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충주교육지원청 파보자” 시민 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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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충주교육지원청 파보자” 시민 여론
  • 윤호노 기자
  • 승인 2018.12.12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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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도시재생사업 핑계로 시굴조사만 실시

충주시가 도시재생 사업으로 ‘충주읍성 광장·주차장 조성 사업’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 옛 충주교육지원청 부지에 대한 문화재 발굴작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충주시는 공동화 현상으로 침체된 성내·성서동 및 지현동 원도심을 살리기 위해 2016~2020년까지 5년간 국비 91억 원과 시비 91억 원 등 182억 원을 들여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주요사업은 청년가게 빈점포 리모델링 4개소 조성, 원도심 하천변(현대교~문화교) 야간경관조명 설치, 성내성서동 주민공모사업(버스킹 등 문화행사) 2회, 도시재생대학 운영, 성서 공영주차장 주차빌딩 건립, 충주읍성 광장 및 주차장(89면) 조성을 위한 부지매입(옛 충주교육지원청), 옛 충주우체국 부지 매입 후 리모델링 추진 등이다.

1872년 충주목지도. 동헌 1은 현재 청녕헌이고, 뒤에 천운정 2가 있다.

시는 지난 10월 옛 충주교육지원청 부지 6667㎡와 건물 2251㎡, 부대시설 82건 등을 40억 7400여만 원에 매입, 32억 원을 들여 광장 및 주차장 조성사업을 추진 중이다. 우선 연내 지정폐기물(석면) 처리를 하고, 건물 철거 작업을 거쳐 내년 3월경 문화재 시굴조사를 실시한 뒤 내년 하반기 광장 및 주차장을 완공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국비가 포함된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광장 및 주차장을 조성하는 사업”이라며 “우선 문화재 시굴조사만 하고 정밀 발굴조사 및 복원은 추후 시비를 들여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향토사학자 및 시민들은 옛 충주읍성 발굴 복원 차원에서 문화재 발굴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디지털로 복원된 충주읍성 내 관아전경(왼쪽)과 북문 전경.

(사)예성문화연구회 등은 “현재의 관아공원은 삼국시대부터 한반도의 중심지였고, 조선시대 충청감영이 있었던 곳”이라며 “특히 옛 충주교육지원청 자리는 ‘연당 또는 상연지’가 있었던 곳으로 교육청을 건립할 때 연못을 메우기 위해 충주읍성 성돌을 묻었다고 하는 기록이 있다. 그냥 시굴조사만 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밀 문화재 발굴조사를 실시해 옛 연당을 확인하고 읍성 성돌도 확인해 발굴한다면 충주읍성 복원이 가시화되는 것은 물론 이를 통한 관광활성화도 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발굴조사를 촉구했다.

이에 따라 옛 충주교육지원청 터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상연당(上蓮塘)’과 ‘천운정(天雲亭)’에 관심이 쏠린다. 시는 실시설계 후 8억 5000만 원을 들여 내년 상반기까지 읍성 광장과 90면 규모의 주차장을 조성한다.

교육청이 깔고 앉은 ‘상연당’·‘천운정’
이어 시굴조사를 통해 교육청 건물 자리에 있을 것으로 보이는 상연당 등 유구를 확인하기로 했다. 1959년 김상현 중원군수가 펴낸 ‘예성춘추(蘂城春秋)’에 보면, 상연당 가운데 석가산(石假山·여러 개의 돌을 쌓은 산 형태)을 모아 천운정을 세웠다.

상연당은 이름 그대로 해마다 7월이면 연꽃이 만발하는 읍성 내 명소였다. 충청북도관찰사 김석규(金錫圭·1864~?)는 상연당 안에 4칸 반의 정자를 세우고 천운정이란 현판을 달았다.

이 천운정은 주자(朱子·1130~1200)의 대표 시 ‘관서유감(觀書有感)’ 가운데 ‘天光雲影共徘回(천관운영공배회)’란 시구에서 따왔다. ‘하늘빛 구름 그림자 함께 떠다니네’란 뜻이다.

상연당은 1906년 충주공립보통학교(현 교현초등학교) 운동장으로 사용하고자 메웠다.
천운정이란 현판 등은 일본인이 가져갔고, 이후 천운정은 일본 신사(神社)가 있던 사직산으로 옮겨졌다가 해방 후 탄금대 정상의 탄금정으로, 1977년 호암지 공원으로 옮겨졌다. 이 천운정은 일명 ‘육각정(六角亭)’으로 불리면서 그 이름마저 잃었다.

옛 충주교육지원청 부지.

충주 예성문화연구회원인 유병태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은 최근 발간된 ‘예성문화’ 37호에 실은 글에서 “천운정은 호암지 가장자리의 숲속에 갇혀 정자의 전경도 안 보이고 안내판도 없어서 찾는 이도 없고 정자의 사연도 알지 못하는 외로운 정자가 됐다”며 “육각정으로 잘못된 정자 이름을 천운정이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충주교육지원청은 지난해 9월 새청사로 이전하면서 기존 건물과 부지는 남겨졌다. 당초 이 건물과 충주시의 청소년수련원을 교환하는 방안이 검토됐는데 무산됐다.

청소년수련원이 국비로 지어진 만큼 여성가족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이 부분이 어려웠다. 결국 시는 옛 청사 건물과 부지를 매입하기로 결정했고, 최근 매입이 이뤄졌다. 시는 이 일대에 충주읍성 복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더불어 읍성의 동문지에 주차타워를 건립할 계획을 세웠다. 때문에 정비·복원정책에 역행한다는 여론이 일었다.

시는 성내·충인동 도시재생사업의 하나로 동문지 인근 문화회관 동측 터 3000㎡와 건물을 매입해 2019년부터 197대 주차 규모의 지상 2층 지주식 철골 주차타워를 건립하기로 했다.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한 지역 향토사 연구단체와 마찰을 빚었다.

충주교육지원청 일대는 성돌이 발견된 곳이다. 문화재 관련 전문가들은 시가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면서 주차장 조성 등 공공사업을 진행하지만 읍성 공간 개발과 관련한 매뉴얼이 없는 것 같다고 지적하고 있다.

도시재생과 읍성 복원 딜레마
청주시의 경우 일제가 1911년 청주읍성을 철거한 지 꼭 100년 만인 2011년 (재)충북도문화재연구원에 의뢰해 발굴조사를 벌였다. 성벽 위치와 폭을 확인한 후 2013년 12월 11일 중앙공원 서측 출입구에서 YMCA 사이 35m(지상 3.6m)에 청주읍성을 복원하고 준공식을 개최했다.

앞서 2011년 3월 청주문화원, 문화사랑모임, 서원향토문화연구회, 충북문화유산연구회 등 4개 단체는 ‘청주읍성 성돌모으기 운동본부’를 결성하고 대대적인 성돌 모으기 운동을 벌였다.
청주시는 이곳에서 해마다 임진왜란 당시 일본군에 함락된 청주성을 탈환한 승병들의 승전을 기념하는 청주읍성 큰잔치를 여는 등 청주읍성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충주읍성은 조선 고종 6년(1869) 충주목사 조병로가 개축했다. 이때 개축한 성의 둘레는 3950척, 두께 25척, 높이 20척, 치첩(여장) 415칸이었다.
충주읍성은 유인석이 이끄는 의병군이 충주성 탈환 전투 중에 4개의 문루와 수문청이 불탔고 일제강점기에 시가지 발전에 저해된다는 명목으로 모두 헐렸다.

성의 내부 관청 건물인 청녕헌(충북도 유형문화재 66호)과 제금당(도 유형문화재 67호), 충주성사적비(도 유형문화재 68호)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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