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로 전락한 청주읍성전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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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물단지로 전락한 청주읍성전시관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8.11.22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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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CGV서문 영화관 내 전시관…수년째 문 닫고 ‘방치’
청주시 “개인 소유 건물이라 규제 방법 없다”옹색한 답변

 

사진은 2006년 청주 CGV영화관 건설당시 발굴조사 모습. 이곳에서는 청주읍성 관아 객사터가 나왔지만 다시 땅속에 묻혔다. 사진/육성준 기자

 

묻힌 보물, 세상에 나올까
전시관 있느나 마나

청주시 성안동 롯데 CGV서문 영화관 내 청주읍성전시관은 문이 수년째 굳게 닫혀있다. 전시관 앞에 문화해설사 예약안내 표지판이 놓여있지만 그 앞을 또 다시 영화관 내 게임센터 안내물이 가리고 있다. 영화관 내 몇몇 직원에게 문의했지만 청주읍성전시관의 ‘존재’자체를 알지 못했다. “그런 건 여기에 없다. 근무한지 2년 정도 됐는데 본 적이 없다.”

2006년 현재의 부지에 영화관이 들어서면서 문화재조사가 이뤄졌다. 당시 보고서엔 이곳이 통일신라, 조선시대 읍성 내 건물지로 ‘객사터’일 것이라는 의견이 적혀있다. 통일신라시대의 청자인 ‘햇무리굽’을 비롯한 유물이 다수 나와 이곳이 집단 거주지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청주시 성안동 롯데 CGV 영화관 내 청주읍성전시관은 문이 수년째 굳게 닫혀있다. 이곳은 통일신라, 조선시대 읍성 내 건물지로 ‘객사터’로 추정된다. 건설당시 건설사는 ‘전시관’을 따로 짓기로 했다. 사진/육성준 기자

문화재청은 당시 건설업체에게 ‘조건’을 제시한다. 주차장 건설시 유적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라는 것과 일부 발굴된 유물을 전시할 수 있는 전시관을 지으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현재 영화관 내 청주읍성전시관이 설치됐고, 주차장은 따로 지하를 파지 않고 지상에 빔을 올리는 공법으로 완공했다. 완공 이후 처음 몇 년은 청주읍성전시관 문을 열었고, 문화해설사 2~3명이 파견돼 시민들에게 안내도 했다.

청주시 관계자는 “문화해설사들이 영화관이 너무 시끄러워서 안내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문화해설사들이 원치 않아 더 이상 파견하지 못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청주읍성전시관은 애물단지가 돼버렸다.

건물 관리인 김동인 씨는 “지난 8년간 연락이 오면 문을 따주곤 했다. 중요한 물건이 있어서 문을 잠가놓을 수밖에 없다. 1년에 한명 연락이 올까 말까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청주읍성전시관을 관람하고 싶어도 지금은 관리인의 연락처가 따로 표기돼 있지 않아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대해 김 씨는 “죄송하다. 전에는 내 연락처를 표기했는데 누가 치운 것 같다. 다음부터는 표기해 놓겠다”라고 말했다.

롯데 CGV영화관 관계자는 “2016년부터 이 건물을 임대해서 영화관을 직영하고 있다. 이 전 건물을 지을 때 전시관이 만들어진 것은 솔직히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구도심 내 유물 보고만 한다

 

청주시는 석교동으로부터 청주중학교 사이 구도심에서 건축행위가 일어날 경우 지표조사를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청주시 관계자는 “고려 때 성곽이 있던 자리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규제를 하고 있다. 지표조사를 한 뒤 사안에 따라 추가 발굴조사를 하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유물이 나오면 문화재청에 보고하게 돼 있다. 먼저 발굴기관에서 1차 자문회의를 한 뒤 문화재청에 보고해 전문가들이 검토한 뒤 문화재청 매장분과에서 3차 문화재위원회를 개최해 현지보존여부를 결정한다. 현지보존이 결정되면 개발행위가 중단되고, 일부 유물만 보존할 경우 롯데 CGV영화관처럼 별도의 유물전시관을 짓는 것이다. 하지만 건립 이후 지자체에서는 이에 대한 ‘관리’권한이 없다. 문화재청에 1년에 한번 ‘보고’만 하고 있다.

지역의 한 문화재 전문가는 “지자체의 문화재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이 없다보니 소유주가 관리를 소홀히 해도 규제할 장치가 없다. 롯데 CGV영화관 내 읍성전시관이 문을 닫아도 규제할 근거가 없다”라고 설명했다. 청주시 관계자는 “소유주와 문화재청 사이에 지자체 문화재과가 있지만 관리에 있어서는 권한이 전혀 없다. 문화재청 차원에서도 소유주에게 관리비를 따로 지원하는 것이 아니므로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안녕’하지 못한 유물들

 

청주 율량동에 라마다 호텔을 지을 때도 지표조사 당시 구석기 유물이 나와 공사가 중단되고, 전면 발굴조사를 시행했다. 그 결과 지금은 호텔 안 복도에 당시 발굴된 구석기 유물들을 사진과 모형으로 전시해 놓았다. 시민 김정민 씨는 “학교 행사가 있어서 이곳을 오게 됐는데 솔직히 잘 몰랐다. 사진과 유물 모형을 보니까 예전에 이곳에 유물이 나왔다는 것을 알긴 알겠다”라고 말했다.

성안동 우리은행 입구에는 우물 2개가 있다. 고려, 조선시대 우물로 현장에서 나온 것을 보존한 것이다. 남궁타워 복도 주차장 주 출입구에는 우물 바닥이 있었는데 이는 유리로 덮어 일부만 보여주고 있다.

문화재가 발견되면 우리은행처럼 원형보존하거나 남궁타워처럼 유적의 일부를 보존하는 경우가 있다. 또 현장을 메워버리고 발굴된 일부 유물만으로 전시관을 짓기도 한다. 또 택지개발로 아예 유적 자체가 묻혀서 빛을 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1999년부터 2000년 초반까지 시행된 봉명동 택지개발로 청주봉명동유적은 아예 사라지게 됐다.

80년대 후반 운천동 택지개발로 세계최고금속활자본 직지를 인쇄한 곳이라고 추정되는 흥덕사 터와 관련 유물들이 나왔고 이 후 청주시는 흥덕사 일부를 복원하면서 고인쇄박물관을 그 일대에 지었다. 청주백제유물전시관은 백제시대의 신봉동 고분이 대량 발견되면서 그 자리에 건립했다.

최근 청주테크노폴리스 택지개발로 초기 백제시대의 대규모 집단 거주지가 발견됐다. 사업을 진행하는 청주테크노폴리스 자산공사가 유물전시관을 지어 시에 이관할 예정이다. 유물전시관은 공원부지에 건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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