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의 핵심은 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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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의 핵심은 교육이다
  • 충청리뷰
  • 승인 2018.11.21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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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한 수 서원대 융합보안학과 교수

2016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WEF)에서 회장 클라우스 슈바프가 처음으로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했다. 전세계의 정계, 관계, 경제계 지도자들이 모여 세계 경제의 발전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미래의 산업에 대해 언급한 것은 큰 의미를 가진다. 지난 인류의 역사에서 1차, 2차, 3차 산업혁명이 우리에게 끼친 영향력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것이어서,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변화에 대한 기대와 우려 속에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다.

물론 우리는, 그 시작이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를 지향하는 독일 중공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출발한 것을 알고 있다. 엔지니어 출신의 독일 경제학자 클라우스 슈바프의 역설 또한 이러한 패러다임의 일부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그 어떤 나라보다도 4차 산업혁명에 열광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두 가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선, 세기의 바둑 대결인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이다. 컴퓨터와 사람의 체스 대결에서 컴퓨터가 승리한지는 오래 되었으나, 우리는 체스를 즐기는 문화를 갖고 있지도 않을뿐더러 체스의 규칙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서양 장기’ 쯤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어서, 인공 지능의 경외로움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러나 바둑은 다르다. 자랑스러운 우리나라의 바둑기사가 인류를 대표하여 대결을 펼친다는 것부터 우리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굳은 얼굴로 패배를 시인하는 이세돌 9단을 바라보며 씁쓸한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지능을 갖춘 로봇이 인류의 삶을 위협하는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를 떠올리며, 자연스레 공포와 우려가 우리 마음속에 깊이 새겨지게 되었다.

또 하나는, 정권의 교체와 맞물린 새로운 용어의 범람이다. 전자, 컴퓨터, IT 분야의 강국인 우리나라는 ICBMS(IoT, Cloud, Big Data, Mobile, Security), DNA(Data, Network, AI)와 같은 기발한 단어들을 만들어 내었고, 이제는 정책, 교육, 과학기술에서 치안, 국방, 환경, 인문사회 및 예술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4차 산업혁명을 빼고는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그 중에서, 우리에게 가장 많은 환상과 공포, 기대와 걱정을 안겨 준 핵심 기술이야말로 인공 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일 것이다. 컴퓨터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게 해 주는 기술의 원천은 바로 딥 러닝(Deep Learning)이다. 이 기술을 쉽게 이해하려면, ‘러닝’의 의미를 이해하면 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논리적 판단의 두 가지 방법은 바로 연역적 방법, 귀납적 방법이다. 연역적 방법은 ‘A>B이고 B>C이므로 A>C이다’와 같은 방법이고, 귀납적 방법은 ‘A=1, B=2, C=3, D=4이므로 E=5이다’와 같은 방법이다. 우리가 태어나서 걸음마를 배우고, 언어를 익히고, 주변 사물과 세상에 대해 알아갈 때 바로 귀납적 방법을 쓴다. 데이터를 꾸준히 입력하여 그 패턴과 원리를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지의 현상에 대해 예측하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며 무언가를 배울 때의 동작과 유사하다. 이를 기계, 컴퓨터가 대신하게 되면서 ‘머신 러닝’, ‘딥 러닝’이라 불리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인공 지능은 배워야 할 엄청난 양의 데이터와 그 처리기술을 필요로 한다. 많은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처리할수록, 즉 많이 공부하고 올바르게 익힐수록 기계도, 사람도 똑똑해지고 현명해지는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속속들이 보도되고 있는 것은 인공 지능의 실패 사례이다. 요즘 가장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는 것은 바로 인공지능 스피커인데, 손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크나큰 매력과 가치를 지니고 있다. 다만, 사용하면 할수록 어딘가 어설프고, 때로는 바보같다는 생각도 들게 한다. 처리할 수 있는 음성 데이터의 한계, 즉 배움의 부족함 때문인데, 차근차근 데이터를 축적하고 올바른 분석을 거듭하면 언젠가는 만족할 만한 대답을 해 내리라 기대해 본다.

종합해 보면, 인공지능 기술은 이제 막 걸음마를 떼고 말을 배우기 시작한 어린아이인 것이다. 따라서 양질의 데이터를 입력하고 효과적으로 처리하도록 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욕설을 일삼는 부모, 해로운 컨텐츠로 가득찬 인터넷과 TV에 노출된 아이의 언행이 어떻게 될지는 뻔한 일이다. 인공지능의 실패사례를 보며 우리의 지식 메카니즘, 교육받고 배우는 과정의 의미에 대해 다시 숙연히 바라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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