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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못다한 이야기가 많은 사람노무현 전속 사진가 장철영

‘연출되지 않은 인간의 본능적인 모습을 통해 그 사람의 현재와 과거를 볼 수 있고 그것이 곧 역사라는 것이다’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최민식 <사진은 사상이다> 중에서-


사진발명 이후 180여년의 투쟁에서 얻어진 사진의 지위를 너무 쉽게 얻으려고 하는 디지털 문명시대. 휴머니스트 사진가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측근에서 앵글에 담은 전속사진사 장철영(46) 청와대 행정관이 지난 3일 청주시 복대동 ‘앨리스의 별별책방’을 찾아 아직 못다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그가 카메라로 찍고 쓴 일기 형식의 사진 에세이 <대통령님, 촬영하겠습니다>의 사진을 보여주며 애절한 뒷이야기도 들려준 자리였다.


대통령의 권위적이고 형식적인 사진보다 발가락 양말을 신고 담배를 피우며 라면을 먹는 장면까지 경호상 절대 찍지 말아야하는 대통령의 뒷모습들, 사진은 익살스러운 아저씨의 전형적인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장 씨는 “그분께서는 사진 찍히는 것과 분장하는 것을 제일 싫어 하셨다”며 “그러던 어느 날 남북 정상회담(2007년10월)을 위해 군사분계선을 넘는데 ‘우리 사진사 어디갔노? 남는 건 사진 밖에 없다’ 하시며 저를 찾았다. 그래서 그날 하루 종일 굶고 사진 찍은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찍지 말라는 것을 찍고 싶었다는 그는 대통령 부속실에 제안해 ‘장철영이 촬영하는 것은 누구도 막지 말라’는 유명한 어록(?)도 남겼다.


2007년 필리핀 세부에서 찍은 노 대통령의 이 닦는 사진을 보여주며 “이날 권양숙 여사님이 퇴임 이후에는 비서진과 사진사 빼고 우리 둘만 여행 가자고 했다”며 일화를 소개했다.


책에는 유달리 담배 피는 사진이 많다. 그도 애연가이기에 당시 양복주머니에 담배와 라이터를 항상 준비하고 다녔다. “한 번은 권양숙 여사님이 계시는 상황에서 그분께서 담배 불 좀 달라고 하셔서 라이터를 드렸는데 하필 ‘ㅇㅇ노래방’이 쓰여 있어서 애 먹은 일이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노 대통령의 서거소식을 듣고 영정 사진을 급히 만들어 서울역을 출발, 밀양에 도착해 트럭을 직접 몰고 생가인 경남 봉하 마을까지 들고가 안치한 사연은 듣는 이들과 장 씨의 눈시울을 다시 한 번 붉게 만들었다. “당시 서울역장이 그렇게 못한다고 했을 때 화가 나고 어찌할 도리가 없어서 내가 직접 들고 간 것이다.”


눈물 마를 날이 없을 정도로 한 없이, 원 없이 울어서 그런지 어느 순간 시력이 좋아져 안경을 벗었다는 그는 자신의 눈을 두고 가까운 안과 의사가 ‘의학계 보고 대상’이라 했다고 우스갯 소리도 했다.


그는 “2019년 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년에는 지금 책을 원래 계획했던 것처럼 흑백사진으로 처리해 값싸고 누구나 손쉽게 지니고 다닐 수 있도록 다시 출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철영 씨의 사진에 담긴 구구절절한 사연이 끝날 때 쯤에는 모두들 말을 잇지 못할 정도로 숙연한 분위기였다.

육성준 기자  eyeman@ccrevie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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