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충북을 결산한다-문화분야>
충북문화예술계 비리와 관행으로 얼룩
상태바
<2018 충북을 결산한다-문화분야>
충북문화예술계 비리와 관행으로 얼룩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8.12.26 19: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쉬움 남긴 직지코리아페스티벌…내년엔 투명운영 가능할까
청주문인협회 심사위원 비리, 노현식무용단 부실 공연 도마 위

키워드 #청주문인협회 셀프심사논란 #도지정예술단 관리감독 허술 #노현식무용단 부실 공연 #직지없는 직지코리아페스티벌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개관

 

충북지역 문화계의 2018년은 예술적 성과보다는 예술의 ‘한계’를 보여준 한 해였다. 문화예술정책가인 모 씨는 “예술가들이 자존심을 상실한 한 해였다. 예술가들이 지원금을 받아도 올해부터 ‘e나라도움(www.gosims.go.kr)’ 통해 모든 정산을 해야 해서 많이 힘들어했다. 정산을 제대로 하지 못해 여러 단체가 구설수에 올랐다”라고 말했다.

지역예술의 대표성을 띠는 예술단체인 충북예총과 충북민예총도 운영비 전액 삭감으로 의회와 갈등을 빚었다. 충북도의회가 “이들 단체에 운영비를 따로 지원하는 것은 중복지원”이라고 문제제기했고 논란 끝에 결국 관련예산은 되살아났다.

 

청주문인협회의 셀프심사

 

예술인들이 모인 협회 또한 운영에 있어 잘못된 관행이 드러났다. 청주문인협회는 청주시가 주최하는 <직지 노랫말 공모전>에서 심사위원들인 본인작품을 자녀이름으로 바꿔치기해 수상작으로 올렸다. 당선작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심사위원들의 작품이 올라왔고, 심사위원단은 이러한 작품을 배제하지 않고 최우수상과 우수상으로 각각 선정한 것이다. 게다가 차후 문제가 불거질 것을 예측해 수상자를 본인 이름으로 표기한 것이 아니라 자녀이름으로 바꾸는 ‘꼼수’까지 부렸다. 심사위원들은 청주문인협회 역대 회장들과 임원들이었다.

청주문인협회는 5월초 공모전을 주최했으며 대상 1편, 최우수상 1편, 우수상 1편, 장려상 2편을 선정했다. 상금은 대상 200만원, 최우수상 100만원, 우수상 50만원, 장려상 30만원을 지급했다.

청주예총은 청주시 예산 5000만원을 지원받아 직지 노랫말을 시민 공모를 통해 받고, 곡을 만들어 10월 직지페스티벌이 열릴 때 전국의 합창단을 초청해 경연대회 형식으로 행사를 열 계획이었다. 결국 청주문인협회는 재공모를 진행해 수상작을 다시 선정했다. 하지만 이 일로 지역문인들에 대한 이미지가 크게 추락했다. 이안 시인은 “적어도 작가라면 소신과 책임감과 사회적 정의에 앞장서야 할 사람들이다. 심사위원 중 어느 누구도 ‘이건 아니다’라고 말한 사람이 없었다면 당사자는 물론 심사위원 모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지난 10월 21일간 ‘직지 숲으로의 산책’을 주제로 2018청주직지코리아국제페스티벌이 청주예술의전당 일원에서 펼쳐졌다. 하지만 직지의 콘텐츠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는 혹평이 이어졌다./사진=육성준 기자

60억 대형행사…관람객 외면

 

지난 10월, 21일간 ‘직지 숲으로의 산책’을 주제로 2018청주직지코리아국제페스티벌이 청주예술의전당 일원에서 펼쳐졌다. 예산은 60억원. 지난 2016년에 국제행사로 승격한 이후 두 번째로 치러진 올해 행사는 20억원의 늘어난 예산만큼이나 기간도 길어졌다.

하지만 직지의 콘텐츠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는 혹평이 이어졌다. ‘직지로드’를 통해 고려활자가 서양의 문명사에 영향을 주었다는 의제 제기를 한 본 전시 외에도 고려저잣거리를 통해 먹을거리를 판매하고 작은 공연무대를 만들어 고려의 옛 모습을 재현하고자 했다. 한석현 작가의 대형 조형물 ‘직지숲’은 청주예술의전당 한 가운데 설치됐다. 직지숲에는 시민들로부터 기증받은 책들과 의자가 배치됐고, 그 앞으로 행사 무대가 마련돼 연일 다채로운 공연이 이어졌다. 하지만 정작 앉아서 책을 보기는 불편했다. 또 1억 3000만원이 투입된 대형조형물은 결국 쓰레기장으로 갔다.

올해 주제가 ‘힐링’인 만큼 힐링체험관이 따로 조성됐다. 힐링이 가장 큰 키워드였지만 결과물은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이번 행사의 경우 모든 공간을 개방했지만 힐링산업존과 본전시를 보려면 입장권을 따로 구매해야 했다. 시민들 사이에선 “입장료가 아까웠다”는 말들이 나왔다.

 

관객이 10명인 공연

 

충북도 지정예술단인 ‘노현식무용단’에 대한 보조금 사용 비리의혹도 불거졌다. 충북도 지정예술단 제도는 2011년부터 시작됐다. 지정예술단은 2년 단위로 공모를 통해 공연단체를 선정한다. 지금까지 놀이마당 울림, 극단 청년극장, 극단 시민극장, 씨알누리, 예술나눔, 사물놀이 몰개, 극단 청사, 극단 꼭두광대, 노현식무용단이 선정됐다. 2017년 이전까지는 1년에 한 단체에 2억원을 지원했다. 2017년에 3개 단체가 선정되면서 금액이 1억 3000만원~1억 5000만원으로 줄었다.

올해 말 행정사무감사에서 이옥규 도의원의 지적으로 노현식무용단의 황당한 공연내용이 공개됐다. 공연 관람객 숫자 부풀리기, 공연날짜와 실제 장소가 맞지 않는 등 서류만 봐도 불성실한 공연을 진행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런 이유로 내년도 지정예술단 관련 예산이 전액삭감됐다. 노현식무용단의 경우 보도자료를 한 번도 낸 적도 없었을 뿐더러, 2011년 이후 충북도에서는 한 번도 도지정 예술단 공연에 대해 관리감독을 하지 않았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가 12월 27일 개관했다. 국내 최초의 보이는 수장고와 보존과학실, 전시시설을 갖춘 대규모 문화예술공간이 지역에서 어떠한 역할을 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청주문화재단 사무총장엔 박상언 씨가 선임됐고, 충북문화재단 대표이사는 김승환 충북대 교수가 맡게 됐다. 청주문화재단의 경우 올 초 당시 김호일 총장이 홍보팀장을 공모하는 과정에서 지역의 한 신문기자에게 시험지를 유출하는 파문이 일어 불명예스럽게 사퇴했다. 박종관 서원대교수는 한국문화예술위원장에 선임됐다. 김준권 씨는 판화전시회를 대대적으로 벌였고, 강익중 씨의 설치미술 작품 ‘꿈의 집’이 충북진로교육원에 전시됐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