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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존재에 대한 선물정신과 의사 정혜신의 『당신이 옳다
오정란해피마인드 심리상담소장

정혜신의 『당신이 옳다』는 소통과 공감에 공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부피감이 있는 책이지만 그 내용을 읽어가다 보면 찜찜한 그 무엇이 마음의 언저리를 맴도는 느낌이다. 정혜신은 쌍용 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을 비롯하여 국가, 사회, 집단이 한순간에 트라우마를 남겼던 사건 현장에서 오래도록 치유작업을 해왔다. 정신과 의사라는 그녀의 직업은 그녀를 더 신뢰하게 하는 한 축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녀는 의사라고 자신을 명명하기를 주저하며 치유자라 말한다. 그녀는 유형론의 틀로서 외형적인 조건으로 타인을 보는 것, 즉 역할로만 상대를 보는 시선을 경계하라고 말하고 있다.


한동안 심리학이 사회 전반을 휩쓸었다. 심리학 관련 서적은 불티나게 팔렸으며, 힐링이란 단어는 여기저기 걸려있었다. 그만큼 우리들의 심신의 피로가 컸던 것일까? 그만큼 쉬고 싶었을까. 사람들은 내면의 허기를 채우기라도 하듯, 자신의 마음이 아닌 타인의 마음을 알기 위해 심리학에 몰두했다. 아직 그 대세가 유효한지는 모르겠으나, 나에게 『당신이 옳다』는 핫한 이슈에서 밀려난 주제를 다시 꺼내 보는 느낌이었다. 머리로는 너무도 잘하는, 늘 대하는 부모들의 잔소리 같은 느낌이었다. 좋은 말들이긴 하나 할 수 있을까, 가능할까 라는 의심도 준다.


  • 정혜신은 심리적 공감은 감정에 대한 공감이며 자신을 주체로 세우지 않으면 타인의 희생을 전제하거나 또는 자신의 희생을 전제로 하는 공감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말한다. 감정을 공감한다고 해서 상대의 행동까지 공감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며칠 전 친구에게 메일을 받았다. 내용은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에 대해 유쾌하게 적은 글이었다. 친구는 젊은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언제부터인가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친구가 하는 일은 다양한 연령층을 만나야 하는 일이기에 자신은 그래도 젊게 살고 있으며, 젊은 친구들과의 소통에는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는 것에 나름대로 자부심을 느끼며 지내왔다고 한다.


    그런데, 자꾸만 이상한 참견을 하는 자신을 발견한다고 하였다. 자신은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말인데, 어느 순간 갑분싸(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지는)가 되는 것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래서 될 수 있는 한 지갑은 열고 입은 닫지만, 자신이 여는 지갑에도 반응이 없다는 것이다. 자신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당신이 옳다 정혜신 지음 해냄출판사 펴냄


    공감은 배우는 것
    나는 친구의 고백에 매우 공감했다. 청년들은 어른들에게 관심이 없다. 청년들이 이기적이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만큼 그들이 처한 현실이 각박하다는 것이다. 청년들의 에너지는 자기 안으로 쏠려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게다. 예의나 필요에 의해 그런 척했을 뿐이지 진심으로 사람 대 사람으로 갖는 관심은 어렵다는 것이다.


    존재에 대한 관심이 없으면 감정노동에 해당한다. 공감한 척하는 것은 반응일 뿐이고 행위가 끝나고 돌아서면 표정이 바뀌며 피로할 뿐이다. 그러므로 상대에게 공감하는 일보다 더 힘든 것이 ‘나’에게 집중하고 ‘나’에게 공감하는 일이다. 내 존재에 대한 자기 이해와 공감이 먼저라는 이야기다.


    정혜신은 공감이 모든 치유의 핵이라고 말한다. 진정한 공감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등골을 빼가며 누군가를 부축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너’를 공감하기 위해 ‘나’를 소홀히 하거나 억압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감정노동이 아니라 진정한 공감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한다.


    『당신이 옳다』에서 공감은 갖고 태어난 것이 아니라 배우는 과정이라고 말하고 있다. 감정적 반응 그 자체가 공감은 아니며 한 존재가 또 다른 존재가 처한 상황과 상처에 대해 좀 더 알고자 하는, 이해하고자 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그 존재 자체에 대해 갖게 되는 통합적 정서와 사려 깊은 이해의 어울림이 공감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므로 공감은 타고난 감각이 아니며, 학습이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한다. 소통과 공감에는 끊임없는 공부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감수성이 없으면 악의가 없어도 얼마든지 타인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 공감은 다정함으로, 궁금함으로, 상대가 그 자리에 있는 것은 그 사람으로서 최선임을 인정하며 시작하는 일이다. 올 한 해 각자의 삶의 현장에서 맨몸으로 살아낸 사람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은 그들이 그 자리에 있어 준 것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이다. 당신이 옳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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