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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응탄생 100주년에 나온 5권의 책〈권태응 전집〉 〈길에서 기린을 만난다면〉 〈이따 만나〉 〈나비가 없어도 꽃은 예쁘다〉 〈내가 담긴 글자〉
이 안 시인〈동시마중〉편집위원

권태응(1918-1951) 선생 탄생 100주년에 맞추어 다섯 권의 책이 출간되었다. 〈권태응 전집〉(창비)은 623쪽에 이르는 대작이다. 1995년 창비에서 나온 〈감자꽃〉에는 94편이 수록되었는데, 이번 전집에는 269편이 추가되어 363편(제목만 있는 작품 제외)의 동시가 수록되었다. 습작기의 시조집과 단시집의 원고를 제외하고도 이 정도이니 실로 방대한 분량이다.


동시 외에 ‘식모’ ‘청폐환(靑肺丸)’, ‘새살림’, ‘별리(別離)’, ‘지열(地熱)’, ‘산울림’, ‘양반머슴’, ‘울분’ 등 단편소설 8편, ‘우리 교실’, ‘고향 사람들’, ‘동지들’ 등 희곡 3편, ‘파리채’ ‘좌우론’ 등 수필 2편도 함께 실렸다. 전집 출간은 권태응 연구와 기념사업에 초석이 될 전망이다.


  • 권태응은 독립운동가로서의 삶과 문학가로서의 면모가 대중에게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시인이다. 살아생전 펴낸 글벗집 판 〈감자꽃〉(1948)에는 수록 작품이 30편에 불과했고, 잡지 발표작도 10편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1995년에 64편이 추가되어 〈감자꽃〉이 나오고 나서 연구에 활기를 띠기 시작했지만 작품의 전모가 밝혀지기 전이어서 온전한 연구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2001년 이오덕은 미공개 원고들을 대거 포함해 분석한 연구서 〈농사꾼 아이들의 노래〉(소년한길)를 펴내 권태응 동시의 문학사적 위치와 의미를 추적하고, 2005년 정부는 독립운동가로서의 공훈을 인정하여 대통령 표창을 추서한다. 그리고 마침내 탄생 100주년에 맞추어 《권태응 전집》이 독자와 연구자 앞에 도착한 것이다. 사후 67년 만의 일이니 너무나 늦게 도착한 시인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7일과 18일, 권태응의 고향 충주시에서는 두 개의 커다란 행사가 열렸다. 충주시에서 주최한 권태응 선생 탄생 100주년 기념 감자꽃 큰잔치와 (사)충북민예총에서 주최하고 (사)충북작가회의와 충주작가회의에서 주관한 제2회 전국 동시인 대회였다.


    2015년에 이어 3년 만에 다시 열린 이번 대회에는 전국에서 동시를 쓰는 시인, 평론가, 출판사 편집자, 교사, 동시 애호가, 습작생 등 150여 명이 모여 동시의 시대인 2010년대를 기념하고 축하하며 창작의 경험을 공유했다. 제1회 권태응 문학상 수상자인 김개미 시인을 비롯하여 송찬호, 유강희, 김륭, 신민규, 김준현 시인이 참가한 6인 6색 동시 콜라보는 참가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제1회 때와 마찬가지로 기념 동시집 두 권이 사계절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길에서 기린을 만난다면〉에는 강기원 권영상 권오삼 김개미 김경진 김금래 김륭 등 53인의 시인이, 〈이따 만나〉에는 강기화 강정규 강지인 경종호 광광규 권기덕 김경후 등 55인의 시인이 참여해 동시의 시대인 2010년대 우리 동시의 현재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우리 동시의 고전적 면모 확인
    〈나비가 없어도 꽃은 예쁘다〉(브로콜리숲)는 권태응 어린이 시인학교에서 나온 어린이 시를 묶은 선집이다. 2003년부터 2018년까지 나온 작품 가운데 95편, 권태응 어린이 시인학교의 방법을 적용한 첫 사례인 ‘제주 어린이 시인 캠프’(2018년 2월)에서 나온 작품 16편 등 111편을 가려 실었다. 책 뒤에 김개미, 김경진, 우미옥, 임미성, 임복순 시인의 산문을 실어 어린이 시 쓰기에 참고하도록 했다.


    “무궁화 꽃잎은 안쪽이 가장 찐하다// 무궁화 꽃잎을 먹어 보니 안쪽이 가장 달다// 내 마음을 들여다보면 안쪽이 가장 따뜻하다” 서울 미래초등학교 6학년 여하진 어린이가 쓴 ‘안쪽’이다. 제목과 내용이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어린이의 내면이 잘 표현된 작품이다.


    충주작가회의에서 펴낸 〈내가 담긴 글자〉는 2018 권태응 어린이 시인학교에서 나온 어린이 시와 교사로 참가한 시인들의 작품을 실었다. 권태응 어린이 시인학교에선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교사 시인도 현장에서 시를 쓴다. 서울 언주초등학교 2학년 장하윤 어린이의 시 ‘시를 쓴다’에서 표제를 뽑았다. “연필이 새까만 머리를/ 땅 위에 대고/ 물구나무를 서서/ 글자를 만들었다// 내 마음이 담긴 글자를// 내가 담긴 글자를”. 초등학교 2학년이 시에 대해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이 놀랍다.


    이 다섯 권의 책에는 폐결핵 3기 중환자의 몸으로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동시 창작에 쏟아 부은 권태응을 향한 존경과 경의가 담겨 있다. 〈권태응 전집〉은 우리 동시의 고전적 면모를 확인하게 하며, 〈길에서 기린을 만난다면〉과 〈이따 만나〉는 우리 동시의 현재를 보여준다. 〈나비가 없어도 꽃은 예쁘다〉와 〈내가 담긴 글자〉는 자라나는 세대의 시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한자리에 모인, 권태응 선생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책 잔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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