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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차기 대통령의 자질이 얘기되는 요즘
한덕현 발행인

정치인들에게 지지도나 인지도 만큼 허무한 것도 없다. 돌발변수 하나로 한 순간에 부침하는 것이 지지도다. 인지도 역시 마찬가지다. 대중들에게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기까지는 부단한 과정과 노력이 뒤따르지만 그렇다고 그 인지도가 선거때 그대로 약발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동네 고샅길을 샅샅이 뒤지며 수년간 공을 들여온 정치후보자라도 막상 선거 때 바람 한번 잘못 타면 한 방에 도로아미타불이 된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선 대선이나 총선은 물론이고 동네일꾼을 뽑는 지방선거에서조차 이같은 변수가 늘 판을 쳤고, 주변을 둘러보면 이에 편승해 얍삽한 처신으로 선출직을 거머쥔 인사들이 예상외로 많다. 그 이면엔 참 우직할 정도로 한 우물을 파지만 선택받지 못하는 정치지망생들이 있다. 정치적 신념이 남다른 데도 말이다. 정치는 생물이라고 말하는 이유를 아마 이런 데서도 찾을 수 있을 것같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2년도 안 돼 여론에 치이고 있는 작금의 현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지도가 80%대를 줄곧 유지하며 고공행진을 할 때만 해도 이렇듯 빨리 반토막 날 줄은 쉽게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 또한 지속가능한(?) 현상은 못 된다. 앞으로 또 무슨 돌발변수가 나타날 지 모르기 때문이다. 불감청고소원이겠지만 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과 한라산에 올라 완전 핵폐기를 선언하며 남북통일을 입에 올린다면 아마 대통령 지지도는 단박에 100을 찍고도 남을 것이다.


어쨌든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지지도가 급락하면서 지금 시중에선 차기 대통령에 관한 얘기가 갑작스럽게 많아지고 있다. 언론이 이른바 잠룡들에 대한 화제를 만들어내는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지금의 국가적 분위기가 더 원인인 것같다. 청와대 직원들의 잇따른 잡음을 놓고선 “정권이 바뀌면 또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다”며 극단적으로 말하는 사람들도 눈에 띄게 많아졌다.

끈떨어진 전직 대통령의 사법처리를 언급하는 것이다. 역대 대통령 두명이 감옥에 가 있고 현 대통령 또한 레임덕이라는 단어를 달기 시작했으니 국민들로선 당연히 여러 우려를 나타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까지 언론 등에 거론된 인사들만 해도 차기 대선주자는 참 많기도 하다. 여권에선 이재명 임종석 박원순 이낙연 유시민 김경수 김부겸 등이 거론되고 있고 야권에선 유승민 황교안 오세훈(이상 무순)등의 이름이 빈번하게 출몰한다. 검경 수사로 정치적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이재명은 헷갈리게도 대권도전의 필요충분조건이랄 수 있는 ‘정치적 투쟁력’을 상대적으로 더 인정받는 분위기마저 감지된다.


본인들은 서운하겠지만 한 때 강력한 차기 주자로 꼽혔던 안희정은 사내답지 못한 성추문으로, 홍준표와 김무성은 세상이 변한 걸 모르는 시대착오적인 막말과 마초정치로, 손학규는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기회주의적 행보로, 안철수는 그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아예 철수했다는 이유로 이젠 범인들의 사석에서조차 냉소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하지만 정치의 생물성을 감안한다면 이들에게도 기회가 다시 찾아올 지도 모른다.

당사자들이 정신 바짝 차린다면 말이다.
흥미로운 것은 많은 사람들이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현 대통령을 서로 비교하며 차기 대통령의 자질을 얘기한다는 점이다. 주로 李· 朴의 권위주의적 리더십과 취임 초기부터 회자됐던 文의 비권위적 리더십을 교차평가하는 것인데 최근 청와대 일탈이 불거진 이후로는 더 적극적으로 여론화되고 있다. 결론은 이렇다.


국가 통치라는 것은 ‘착한 심성’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고 때문에 차기 대통령은 부드러우면서도 권위적이며 때로는 정적이나 반대파들을 단호하게 응징할 수 있는 독기를 동시에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것을 정·반·합의 변증법적 논리로 애써 설명하려는 이들도 있다.


세계 역사를 보더라도 후세에 뚜렷한 업적을 남긴 지도자는 선정(善政) 못지않게 상황에 따라선 악(惡)하다 불릴 정도의 강한 리더십과 결단력을 보였다는 것이 이들의 논리다. 특히 사회적 이해와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현 시대에선 이같은 이중적 리더십은 필연적이라는 게 차기 대통령을 바라보는 이들의 견해다.


끊임없이 수사에 휘둘리면서도 아직까지 버티고 있는 이재명에 대해 되레 대권주자로서 투쟁력을 인정하려는 일부의 여론추세는 아마 이런 데서도 그 이유를 찾을 수 있겠다. 물론 이재명은 현재 거론되는 혐의중에서 한 가지라도 사실로 밝혀질 경우 정치적 생명력이 끝날 수도 있다.


현재 야당이 주장하는 청와대 위기설은 맞다. 국가개조의 중심에 서야 할 청와대가 과거의 특권의식을 버리지 못하고 이제까지 드러난 비위를 저질렀다면 이는 일개 하부 직원들의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의 레임덕과도 직결될 수 있는 원초적인 권력누수로 봐야 한다.


때문에 조국 민정수석은 자진사퇴가 맞다. 학자로서 그리고 대중적 인물로는 출중할 지는 몰라도 그는 이미 조직관리능력이나 대통령을 보좌하는 업무수행의 선제적 창의성에서는 수명을 다한거나 마찬가지다. 더 머뭇거리다간 오히려 대통령을 더 힘들게 만들 뿐이다. 사람들이 우려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선한 리더십의 한계는 이런 것이 될 수 있다. 정치의 냉혹함은 시기를 놓치면 언젠간 더 큰 쓰나미로 덥친다. 바로 박근혜로부터 깨우친 학습이다.


사실 문재인 정부의 난맥상은 특정인 몇 명이 책임진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대통령의 지도력이나 임종석, 조국이 물러나느냐 마느냐의 차원이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 정부와 집권세력을 이루는 모든 조직과 사람들이 촛불혁명이 안긴 국가적 지상명령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이를 체화하지도 못한 데에 근본 원인이 있다.


사법개혁은 조직이기주의로 공전하고 있고 정치개혁은 국회의원들의 비열한 이간질에 시궁창으로 처박히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바로 잡아야할 청와대는 주취폭력과 음주운전도 모자라 저들과 똑같이 특권의식에 심취해 있다가 국민들한테 호되게 당하고 있다. 그러니 대통령이 아무리 정의로운 나라를 외쳐봤자 그들의 눈에는 잿밥만 보이는 것이다.


만약 문재인 대통령 입장에서 차기 대통령의 자질문제가 벌써부터 거론되는 게 불편하다면 지금부터 할 일은 분명하다. 선을 그을 때는 확실하게 결단하라는 것이다. 외교에서는 마지막까지 눈치를 보고 손익을 따지더라도 국내 관리만큼은 명쾌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 내가 신임한 사람 끝까지 간다는 신념도 중요하지만 ‘한 사람의 신념은 만인의 입을 이길 수 없다’는 사회적 통념도 중시했으면 한다.


그러면 처음 약속했던 것처럼 출입기자와 자연스럽게 소통도 하고 야당과 맞댐을 하는데도 전혀 주저함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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