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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잔치면 어디든 달려갑니다”인생 중반은 가수가 되고픈 농부 이경우 씨

이경우(53) 씨는 보은에서 벼를 재배한다. 틈틈이 벌초대행을 하며 부인과 85세 노모, 장애가 있는 동생을 부양하고 있다. 팍팍한 생활이지만 그는 늘 활력이 넘친다. 그리고 바쁜 시간을 쪼개가며 가수가 되기 위해 도전한다.

그는 “중학생 때부터 가수의 꿈을 키워왔다. 서울로 올라가 직장생활을 하며 틈틈이 노래를 배웠다. 직장동아리 밴드를 결성해 리드싱어를 맡기도 했다”고 말했다. 당시 사내에서 이씨는 유명가수였다. 팬레터도 적잖이 받았다.

“음반을 내고 정식으로 가수해보면 어떻겠느냐는 제의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소소한 무대에 서며 노래하는 게 좋았다. 하지만 20여 년 전 보은으로 내려오면서 그럴 기회가 없어져 항상 아쉬웠다.”

그는 기력이 쇠해지는 노모를 돕기 위해 고향인 보은으로 내려왔다. 이후 결혼하고 가족들의 삶을 책임지며 돈 벌기에 바쁜 일상을 보냈다. 마음 한편에는 늘 가수의 꿈이 있었지만 현실은 자꾸만 멀어져갔다.

그는 “시간이 지나면서 꿈이 멀어지고 점차 한으로 변해갔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몇 년 전부터 트로트를 연습하기 시작했다. 트로트는 감정을 싣고 마음을 표현하는데 최고로 적절한 노래다”며 “제 목소리가 트로트에 어울리지는 않았지만 연습을 하다 보니 목소리도 거칠게 변했고 점차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후 전국노래자랑, 단풍가요제, 복숭아 가요제, 추풍령 가요제, 괴산노래자랑 등에 출전했다. 하지만 늘 박자가 문제라고 지적받았다. 그는 “창법을 바꾸다보니 이상하게 한 박자씩 늦었다. 연습을 많이 했지만 개선 속도는 더뎠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우리 지역의 국악명인 조동언 판소리 명창을 알게 됐고 창법에 대해 많은 코치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실력도 많이 늘었다. 지금은 조동언 명창이 기획하는 공연에 객원가수로, 또 청주지역에서 활동하는 트로트 가수 윤경희 씨가 공연하는 무대에 종종 오른다. 동네잔치나 팔순잔치에도 단골 가수가 됐다.

그는 “신인가수가 되어 음반을 내는 것은 여건상 어렵겠지만 그래도 실력 있는 동네가수로 이름나고 싶다”며 “신나는 자리를 만들기 위해 어디라도 달려가고 싶다. 동네잔치에는 부담 없이 꼭 불러 달라”고 말했다.

 

권영석 기자  softkw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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