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도서관·서점의 미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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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도서관·서점의 미래 고민
  • 충청리뷰
  • 승인 2018.12.12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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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컨셉의 중대형 서점 생기지만 출판사 매출은 감소

2001년, 작은도서관 활동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책이라는 매체를 토대로 해서 도서관, 서점, 어린이문화, 마을 만들기 등으로 활동의 범위와 내용을 조금씩 이동 혹은 확장해왔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하나로 엮어보면 ‘책문화 생태계’라는 커다란 틀 안에서 움직여왔음을 알 수 있다.

내가 처음 도서관 활동을 시작했던 2001년 당시는 독서 인구가 줄고 있다거나 책을 읽지 않는 사회에 대한 대안으로 공공도서관 담론이 활발하게 일던 시기다. 당시 우리나라 공공도서관은 약 5백 여 곳으로 숫자도 턱없이 부족했고 도서관의 기능이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이해도 부족했었다. 책을 읽거나 책문화를 접하고 싶어도 집 가까이 도서관이 없다는 게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었고 지자체마다 공공도서관 건립이 활성화되었다.

대기업의 책공간에 대한 새로운 실험. 화려하고 이목을 끄는 책공간을 소비자들에게 무료로 제공함으로써 공간의 가치를 높이고 소비자들의 발길을 끄는데 성공했다. 사진은 별마당 도서관.

특히 기적의도서관을 비롯한 어린이 전문 도서관들이 전국에 만들어지면서 도서관이 단순히 책을 읽고 공부하는 곳이 아니라 책을 매개로 다양한 생활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기능이 강조되었다. 독서란 책상 앞에 앉아 한 권의 책을 읽는 단순한 행위가 아니라 함께 읽고, 나누고, 활동이나 체험을 통해 책 한 권을 오롯이 나의 경험으로 끌어안는 실천적 책읽기가 확산되었다.

부산 해변가 고급 호텔에 책을 주제로 한 골목을 조성하고 서점을 만들고 휴가객들의 취향에 맞춘 북큐레이션을 하고 있다. 이터널 저니.

독서인구 줄지만 문화욕구는 상승
그러나 이런 사회문화적 흐름의 한 편에서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미디어의 발달과 입시 위주의 교육이 강화되면서 책이라는 매체는 점점 더 변방으로 내몰리고 있었다. 종이책을 비롯해 신문과 잡지 등 인쇄 매체들의 몰락은 독서인구 감소와 함께 출판산업을 기반으로 한 책문화 생태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온라인 서점 시대가 열리면서 공공도서관의 증가와는 반대로 동네마다 있던 지역 서점들은 몰락의 길을 걸었고 소규모 동네책방들은 폐업의 길로 내몰렸다.

하지만 공공도서관의 증가, 공부하는 도서관에서 복합문화 공간으로의 도서관 문화 변화는 결국 책문화의 새로운 흐름을 불러왔고 2014년 불완전하나마 도서정가제가 개정되어 인터넷 서점의 할인폭이 제한되자 동네마다 작은 서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전체적으로는 독서 인구가 줄어들고 있지만 일상에서의 문화욕구가 높아지고, 익명의 온라인 대중사회에 대한 피로감은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이들끼리의 소규모 커뮤니티에 대한 지향을 불러왔다. 이런 욕구를 반영한 공간으로서 트렌디한 작은 서점들이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이다.

대기업의 화려한 공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죽어있다고 평가되던 지역 서점을 카페와 문화가 있는 트렌디한 복합문화서점 개념으로 만들어 운영 중이다. 청주 휘게문고.

그리고 지금은 대형서점들이 앞다투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다’는 일본 츠타야서점의 비즈니스 모델을 벤치마킹해 공간 리뉴얼에 나서고 있다. 세련된 인테리어를 앞세운 새로운 컨셉의 중대형 서점들도 생겨나고 있으며 호텔 등 고급 소비공간에도 책을 앞세운 서비스 공간들이 도입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독자들의 독서율은 점점 떨어지고 있으며 책을 앞세운 공간은 성업 중이어도 책 자체는 판매되지 않아 출판사들의 매출은 감소되는 상반된 현실이 계속되고 있다. 개성과 아이디어로 무장했던 참신한 작은 서점들 역시 운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2000년 이후 지금까지 한국의 도서관과 서점, 독자는 이렇게 각자의 길을 걸어왔다. 최근에는 이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책문화 생태계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것인가 하는 논의를 활발히 해나가고 있다. 그 자리에서 교감하며 나누는 질문은 이런 것들이다.

지역 어린이 청소년들이 서점 나들이를 통해 책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를 만들고 이를 통해 독서 분위기를 확대하고자 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괴산 숲속작은책방.

동네책방, 어떻게 자립할까
종이책에 과연 미래는 있는가? 종이책 뿐 아니라 디지털 자료 아카이브로서 공공도서관은 앞으로 어떤 정책을 세워나가야 할 것인가? 종이책 독자가 확연히 줄어드는 환경에서 현실의 서점들은 책을 팔되, 여기에 무엇을 더해야 빠져나가는 독자들의 발길을 붙잡고 새로운 뉴미디어 세대들을 독자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 모든 시장 상황이 자본과 규모의 크기에 의해 결정되는 대형, 온라인 중심의 경제 환경에서 자본력 없는 소규모 동네 책방들은 풀뿌리 시민들의 일상을 품어내는 안정적 공간으로서 어떻게 자립할 것인가?

질문은 많지만 답변은 여의치 않다. 혹여 정답을 써낸다고 해도 그게 사회 구조적 실천으로서 역할을 해내기까지는 또 수많은 장애물을 뛰어 넘어야 한다. 그 시간을 버티고 누가 어떻게 살아남아 종이책과 마지막 운명의 길을 함께하게 될까? 각자의 길 위에서 다시 한 번 운동화 끈을 잡아매고 있는, 책과 함께하는 모든 이들에게 건투를 비는 심정으로 한 해 동안 연재해왔던 동네책방 순례를 마무리한다

백 창 화
괴산숲속작은책방 대표
‘작은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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