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공공건축물 여기도 ‘네모’ 저기도 ‘네모’
상태바
청주시 공공건축물 여기도 ‘네모’ 저기도 ‘네모’
  • 권영석 기자
  • 승인 2018.11.15 09: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도서관,행정복지센터,청소년센터 외관은 모두 비슷
청주시 건축디자인 지침없고, 모양은 건설사 재량

공공건축물은 행정복지센터, 학교, 도서관 같은 건물이다. 대부분 주민들을 위한 시설로 국가나 공공단체에서 건물을 짓는다. 공공건축물을 잘 짓는 것은 국가나 지자체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그중 서울 인사동이 대표적이다. 서울시는 인사동을 문화거리로 만들기 위해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하고 건축승인절차를 엄격하게 만들었다. 의무사항보다 권장사항이 더 많지만 고풍스런 건축은 거리의 문화가 되어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2016년에 신축한 분평동 원마루시장 고객센터는 1층 회의공간 2층 사무실의 단순한 구조로 내부 외부 모두 네모 반듯하다. /사진=육성준 기자

많은 지자체들이 건축물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애쓴다. 청주시도 마찬가지. 아름다운 간판사업, 건축물 사업, 공공디자인 사업 등이 모두 아름다운 도시를 만들기 위한 일환으로 진행되는 일들이다.

청주시 공공시설팀 관계자는 “예산 범위에서 공사를 계획하면서 설계과정부터 되도록 특색 있는 건물을 짓기 위해 노력한다”고 밝혔다. 청주시는 그 과정을 모두 투명하게 공개한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 비해 청주시에는 비슷한 공공건축물들이 너무 많다.

일례로 지난해 만든 율량·사천동행정복지센터는 에너지 효율이 좋고 주민편의 시설을 잘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내부는 다양한 주민들을 위해 신경 썼다. 그런데 건물 외관은 눈길이 가지 않는다.

인근의 주민은 “율량·사천행정복지센터는 어디를 둘러봐도 네모반듯한 건물이다. 뒤에 놀이터도 있어 언뜻 보면 학교 같기도 하다”며 “흥덕구청도 종종 가는데 행정복지센터와 외관상 별 다른 점을 못 느낀다. 둘 다 특색 없는 건물이다”고 말했다.

 

특별한 건축외관 지침 없어

청주시에는 공공건축물 신설이나 리모델링 등과 관련해 가이드라인이 있다. 청주시 관계자는 “공공건축물을 지을 때는 건립가이드라인과 사업비·공사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관리부처인 청주시가 회계처리나 행정적인 지시를 한다는 것.

하지만 청주시에서 제시하는 디자인 관련 지침은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외관이나 내부의 진행은 시공하는 건설사들이 주도한다.

건설업자 A씨는 “건축 가이드라인은 공고에 언급된다. 어떤 용도인지 내부에 어떤 시설을 채워야 하는 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외형은 상대적으로 건설사에 일임하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주시 관계자는 “사업이 공모로 진행되기 때문에 설계자의 의견을 주로 반영한다. 디자인에 대한 지침은 공모를 시작할 때 알린다. 주로 시설 특성에 맞는 내용들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건설업자들은 대개 다른 건축물을 참고한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건물의 목적은 달라도 외관이 비슷한 경우가 많다. 공공건축물의 모양은 구태의연한 모습이 변하지 않고 계속되는 원인이 여기에 있다. 현재 짓고 있는 금천도서관이 좋은 예다.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박옥희씨는 “도서관에 주민들이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기왕이면 동네에 특색 있는 건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며 “하지만 공개된 조감도를 보면 인근 학교들과 그저 비슷한 건물이 될 것 같다. 기왕 짓는 거 조금 더 신경 쓰면 어떨까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잘 만든다고 비싼 건 아냐

공공건물을 잘 짓기 위해서는 비용이 더 들어갈까? 건설업자 B씨는 “어떤 업체에 맡기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전체 비용에서 설계가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는다”며 “보통 설계비용은 전체 공사비의 5% 정도다. 종합건설사들은 설계예산을 5%로 맞추며 조금 남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런 관행은 공사입찰이 주로 EPC방식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EPC는 설계, 조달, 시공을 모두 한몫에 진행하는 것. B씨는 “정해진 예산으로 어느 부분에서는 수익이 나야 하는데 설계는 수익내기 좋은 명목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몇 해 전 50억 들여 지은 공공건축물도 설계비는 2억원 남짓이었다. 그럼에도 외관설계에 대한 기준이 마땅히 없다”며 “설계는 철학을 담기보다 대부분 법령이나 현실에 맞춰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래서 공공건축물을 잘 지으려면 세부적 기준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때 정부는 법적으로 분리발주를 강화해 전문업체들에게 사업을 세분화시켜 맡기는 방식을 추진했다. 하지만 업체가 생존권을 외치며 반발해 무산됐다.

이후 많은 지자체들이 대안으로 공공건축을 진행하며 세부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안전기준, 소방기준 뿐 아니라 공공건축물 디자인 가이드라인도 만들었다. 서울시는 시민들에게 공공건축물의 디자인을 공모 받는 등 주민의견수렴을 적극적으로 한다.

청주시에도 개괄적인 방침은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적용하는 세부적 내용은 없다. 때문에 지자체에서 정하기만 하면 이 문제는 해결된다. 이에 대해 청주시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논의는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그런 가운데 청주시는 가경지역 도서관 건립, 서원보건소 이전신축 등을 포함해 9곳에 대한 설계를 진행 중이다. 청원 청소년 문화의집 등은 설계가 끝나고 공사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청주만의 특색 있는 건물은 보이지 않는다.

한범덕 청주시장은 국립청주박물관에서 8회에 걸쳐 건축 관련 특강을 마련하고 직원들의 참석을 독려했다. 그러나 향후 건축물을 지을 때 얼마나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