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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보다 ‘제대로’ 짓는 게 중요한범덕 시장 “부지 선정 안 급해, 센터의 기능·시설 협의 먼저”
“차제에 직지특구 확장과 흥덕초 이전 심도있게 논의해야” 여론
지난 2007년 지정된 직지특구에는 고인쇄박물관을 비롯한 직지관련 기관이 들어섰다. 사진은 고인쇄박물관 내부 전시실. 사진/육성준 기자

청주시와 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
건립 부지에 쏠린 눈 2


청주고인쇄박물관 측이 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 부지를 옛 국정원 자리로 밀어붙이나 한범덕 청주시장의 생각은 다르다. 박물관 측이 빨리 결론을 내려고 서두르자 한 시장이 제동을 걸었다. 한 시장은 “부지 선정이 급한 게 아니다. 그 보다는 국제기록유산센터가 어떤 기능을 할 것인가, 건물을 짓게 되면 필요한 시설이 무엇인가 등을 관계기관과 협의한 뒤 그 때 가서 부지를 선정할 것”이라며 현재 결정된 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직지특구 쪽이 더 적당하다는 말도 덧붙였다.(하단 기사 참조)

그럼에도 지난 3일 고인쇄박물관 측은 운천신봉동 주민자치위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옛 국정원 자리로 거의 결정됐다고 설명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박물관 측이 일을 쉽게 하기 위해 옛 국정원 부지로 가려는 것 아니냐고 따지면서 행정편의주의라고 비판했다.

 

“특구에 집적화 해야 시너지효과”
 

최선규 운천신봉동 주민자치위원장은 “주민의견 수렴 한 번 거치지 않고 고인쇄박물관에서 결정해서 통보하듯이 하는 것은 주민들을 우롱하는 처사다. 왜 전문가회의에서 이 문제를 결정하는가. 우리는 국제기록유산센터가 고인쇄박물관과 흥덕사지, 그리고 이와 관련된 시설들이 있는 직지특구로 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직지는 청주시의 문화유산 중 가장 중요한 것이며 이를 보여줄 수 있는 곳은 직지특구”라고 주장했다.

이어 “관광객들이 오면 박물관에서 직지와 금속활자에 대한 설명을 듣고, 금속활자주조전수관에서 활자 체험을 하고, 근현대인쇄전시관에서 전시를 보고, 또 국제기록유산센터에서 세계의 기록물을 본다면 얼마나 좋겠느냐”고 반문했다. 임인호 금속활자장도 “직지특구 활성화를 위해서는 국제기록유산센터가 꼭 필요하다. 여기 저기 늘어놓기 보다는 특구에 집적화해서 시너지효과를 내는 게 훨씬 좋다고 생각한다”고 동의했다.

또 지난 4일에는 박물관과 청주시의회 복지교육위 의원들과 간담회가 있었다. 박물관 측은 지난 11월 9일 의원들과 시정대화를 하고 의견수렴을 마친 것으로 정리했다. 하지만 복지교육위 의원들은 국제기록유산센터 부지 결정을 목전에 두고 있는지 몰랐고, 제대로된 의견수렴이 아니었다며 항의했다. 그래서 4일 간담회를 하게 된 것. 유영경 더민주당 의원은 “시민 의견수렴 없이 전문가회의에서 나온 의견으로 부지를 결정하는 건 문제가 있다. 의원 간담회 결과 옛 국정원 보다는 직지특구가 더 적당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앞으로 이에 대해 더 논의가 필요하다. 시민공청회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보더라도 시의회 의견수렴 없이 일을 추진했음을 알 수 있다.

 

문체부, 인쇄박물관 건립 계획
 

청주시가 관광객들에게 가장 자랑스럽게 내놓을 수 있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직지와 금속활자인쇄술 관련 상품이다. 이를 집적해 보여줄 수 있는 곳이 직지특구다. 특구는 역사문화와 관광을 연계한 특화사업으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하고자 시작됐다. 고인쇄박물관 관계자는 “특구조성은 단기, 중기, 장기로 나누어 추진한다. 금속활자인쇄술과 관련된 전시관, 체험관, 공예관, 판매시설을 유치해서 고인쇄박물관 및 부대전시관을 중심으로 도심속의 전통타운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직지특구는 청주예술의전당~흥덕초 구간 13만1288㎡이다. 청주시는 1단계 사업으로 2007~2010년에 특구기반 조성, 2단계 사업으로 2011~2014년에 금속활자주조전수관과 근현대인쇄전시관 준공 등을 완수했다. 올해는 고인쇄박물관 주차장 입구~흥덕초 앞 차없는 거리를 조성중이다. 문제는 특구 주변이 사유지이고, 주택들이 죽 들어서 땅 사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당초에는 특구를 이보다 훨씬 넓게 잡았으나 남상우 전 시장이 축소했다고 한다.

더욱이 이 곳에는 흥덕초등학교도 있다. 흥덕초가 이전하지 않으면 직지특구는 완성되지 않는다. 흥덕초는 학생수가 지속적으로 줄어 올해 9월 현재 20학급 442명이 됐다. 때문에 학생수가 대폭 감소한 구도심 초등학교가 고육지책으로 이전 혹은 통폐합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것처럼 흥덕초 역시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 곧 올 것이다.

따라서 청주시와 충북도교육청은 흥덕초 재학생들의 편의를 최대한 고려하는 선에서 이전을 협의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김병우 도교육감과 한범덕 시장은 업무협의를 위한 대화를 시작했다. 이런 회의에 흥덕초 이전 안건을 올려 협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흥덕초가 이전하지 않으면 특구는 절반의 성공밖에 거둘 수 없다. 특구내 국제기록유산센터 예정 부지는 흥덕초 앞이나 차제에 함께 논의하자는 것이다.

또 한범덕 시장은 최근 고인쇄박물관 명칭을 한국인쇄박물관으로 확장된 개념을 사용하고 고인쇄박물관을 고인쇄관, 근현대인쇄전시관을 근현대관으로 개편하고 미래관을 짓는 방안에 대해 연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를 하기 위해서도 부지가 있어야 한다.

고인쇄박물관에 따르면 문체부는 제4차 인쇄문화진흥 5개년계획(2017~2021)에 의거 인쇄박물관 건립 계획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가 인쇄문화 종주국으로서의 역사성과 위상을 갖고 있기 때문에 다목적 인쇄박물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비와 민자를 합쳐 150여억원을 지원한다는 계획이어서 청주시로서는 호기가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역시 땅이다.

문화예술계의 한 인사는 “차제에 직지특구 부지를 확장하고 흥덕초 이전 문제를 심도있게 논의하는 자리를 만들자. 흥덕초는 특구안에 포함됐기 때문에 이전이 불가피하다. 시점의 문제일 뿐이다. 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도 그렇고 향후 다른 건물을 지어야 할 때 늘 부지가 없어 걱정이다. 도교육청의 통 큰 결단과 청주시의 특구 확장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제기록유산센터 부지는 직지특구가 더 적당”
한범덕 시장, “옛 국정원 자리는 시민들 위한 문화공간으로 ”

 

한범덕 시장

한범덕 청주시장은 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와 관련해 부지 결정이 중요한 게 아니라고 말했다. 한 시장은 “국제기록유산센터 건립에 260억원의 예산이 들어갈 예정인데 부지 선정이 급한 건 아니다. 이 센터가 앞으로 어떤 기능을 하고, 건물에 어떤 시설들이 들어갈 것인가 관계기관과 합의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시장은 국제기록유산센터는 국제기구이므로 청주시·국가기록원·문화재청·유네스코한국위원회와 협의를 통해 중요한 사항들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관계기관과 아무 것도 합의한 게 없는데 부지만 갖고 얘기하는 건 앞뒤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실제 국제기록유산센터에 관한 대략적인 것만 알려졌지 건물에 들어갈 필요시설이 무엇인지, 관련기관들 각각의 역할은 무엇인지, 청주시는 센터를 어떤 방향으로 발전시킬 것인지 등에 대한 내용은 아무 것도 없는 상태다.

직지특구와 옛 국정원 중 어느 쪽이 센터 부지로 적당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한 시장은 “직지특구가 좋은데 땅이 없어 걱정”이라고 짧게 말했다. 그러면서 “옛 국정원 자리는 당장 무엇을 짓기보다 청주시의 랜드마크가 되고 시민 다수가 모여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시설을 유치하고 싶다”고 밝혔다.

 

홍강희 기자  tankhong@cb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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