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천년각 타종식 부활, 그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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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천년각 타종식 부활, 그 의미는?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8.12.28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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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의 재개에 뒷얘기 새롭게 부각돼

청주 천년각의 천년대종 타종식이 3년만에 재개된다. 매년 12월 31일 마지막 날에 청주예술의전당 천년각에서 열렸던 새해맞이 타종식은 지난 2016년 행사를 끝으로 도민들의 기억에서 사라졌다. 충북도는 오는 12월 31일 ‘새해맞이 희망축제’란 이름으로 올해 타종식을 대대적으로 연다. 이날 행사는 지역방송을 통해 실시간으로 생중계된다.

사진은 2016년 타종식 장면

천년각 타종식의 시발은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해 10월 지역민방으로 개국한 CJB 청주방송이 창사의 의미를 새롭게 하고 지방자치시대의 지역정체성과 도민의지를 재정립하자는 취지로 자체 예산을 들여 도입한 것이다. 당시 청주방송의 책임자로 이 행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기획, 총괄한 사람은 다름아닌 현 충청타임즈 박재규 회장이다.

첫 타종식의 기억에 대해 박 회장은 이렇게 말한다. “그 때만 해도 충북인들은 서울 보신각의 타종식을 TV로 보면서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맞이했다. 남의 행사에 구경꾼으로 만족해야 했던 것이다. 지방자치가 정착되고 전국 지자체마다 지역정체성을 얘기하는 시기에 이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사람들을 설득해 경비부담을 무릅쓰고 자체 행사를 기획했다. 오래된 일이지만 그 때 이같은 발상의 전환이 아니었다면 충북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현재의 천년각이나 천년대종은 쉽게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송구영신의 행사를 도민참여축제로 승화시킨 것에 여전히 큰 보람을 느낀다.”

1997년 첫 타종식이 국보 제 41호 철당간 광장에서 열린 것도 흥미롭다. 천년각과 천년대종이 완성되기 이전이어서 부득이하게 이 곳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철당간 광장에 임시로 종 거치대를 세우는 문제까지는 순조롭게 풀리는 듯했으나 정작 주인공인 ‘종(鐘)’이 없다는 게 고민이었다.

하는 수없이 다른 곳으로부터 빌려오는 걸로 결정났고 이 역할을 박 회장으로부터 부여받아 수행한 사람이 역시 그 때 청주방송 간부였던 임성재 씨(현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공동대표)다. 수소문 끝에 경기도의 종 제작전문업체에 대금을 주고 빌려와 철당간 타종식을 결행한 것이다. 주병덕 전 도지사의 첫 타종모습은 지금도 자료로 남아 있다.

그리고 2년 후, 2000년 밀레니엄을 맞는 타종식부터가 지금의 청주예술의전당 천년각에서 매년 이어졌다. 당시 이원종 지사가 이 행사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천년각 건립과 천년대종 제작을 주도함으로써 예술의전당을 위시로 한 현재의 전체 분위기를 완성할 수 있었다.

천년각 타종식이 끊긴 건 이제까지 세 번이다. 2014년과 2017, 2018년이다. 2014년엔 구제역 창궐이 원인이었고 2017년과 2018년은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조류인필루엔자(AI)가 발목을 잡았다. 특히 올해 2018년은 AI뿐만이 아니라 제천화재참사에 대한 애도 때문에도 원초적으로 타종식을 할 수 없었던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2019년 타종식은 이시종 지사와 한범덕 청주시장을 비롯한 도민 50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개최된다. 타종은 도와 시·군에서 추천한 83명의 인사들이 돌아가면서 총 33회를 하게 된다. 충북도는 식전행사로 2019충주무예마스터십 홍보를 위한 우슈쿵푸선수단 무예시연과 대북 합창단 공연, 초청가수(오로라, 노수영) 공연에 이어 피날레 불꽃놀이로 힘찬 기해년을 맞이한다는 계획이다.

<인터뷰>

“천년각 타종식은 지역 자존심 바로 세운 계기”

청주 타종식 최초 설계한 박재규 회장

천년각 타종식이 재개된다는 소식을 가장 반기는 사람은 물론 최초 설계자라 할 수 있는 박재규 회장이다. 박 회장은 “단순히 세밑 이벤트로 그치지 말고 전 도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새해의 안녕과 지역발전을 기원하는 통합과 소통의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고 바랐다.

“1997년 처음 이 행사를 기획할 때도 그 중심에는 늘 ‘충북’이 있었다. 규모가 큰 광역자치단체는 물론이고 몇몇 기초지자체마저 자체 행사를 시행하는 마당에 우리 충북이 더 이상 이런 것에서조차 변방이 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앞섰다”

박 회장은 “천년각 타종식은 지역 자존심을 바로 세우는 계기가 됐다”며 “민간차원에서 이런 행사가 처음 시작됐다는 자체가 의미가 크다. 지금 생각해도 당시엔 커다란 용기가 필요했는데 결국엔 해냈다는 게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같다”고 말했다.

KBS 기자로 언론계에 발을 들인 박 회장은 1997년 청주방송 개국 때에도 1대 주주의 부도로 큰 위기가 닥쳤지만 특유의 뚝심으로 이를 정상화시킨 저력은 지금까지도 회자된다.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신문사인 옛 충청일보가 폐간된 후 실직한 후배들이 새충청일보를 창간해 도움을 청하자 이를 피하지 않고 사재를 털어 지금의 충청타임즈로 정상화시킨 것도 크게 주목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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