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문화예술 나는 읽는다, 고로 존재한다
단점은 걸림돌인가, 성장의 원동력인가이자벨 카리에 『아나톨의 작은 냄비』
심진규 진천 옥동초 교사·동화작가

초등학교 교실에서 아이들과 지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림책을 자주 접하게 된다. 어떤 사람들은 그림책은 어린 아이들, 그것도 취학 전 아이들이나 보는 것으로 생각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그림책 중에는 그 무게가 어떤 철학책 못지않은 것들도 많다. 실제로 죽음을 다룬 그림책도 꽤 많으며 어린이를 위한 것이 아닌 어른을 위한 그림책도 그 종류가 상당하다.


오늘 만난 그림책은 귀여운 그림과는 달리 읽고 나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겉표지만 보면 아이가 냄비로 뭔가 만들어내는 귀엽고 상상력 가득한 이야기 같지만 다 읽고 나면 그 여운이 오래 남는다.


사람을 만나면 가장 먼저 무엇을 보게 될까? 외모를 먼저 볼 것이다. 그 사람과 조금 지내다 보면 무엇이 보일까? 사람이 사람을 만나서 지내면서 상대방의 장점 위주로 보면 참 좋을텐데 이상하게도 단점이 먼저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사람은 누구나 단점을 가지고 있다. 다른 사람만 내 단점을 크게 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도 자신의 단점을 더 크게 본다. 아이들과 수업을 하다가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적어보라고 한 적이 있다. 단점은 쓱쓱 잘 적는데 이상하게 장점은 잘 못 적는다. 그래서 왜 안 적느냐고 물으면 돌아오는 대답은 “장점이 없어요.” 세상에 단점으로만 가득 찬 사람이 어디 있을까? 하다못해 그 많은 단점을 가지고도 열심히 살고 있으니 그것은 장점이 될텐데 말이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아나톨은 어느 날 어디에서 떨어졌는지 모를 냄비 하나를 매달고 다닌다. 아나톨은 지극히 평범한 아이지만 냄비 때문에 평범한 아이가 될 수 없다. 사람들은 아나톨을 만나면 아나톨을 보는 것이 아니라 냄비를 본다. 냄비가 이상하다고도 이야기 하고, 무섭다고도 한다. 이 냄비는 결국 아나톨을 힘들게 한다. 아나톨이 앞으로 나아가는데 걸림돌이 되고 만다.

아나톨의 작은 냄비 이자벨 까리에 지음 권지현 옮김 씨드북 펴냄


아나톨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기

냄비 때문에 사람들이 자신을 쳐다보는 시선이 싫고, 걸림돌이 되는 냄비 때문에 화가 나서 아나톨은 나쁜 말을 하고 친구를 때리기도 한다. 그림책의 처음 몇 장 넘겼을 때는 냄비를 끌고 다니며 재미있는 일이 일어날 거라 생각했는데 점점 아나톨이 안쓰러워진다. 어디에서 왔는지도 모르는 냄비가 아나톨이 되어버린 현실, 그리고 그것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는 아나톨의 모습. 결국 아나톨을 냄비를 머리에 쓰고 숨어버리려고 한다. 다른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 때문에 숨어버리는 사람들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아나톨은 은둔자가 되어간다.


그럼 사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아나톨을 그냥 둘 것인가? 아나톨의 손을 잡아줄 것인가? 그림책에서는 아나톨과 비슷한 상황인 사람이 등장한다. 그도 냄비를 매달고 있다. 그 사람은 냄비를 가지고 살아가는 법을 아나톨에게 알려준다. 결국 아나톨은 그대로지만 냄비를 대하는 태도를 바꾸자 세상이 달라 보인다.


그러나 나는 이 부분에서 동의할 수 없다. 아나톨에게 그림책에서처럼 그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아나톨은 언제까지나 은둔자로 남아있어야 한다. 아나톨에게 누군가가 나타나서 손을 잡아주고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알려주기보다는 그동안 아나톨을 볼 때 냄비만 보던 사람들의 생각을 바꿔주는 교육이 필요하다.


흔히 교실에서 ‘문제아’라고 불리는 아이가 있으면 교사는 그 아이가 바른 행동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이 때 반 아이들과 함께 문제행동을 하는 아이를 이해하기 위한 활동을 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냄비를 매달고 다니는 아나톨을 보고 ‘이상하다’라고 생각하기 전에 ‘저 냄비는 어디에서 왔지?’, ‘저 냄비는 뭘까?’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표지는 깜찍하고 귀엽지만 다 읽고 나면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은 그림책이다. 그러나 이 책이 주는 여운은 만만치 않다. 작가는 마지막 장 작가의 말에 이렇게 쓰고 있다. ‘세상에는 온갖 종류의 냄비가 있습니다. 큰 냄비, 작은 냄비, 거추장스러운 냄비. 어쩌면 우리도 그런 냄비를 하나씩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너도 나도 냄비를 가지고 있으니 다른 사람 냄비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 하지 말자는 메시지는 아닐 것이다.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이려는 태도가 인간관계의 첫걸음이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은 아닐까? 아나톨에게 손을 내밀어 주는 사람이 한 사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그랬으면 하는 마음이다.


충청리뷰   webmaster@ccreview.co.kr

<저작권자 © 충청리뷰,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충청리뷰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