 마스터플랜을 공짜로 만들어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적극적으로 응했다. 다른 지역은 무관심했다고 한다. 이후 2008년 공공건축통합계획을 세우고 2009년 공공건축통합마스터플랜을 만들면서 공공건축가제도를 도입했다. 공공건축가제도는 특색있고 주변 경관과 어울리는 건물을 짓기 위해 민간 건축전문가를 위촉하고 자문을 구하는 것. 건축전문가들로 구성된 디자인관리단도 조직했다. 지금은 도시건축관리단으로 명칭을 바꿨다.

 

건축관련 상복 터진 영주시
 

이 곳에서는 단순히 건축만 고민하는 게 아니라 인구가 대도시로 빠져나가 공동화된 도심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부터 역사문화 자산 활용, 공간의 질적 수준 향상 등을 함께 연구했다. 초대 단장은 조준배 현 서울주택도시공사 도시재생기획처장이 맡았고 현재는 도현학 영남대 교수가 하고 있다. 

영주시의 한 관계자는 “살기좋은 영주시를 만들어 인구유출을 막고 지속가능한 도시로 성장시키자는 차원에서 공공건축가제도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곳이 노인복지관, 장애인종합복지관, 후생시장, 여말선초박물관, 부용 어울마당, 조제보건진료소, 풍기읍 행정복지센터, 한절마경로당, 실내수영장, 대한복싱전용훈련장, 선비도서관 등이다. 이 중에는 신축이 아니라 리모델링한 것도 있다.

지난해 대한건축사협회 경북 영주 봉화지역 건축사회는 이와 관련한 책도 발간했다. 제목은 ‘건축가가 말하는 영주시 공공건축 이야기’. 영주시가 공공건축 혁신에 나선 이유, 그간의 과정, 탈바꿈한 건물 사진과 건축개요 등을 한글과 영어로 적었다. 영주시 공무원은 “이 책을 달라는 사람이 무척 많다”며 “해외에도 소개하기 위해 영어도 넣었다”고 설명했다. 이 책을 보면 실제 얼마나 많은 건축가들이 영주시 건축에 참여했는지를 알 수 있다.

공공건물의 디자인 혁신을 이루고 내부 또한 사용자 편의에 초점을 맞춘 덕에 영주시는 상복이 터졌다. 국토부 선정 국토환경디자인 시범사업 최우수상,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 우수상, 대한민국 신인건축사대상 대상, 한국농어촌건축대전 대상, 한국건축문화대상 국무총리상 등을 수상했다. 2016년에는 노인복지관·실내수영장이 김수근건축상 프리뷰상을 탔고, 2017년에는 노인복지관이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영주시 삼각지마을에 가서 노인복지관·장애인복지관·어린이도서관을 보고 정말 놀랐다. 영주시를 통과하는 중앙선, 영동선, 북영주선 3개의 철도 때문에 생긴 삼각형의 고립된 땅. 오래된 집 몇 채와 밭이 이 곳을 지키고 있었으나 영주시의 국토환경디자인시범사업 덕분에 가장 크게 환골탈태했다. 선비학당, 어학당, 풍악당, 어울림마당, 9988 휘트니스센터 등으로 구성된 노인복지관은 우선 외관이 멋있고 내부는 노인들이 활동하기 편하게 설계돼 있었다. 중앙광장을 사이에 두고 노인복지관·어린이도서관·장애인복지관이 서로 어우러지고 녹지가 많아 시민들의 휴식공간 역할까지 하고 있다.
 

옆에서 찍은 영주시 노인복지관

실내수영장 복도에서 그림 전시

노인복지관과 멀지 않은 곳에는 후생시장이 있다. 1950년대 지어진 목조건물이 죽 늘어선 시장이다. 한 때는 고추 집산지로 규모가 제법 컸으나 이제는 쇠퇴했다. 영주시는 당시 재래시장 풍경을 간직한 이 곳을 철거하는 대신 도시재생 선도지역으로 정해 보수·복원했다. 여기에는 황금시대방송국, 군것질거리, 게스트하우스 소백여관, 영주근대역사체험관, 인형극장, 고향사진관 등이 들어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조금 더 가면 경북도교육청이 운영하는 선비도서관이 있다. ‘선비’는 선비의 고장 영주를 설명하는 단어. 청주시내 여러 도서관을 다녀봤어도 이처럼 눈길을 끄는 도서관은 없었다. 빗살무늬 모양으로 멋을 낸 도서관은 육중하면서도 현대적이었다. 내부는 흰색과 회색톤으로 밝게 처리해 경쾌했고 건물과 건물 사이 바깥으로 틈을 낸 공간에서는 식물이 자라고 있었다. 2층에서 책을 보다 내려다보면 식물을 볼 수 있게 세심하게 배려한 것. 1층 한 쪽에는 갤러리를 만들어 시민들의 작품을 전시할 수 있게 해놓았다.

실내수영장과 대한복싱전용훈련장도 공을 들인 작품처럼 보였다. 실내수영장을 설계한 숨비건축사사무소는 “자연광을 실내로 끌어들이고 옥상에 조경을 계획해 휴게공간을 만들었다. 옅은 회색톤의 콘크리트 벽돌을 주재료로 하였고 일부에는 노출 콘크리트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수영장 내부는 널찍해서 앉아 쉬기 편안했고, 복도는 갤러리 역할까지 했다. 수영장 안에서 그림 전시하는 것을 처음 보았다. 복싱훈련장은 깔끔하고 새련돼서 훈련장 같지 않았다.

사과로 유명한 풍기읍으로 갔다. 풍기읍 행정복지센터를 보기 위해. 과거에는 읍사무소라 했으나 요즘은 행정복지센터라고 부른다. 기존 읍사무소의 전형을 깬 파격적인 건물이다. 어느 방향에서나 자연스레 출입할 수 있게 출입구가 3개나 된다. 이웃과 만나 이야기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특히 광장과 연결된 곳에는 공연 데크, 전망 데크, 전시 데크가 있다. 외부에서 데크로 올라갈 수 있는 별도 계단을 만들어 주민들은 공휴일에도 이 곳을 사용할 수 있다. 주민들을 위한 배려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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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파처단 2018-11-20 09:43:10
친일파세력에 부역하는 수꼴들이 많은 지역이지만 건축은 잘하네.

조국형 2018-11-19 17:28:20
우병우의 고장. 영주로 오세요~~~~ ^^

신 명 2018-11-19 00:38:43
공공건물이 이렇게 사람중심의 디자인이 되어야하는 게 정상인데, 감동적이네요.

머털도사 2018-11-18 22:56:52
우리나라 최고의 목조건축이자 건축의 고전, 부석사와 최초의 서원인 소수서원을 품고있는 십승지 영주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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