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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절실한 교양, 과학 인문학김상욱 저 『김상욱의 과학공부』

김대선
청주독서모임 ‘질문하는 책들’ 운영자

10월의 독서모임에서는 과학을 주제로 삼아 책을 읽고 모여서 대화를 나누었다. 주제에 맞게 각각 한 권의 소설과 비소설을 선정하여 회원들에게 권했다. 독서모임에서 책을 고를 때에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한 가지 있다. 가장 뛰어나다는 책만 선정하는 게 아니라, 해당 분야의 독서가 생소한 사람에게 적합한 입문서의 관점을 고려해서 책을 고르는 것이다. 그러한 기준에 따라 한참을 고민한 끝에 고른 소설은 테드 창의 SF 『당신 인생의 이야기』였고, 비소설은 『김상욱의 과학공부』였다.


『김상욱의 과학공부』는 저자 김상욱 교수가 TV 프로그램 '알쓸신잡 3'에 출연하면서 다시 주목받는 책이다. 2년 전에 출간되자마자 빠르게 읽고서 감상을 남겼던 적이 있는데, 그 감상문을 오랜만에 다시 읽어보니 '교양으로써의 과학'에 대한 내 관심은 예나 지금이나 적지 않은 듯하다. 게다가 이번에는 독서모임으로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바람에 감상이 더욱 풍부해졌다. 특히 과학이 왜 교양이며, 과학이 우리 사회에 왜 필요한가를 이야기하는 경험은 무척 유익했다.

김상욱의 과학 공부김상욱 지음 동아시아 펴냄


세상 사람들은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아는 것은 교양이라고 흔히 생각한다. 반대로 열역학 제2법칙을 아는 것은 교양이 아니라며 어색하게 생각한다. 과연 셰익스피어를 아는 것은 교양이고, 열역학 제2법칙을 아는 것은 교양이 아닌가? 열역학 제2법칙은 시간이 왜 과거에서 미래로의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지를 설명해주는 세상의 아주 중요한 법칙이다. 우리 인간 모두는, 아니 세상 만물은 모두 열역학 제2법칙의 절대적인 영향 속에 있다. 어쩌면 인간은 셰익스피어보다 열역학 제2법칙을 아는 것이 상대적으로 더 중요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것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저자의 근본적인 물음이다.


사회의 불합리를 날카롭게 질타
이 책은 앞부분이 쉽다가 뒤로 갈수록 점점 어려워지면서 논의가 심화하도록 구성되었다. 초반부는 과학의 관점에서 우리 곁의 일상이나 여러 사회 이슈를 연관 지어서 소개한다. 블랙리스트가 횡행하던 압제의 시기에 나온 책인데도 사회의 불합리를 질타하는 김상욱 교수의 목소리는 자못 날카롭다. 저자는 책을 집필하던 당시에 부산대학교 물리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었다. 총장 직선제와 관련해서 정의를 지키려고 목숨을 던진 동료 교수의 안타까운 사연을 울분으로 소개하며 과학과 사회가 무관하지 않음을 역설하는 부분은 유독 기억에 남는다.


마지막의 '자유의지의 물리학' 부분은 이 책의 백미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세상이 결정론적이거나 비결정론적일 뿐이어서, 결정론적인 세상에는 인간의 자유의지가 없고 비결정론적인 세상에는 자유의지가 존재한다고 단순하게 생각했다. 저자는 결정론과 자유의지의 논의를 크게 네 갈래로 소개한다. 세상이 결정론적이어서 인간에게는 자유의지가 없다고 생각하면 '강성 결정론'이고, 그런데도 자유의지가 있다고 생각하면 '양립론'이다. 반대로 세상이 비결정론적이어서 자유의지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자유론'이고, 그런데도 자유의지가 없다고 생각하면 '양립불능론'이다.


지난 독서모임에서는 이 네 가지 중에서 어느 쪽의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는지를 놓고 가볍게 토론했다. 결정론과 자유의지의 논의는 절대 단순하지 않다. 하지만 대화를 나누는 우리는 전문가가 아니기에 '가벼운' 대화를 나눌 수밖에는 없었다. 대화 결과 주로 '자유론'을 선호하는 의견이 많았고, 나는 '양립불능론'이 아닐까 하고 의견을 냈다. 우리는 왠지 미래가 결정되지 않은 세상에서 살고 싶었던 모양이다.


과학책을 읽다 보면 대체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다 싶을 때가 수없이 많다. 그러나 잘 이해되지 않기 때문에 더 흥미롭다는 점이 과학책 읽기의 기묘한 특징이다. 특히나 지금처럼 양자역학을 다루는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나는 저자가 출연한 팟캐스트 방송을 여러 편 들었고, 그의 책도 여러 권 읽었지만 양자역학에 대해서는 거의 알지 못한다. 뭐 그래도 괜찮다. 양자역학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다고 하니까. 나만 모르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엉뚱한 위안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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